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내편 제4편 인간세의 제2장, 초나라 섭공자고가 왕의 사신으로 제나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공자에게 물어보는데, 공자는 효와 충, 덕의 얘기를 하면서 가야한다는 충고를 해준다. 임금을 섬기는 자는 일을 가리지 않고 편안하게 섬기는 것이 충신이요, 어찌할 수 없는 경우라도 천명을 따르는 것이 덕이라. 최선을 다해 일을 하다보면 어찌 자신의 안위를 걱정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안위만을 지키기 위하여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해대는 작금의 정치판에 경종을 울릴만하다.
莊子4-9 葉公子高 將使於齊 問於仲尼曰
王使諸梁也甚重
齊之待使者 蓋將甚敬而不急
匹夫猶未可動 而況諸侯乎 吾甚慄之
子嘗語諸梁也曰
凡事若小若大 寡不道以懽成
事若不成 則必有人道之患
事若成 則必有陰陽之患
若成若不成 而後無患者 唯有德者能之
吾食也執粗而不臧 爨無欲淸之人
今吾朝受命而夕飮氷 我其內熱與
吾未至乎事之情 而旣有陰陽之患矣
事若不成 必有人道之患 是兩也
爲人臣者 不足以任之 子其有以語我來
葉公子高가 齊나라에 사신으로 떠나려 할 적에 仲尼에게 이렇게 물었다.
“楚나라 왕이 나를 사신으로 보낼 때는 사명이 매우 중대하다고 여겨서입니다.
그러나 제나라에서 사신을 응대할 때 〈겉으로는〉 몹시 공경하겠지만 실제로는 〈이쪽에서 가져간 案件을〉 급하게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사람도 그 마음을 움직이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諸侯이겠습니까. 나는 이것이 매우 두렵습니다.”
“선생께서는 일찍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무릇 작든 크든 일을 처리할 때에 도리에 어긋나게 하고서 만족스럽게 성취하기란 매우 어렵다.
일이 만일 이루어지지 않으면 반드시 人道의 근심이 있게 되고,
일이 만일 이루어지면 반드시 陰陽의 조화가 어긋나는 재앙이 생길 것이니,
성공하든 성공하지 못하든 그 뒤에 뒷탈이 없게 하는 것은 오직 덕이 있는 사람이라야 할 수 있다.’
저는 음식을 먹을 때는 거친 음식을 먹고 맛있는 것을 먹지 않으며, 밥을 지을 때는 시원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불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 제가 아침에 명령을 받고 나서 저녁에 얼음을 마셔대니 저는 아무래도 몸 속에 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일의 실상에 직접 부딪치지도 않고서 이미 음양의 재앙이 생겼는데,
일이 만일 성공하지 못하면 人道의 근심이 있게 될 것이니 이것은 두 가지 재앙이 한꺼번에 닥치는 것입니다.
남의 신하된 사람으로서 충분히 감당할 수가 없으니 선생께서는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莊子4-10 仲尼曰 天下有大戒二 其一命也 其一義也
子之愛親命也 不可解於心
臣之事君義也 無適而非君也
無所逃於天地之間 是之謂大戒
是以夫事其親者 不擇地而安之 孝之至也
夫事其君者 不擇事而安之 忠之盛也
自事其心者 哀樂不易施乎前 知其不可奈何 而安之若命 德之至也
爲人臣子者 固有所不得已 行事之情 而忘其身 何暇 至於悅生而惡死
夫子其行可矣
仲尼가 말했다.
“천하에는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천명이고 또 하나는 의리(인간사회의 규범)이다.
자식이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은 천명인지라 마음속에서 버릴 수 없으며,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의리이니 어디에 간들 임금 없는 곳이 없으니
천지간에 도망갈 곳이 없다. 이것을 일컬어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어버이를 섬기는 자는 처지를 가리지 않고 어버이를 편안하게 해드리니 이것이 孝의 지극함이다.
또 임금을 섬기는 자는 임금이 어떤 일을 시키더라도 임금을 편안히 섬기나니 이것이 忠의 성대함이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섬기는 자는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감정이 닥친 처지나 해야 할 일 앞에서 바뀌거나 옮겨지지 않아서 그것을 어찌할 수 없음을 알아 마음을 편안히 하고 천명을 따르니 덕의 지극함이다.
남의 신하 되고 자식 된 자는 이처럼 본디 그만둘 수 없는 바가 있으니 일의 실상과 부딪치고 자기 몸의 安危를 잊을지언정 어느 겨를에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데에 이를 수 있겠는가.
그대는 떠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