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스러웠던 광고의 영화를 시간이 흐른 다음에 봤다. 그저 코미디 영화지만 영화란 것이 시간과 공을 들여야 찍어내는 것이기에 그렇게 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새삼스럽게 그 상황이 주는 코믹한 분위기를 맛보았다.섬으로 들어온 두 사내는 꽃순이를 찾아다닌다. 처음에는 그저 낚시를 온 사람처럼 행동한다. 낯선 두 젊은이를 맞이하는 섬마을 할매들의 표정이 생생하다. 뭐 특별히 심각할 것도 없는 갈등의 축은 그저 당첨된 복권을 가지고 튄 꽃순이를 잡아 그 복권을 찾아내려는 깡패와 섬마을 할머니의 만남이다. 그들에게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코믹사건을 통해 인생사를 비쳐준다. 어쩌면 지금 시대가 그렇게 코미디 시대라서 그런지 그렇게 웃기는 영화는 부담없이 즐겁게 볼 수 있다. 그저 웃자고 만든 영화다. 다만 그곳에 군산역의 불빛이 환하게 바라다 보인다는 상징성이다. 섬마을 선생님이란 노래가 퍼져나가고 새는 지붕을 고치러 지붕으로 올라간 사내와 또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마당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김수미의 눅눅한 군산말씨 연기도 일품이다. 이런 씨부랄 놈이... 하는 욕도 실감난다. 신기 어린 표정의 얼굴, 무서운 눈빛, 낫을 든 할머니들의 모습이 낯선 양아치들에게 무섭게 다가선다. 벌통을 건들어 꿀을 먹가 벌을 쐰 일, 신나를 뿌리고 똥을 누다 던진 담뱃재에 불길이 치솟는 일 등 코미디가 사람들의 배꼽을 잡게 한다. 영화 끝 무렵에 마산댁이며, 섬마을에 눌러 안게된 사람들의 사연들이 소개되면서 코미디 일변도의 영화 분위기 속에 인간미를 담아낸다. 영화의 갈등을 일으키는 꽃순이가 나중에 등장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 그리고 복권을 갈매기가 물어갔다는 설정 또한 독특하다. 뭐 예술영화하고는 출발점이 다른 것이어서 그 영화를 두고 뭐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저 그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무엇이 호기심을 일으키는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섬이란 닫힌 공간을 소설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면에 주목했다. 이전 임철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가 <그 섬에 가고 싶다>, 또는 송기숙의 소설 <암태도>란 작품도 떠올렸다. 섬이란 알 수 없는 신비와 또 극한적 한계를 가장 극명하게 잘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수없이 많지만 그 안에서 다시금 영화를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았던 공간을 다시금 생생하게 영화적 화면을 통해 바라보게 된다. 그것이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실제의 세상을 보여주는 것처럼 영화는 실감나게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불을 끄고 세상은 멀어지고 영화 속 세상을 통해 자신의 기억을 불러내는 시간여행처럼이나 영화적 세계가 또렷하게 우리들 앞에 다가선다. 글이란 것도 어찌보면 영화처럼 쉽고도 명료하게 다가 설 수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그건 그 안에 감추어둔 내용의 깊이가 없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소설을 읽는 재미를 다시금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기발하고도 통렬한 요구인 것이다. 소설이 빼앗긴 상상력을 다시 소설 속에 찾아오는 일, 영화들이 제공하는 것들에 주눅들지 않을 정도로 앞서서 사람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재미난 소설들을 기대해 본다. 재미난 소설을 읽고나서 영화를 만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작품 말이다. 영화는 다시금 새로운 소설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