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신약 ‘레이저 티닙’ 유한양행 통해 1 조 4 천억원어치 수출합니다
고 종성 제노스코 대표
국내 첫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 도 개발
바이오텍 성지 보스턴에서 11 명 직원 합심
관절염 · 백혈병 신약 개발… 코스닥 상장 계획
고 종성 (화학 교육 75 - 79) 제노스코 (GENOSCO) 대표가 개발을 주도한 폐암 신약 물질 ‘레이저 티닙(Lazertinib)’ 이 유한양행을 통해 최근 존슨 & 존슨 제약사 얀센과 12 억 5,500 만 달러 (약 1 조 4,200 억원)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이 2015 년 사노피와 5 조원대 기술 수출을 한 지 3 년 만에 나온 조 단위 계약이다.
고 동문은 국내 첫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 를 개발한 주역이기도 하다.
고 동문은 LG 생명 과학에서 16 년간 재직하며, HIV 프로테아제 억제제를 비롯한 약물 발견에 공을 세웠으며, 이후 2008 년 미국 보스턴으로 건너가 제노스코를 설립해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전화와 이메일로 고 동문을 인터뷰했다.
- 이번에 개발한 레이저 티닙은 언제쯤 상용화 될 것으로 보나.
“얀센의 기업 비밀이라 말하기 어렵다.
더 빨리 많은 매출을 올리고 싶은 것이 기업의 속성이기 때문에 몇 년 내 상용화 될 것으로 본다.”
- 레이저 티닙의 효과와 개발 스토리를 들려 달라.
“폐암 치료제다.
아시아 사람들 폐암 중 45 % 가 EGFR (상피세포 수용체) 이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생긴 암과 뇌로 암이 전이돼 사망에 이르는 암인데, 이를 치료하는 약이다.
레이저 티닙은 EGFR 정상 유전자는 억제하지 않고,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만 억제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고도의 디자인 기술이 접목돼 있다.
부작용이 적고 뇌전이 환자에게 강력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
보스턴에서 신약 개발을 안 했으면 레이저 티닙도 탄생하지 못했을 거다.
연구 개발 고비마다 이곳에서 접한 정보들이 원포인트 레슨이 됐다.
보스턴에서 얻은 최신 정보를 활용한 최고 물질의 탄생, 협업 파트너들의 스피디한 개발, 훌륭한 한국 임상 시험 의사들의 헌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한국은 임상을 위한 암 환자 모집 및 빠른 임상 개발 속도, 높은 정확도로 전 세계 제약사들이 주목하고 있다.”
레이저 티닙의 경쟁 약은 아스트라 제네카의 ‘타그리소’ 인데, 타그리소가 독점하고 있는 비소 세포 폐암 시장은 3 조원에 달한다.
폐암 신약 후보 레이저 티닙이 타그리소보다 암세포 사멸 효과가 더 높을 뿐만 아니라, 피부 관련 부작용도 적을 수 있다는 동물 실험 연구 결과가 최근 암 연구 국제학술지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 제노스코는 무슨 뜻인가 ? 크지 않은 회사 같은데, 이런 신약 개발을 했다는 게 놀랍다.
“환자 치료를 위한 고유한 과학 기술 창출이란 뜻이 담겨있다.
직원은 11 명이다.
레이저 티닙은 제노스코에서 고도의 디자인을 통해 얻은 물질로 오스코텍, 유한과 협업을 해 얀센과 글로벌 개발을 하게 된 것이다.
남은 임상 3 상 성공을 위해 기도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신약 개발을 할 때 임상의들의 의견을 반영해 확실한 목표를 정해 공유한다.
그래야 구성원이 북극성을 향해 같이 갈 수 있다.
두 번째는 연구원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숨어 있는 1 인치를 찾는 일은 창의성에서 나온다.
연구원이 한마디라도 더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는 단계별로 잘하는 집단과 협업이 중요하다.
레이저 티닙은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다.”
제노스코 직원들과 기념 촬영.
11 명의 일당백 직원들이 똘똘 뭉쳐 제노스코를 강소회사로 만들었다.
