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서울 용산에선 4구역 재개발사업에 항의하던 철거민 다섯 명이 망루에 올랐다. 2010년 2월 부산 사상구 덕포1지구 재개발 구역에선 늦은 저녁 집에서 혼자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한 여중생이 실종됐다.
철거민들은 망루에 오른 지 하루만에 불에 탄 시신이 되어 내려왔고 여중생은 11일만에 집 근처 빈집 물탱크 속에서 싸늘한 시신이 되어 발견됐다.
철거민들의 소박한 꿈은 무참히 짓밟혔고 아직 중학교 교복도 못 입어본 소녀는 무참히 살해됐다. 마을 공동체가 해체된 덕포1지구는 빈집 투성이고,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소녀는 갈 곳 없이 집에만 있었다. 소녀를 '케어'하는 건 텔레비전뿐. 학기중이라고 해도 소녀가 갈 곳은 있었을까.
그리고 사건은 대체로 이렇게 전개된다.
공권력의 무능 비난, 대통령의 호통, 갑호 비상경계령, 경찰력 투입, 검거….
그리고 한 축에서는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 전자발찌. 소급적용, 성폭력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정치권 비난….
올해 초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장례는 치러졌지만 용강동, 옥인동에서는 살인적인 철거가 반복되고 있고 재판은 아직 진행중이다. 덕포동 빈집에 대한 순찰이 강화돼도 부산, 대구, 광주 어딘가에서는 또 다시 빈집들이 생겨나고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질서를 바로잡겠다고 할 것이고 자본은 용산4구역과 덕포1지구에 고층건물을 올릴 것이다.
가슴이 답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