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시도하던 카탈루냐주(州) 자치정부 지도자에게 스페인 대법원이 지난 14일(현지 시각) 유죄·중형을 선고한 이후, 카탈루냐 중심 도시인 바르셀로나 거리는 화염에 휩싸이고 유혈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등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판결 이후 거리 폭력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현재까지 경찰 병력을 포함해 2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카탈루냐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대 수천 여명은 사흘째 바르셀로나 거리에 모여 주차된 차에 불을 지르거나 이를 막으려는 경찰관에게 산성물질을 던지고 달아나는 등 아비규환의 상황이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다른 지역과 별개로 자치 경찰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시위의 본래 목적을 잃고 무분별하게 폭력적으로 확산되는 시위를 막기 위해 헬리콥터를 동원해 최루가스(teargas)를 거리에 발사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도로 곳곳은 시위대가 항의성 표시로 불을 지른 쓰레기통·판자 더미 등으로 급조한 바리케이드로 막혔으며 경찰과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카탈루냐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로 인해 51명이 긴급 체포됐으며 현지 경찰 54명과 군인 18명이 부상당했다.
바르셀로나 상황이 TV 뉴스를 통해 전역에 방송되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TV연설을 통해 킴 토라 카탈루냐 자치정부 현 수반을 향해 "폭력 사용을 근절해달라"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산체스 총리는 "어떠한 지도자도 연기와 불의 커튼 뒤에 숨어서 자신의 실패를 위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가는 자신의 생각을 평화적으로 항의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언제나 보장하지만, 조직화된 폭력 단체와 민주적인 법을 어기려는 자들이라면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폭력 단체의 유일한 희망은 우리가 실수를 저지르고 흥분하고 분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리의 연설이 끝나자 바르셀로나 중심부에서 시위를 벌이던 이들은 두루마리 화장지를 하늘에 던지며 "정리해야 할 똥이 넘쳐난다" 등 시위 구호를 외치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외신에서는 거리 시위 형태가 홍콩과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시위 주도자들은 판결이 난 이후 소셜미디어(SNS)에 "공항을 점거해 우리의 주장을 세계에 알리자"고 전파하면서 바르셀 로나 외곽 엘프라트 국제공항 점거로 인해 마비 상태가 되기도 했다.
판결이 난 14일 당일 공항에서는 100여편의 항공편이 결항되기도 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Quartz)는 "홍콩 시위대를 연상시키는 행동"이라며 "유동적이고, 유연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홍콩 시위대의) 모습이 전세계를 가로질러 카탈루냐에서도 새로운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