조금새끼 - 김선태 시인 (1960~ 전남 강진 生)
가난한 선원들이 모여사는 목포 온금동에는
조금새끼라는 말이 있지요.
조금 물때에 밴 새끼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 말이 어떻게 생겨났냐고요?
조금은 바닷물이 조금밖에 나지 않아
선원들이 출어를 포기하고 쉬는 때랍니다.
모처럼 집에 돌아와 쉬면서 할 일이 무엇이겠는지요?
그래서 조금 물때는 집집마다 애를 갖는 물때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해서 뱃속에 들어선 녀석들이 열 달 후 밖으로 나오니
다들 조금새끼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이 한꺼번에 태어난 녀석들은 훗날 아비의 업을 이어 풍랑과 싸우다
다시 한꺼번에 바다에 묻힙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인 셈이지요.
하여, 지금도 이 언덕배기 달동네에는
생일도 함께 쇠고 제사도 함께 지내는 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조금새끼 조금새끼 하고 발음하면 웃음이 나오다가도
금세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요?
도대체 이 꾀죄죄하고 소금기 묻은 말이 자꾸만
서럽도록 아름다워지는 건 왜일까요?
아무래도 그건 예나 지금이나 이 한마디 속에
온금동 사람들의 삶과 운명이 죄다 들어 있기 때문 아니겠는지요.
- 『살구꽃이 돌아왔다』(창작과비평사, 2009)
오마이뉴스 / 꾀죄죄하고 소금기 묻은 말 '조금새끼'
https://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172020#cb
▲ 유달산에서 바라 본 다순구미(溫錦洞) 풍경. 오른편이 유달산 자락 온금동이고, 가운데 부분이 서산동에 속한다. ⓒ 이돈삼
▲ 온금동 뒷산에서 내려다 본 '다순구미' 마을. 마을 앞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그 너머로 모이는 섬이 고하도다. ⓒ 이돈삼
온금동은 우리말로 '다순구미' 마을이다. '다순'은 따뜻하다의 지역말, '구미'는 바닷가의 후미지고 깊은 곳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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