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조금 좋은 그런 학생보다, 20년 후에 한국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2008학년도부터 신입생 선발 기준을 성적 위주에서 인성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바꾼다고 한다.
최근 이 대학에서 발표한 새로운 신입생 선발안을 보면, 1차 전형은 학업성취도를 서류로 평가해 신입생 정원의 2~2.5배를 선발한 뒤 2차 전형에서 인성, 창의성, 리더십, 사회성, 봉사정신, 특정분야 영재성, 표현력 등을 종합 평가한다.
새로운 입시안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학 인재들이 암기 주입식 문제 풀이에 매달리다 보니 정말 중요한 창의력을 잃고 있으며, 이 때문에 사회에 진출했을 때 제대로 능력 발휘를 못하고 있다는 판단 하에 마련되었다고 한다.
아울러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마일리지제도'를 통해 다양한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한다. 교육, 봉사, 심신단련, 체험학습 등의 분야에 참여한 학생들의 실적을 성적증명서에 기록하거나 마일리지 인증서를 발급함으로써 학생들을 채용하는 기업체의 판단을 돕겠다는 것이다. 실제 카이스트에서는 풍부한 사회적 경험을 쌓은 것을 증명하는 리더십 인증서가 성적증명서보다 가치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까지의 ‘공부기계’를 양산하는데서 벗어나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리더십과 인성을 갖춘 진정한 리더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학창시절 죽어라고 공부한 영어문법보다는 간단한 회화능력이, 어려운 수학공식, 복잡한 과학법칙보다 음악, 미술 등의 문화활동과 축구, 탁구 등 체육능력이,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자원봉사 등이 훨씬 중요하다는데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공부 외에 다양한 방면에서 재능 있는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자기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때, 나라의 발전은 물론 개인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바로 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그런데 ‘수학능력평가’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은 전국의 학생들을 획일화된 잣대로 줄을 세우고 있고, 줄을 세우는 기준도 문제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객관식 문제를 위주로 하고 있다. 더구나 대학에도 본고사는커녕 논술에 영어 단어가 들어가는 것조차 금지하는 등 자율적인 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강요를 하고 있다.
교육부의 이런 획일화 정책은 대학의 집단 반발을 불러 오고 있으며, 기여입학제, 본고사, 고교등급제로 대표되는 3불정책도 언론과 대학 측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
작년 8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100대 글로벌 대학’에 한국의 대학은 한 곳도 끼지 못했다.
이는 단적으로 서울대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유명 대학들이 결국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소리에 다름이 아니다. 굳이 서총장의 말을 빌 것도 없이 미래의 국가 경쟁력은 지식을 창출하고 인재를 공급하는 대학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교육부가 없었다면 진작 한국교육의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란 이야기에 공감을 표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이제는 대학에 맡겨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교육부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신입생 선발에서부터 대학별 자율과 경쟁을 기반으로 한 교육 혁명을 가져오자는 것이다.
첫댓글 우리나라는 교육부가 죽어야 교육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