- LG 생명 과학에서 개발한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가 지난해 국내 매출액 850 억원을 예상한다고 들었다.
“한국 신약 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으로 큰 자부심을 느낀다.
제미글로는 경쟁사 약보다 약효가 좋고 안전하다.
당뇨 환자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며 췌장을 튼튼하게 하는 장점도 있다.
매출 기록보다는 당뇨 환자에게 좋은 치료를 주고 몸담았던 회사에 경제적 이익을 줘서 좋다.
특히, 후배들에게 지속적으로 신약 개발에 대한 열정을 심어 줘 기쁘다.”
- 두 신약을 개발하기 전에 실패했던 경험을 들려준다면.
“LG 생명 과학에서 주로 새로운 질병 및 기술 분야를 개척하는 일을 했다.
AIDS 치료제, 심장 순환 치료제, 항암제, 당뇨 치료제 등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내 전임상 또는 임상 1 상까지 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10 여 년 실패를 하다 보니, 우리가 신약 개발이 가능한지 의구심도 생겼다.
특히, 실패의 충격이 큰 프로젝트는 LB - 42908 이라는 항암제 신약 후보였다.
당시, 미국 NCI 와 공동 연구 및 연구비 지원을 이끌어 연구 개발 중 세계적 기업인 노바티스까지 큰 돈을 지원해 라이센스 하겠다고 해서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신경 독성이 나오는 바람에 신약 개발에 실패했다.
아직도 그 계약서를 갖고 있다.
당시, 미국 연구 책임자가 너는 잠도 안 자느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우선, 신약 개발에서 어떤 문제가 있으면 실패 하나를 배웠고, 의료 현장이 기대하고 니즈에 부합하는 높은 수준의 신약 개발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약 후보 물질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과감히 일찍 포기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돈을 아낄 수 있다.
또,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연구자들이 두려움이 없어야 창의성을 발휘해 최고의 물질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사범 대학을 졸업했다. 교직에 대한 생각은 없었나.
“대학 때는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교생 실습시 대표 수업도 했다.
4 학년 때 학문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한국 과학 기술원 (KAIST) 에 들어가면서 과학자의 길을 가게 됐다.
교직을 이수한 덕분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잘 가르친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후배 과학자들이 더 좋은 능력을 갖도록 각별한 현장 교육을 실시하곤 한다.”
- 카이스트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한국은 신약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신약 개발에 대한 꿈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1980 년대 한국은 신약의 불모지였다.
심 상철 전 카이스트 원장님의 실험실 학생 시절 미국 암 연구소 (NCI) 암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신약 개발에 대한 꿈이 생겼다.
KIST 실장이셨던 최 남석 박사 (전 LG 화학 연구원장) 께서 럭키 연구소로 이직하면서 함께 신약 개발을 해보자고 했던 게 결정적이었다.
심 상철 교수님, 최 남석 박사님은 인생의 멘토셨다.
당시, 카이스트 동기들은 국립 연구소나 대학으로 가기를 원했다.
기업 연구소로 가는 모험을 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
- LG 화학에 남아서 연구를 계속할 수도 있었는데 창업을 했다.
“2007 년 LG 생명 과학 (전 LG 화학) 이 신약 개발 분야를 대폭 축소하던 차에 김 우식 과학 기술 부총리께서 국가 신약 사업을 혁신적으로 해보라고 부르셔서 글로벌 항암 사업단장직을 맡았다.
국가 사업단장을 하면서 쓴 계획서가 현재의 항암 사업단 및 범부처 신약 개발 사업단 설립과 운영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 사업단장을 하면서 나의 DNA 는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회사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정부의 연구 개발 시스템은 신약 개발에 필요한 유연성과 속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사표를 내고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결대로 살아야 재미있다.
신약 개발 역량의 밑거름이 된 사랑하는 LG 에서 실패와 제미글로를 성공시킨 많은 역경과 성공 경험을 살려보자고 생각했다.
‘신약 개발은 규모의 경제보다 아이디어의 경제일 수 있다, 작지만 유연한 조직을 만들어 스마트하게 연구하면 신약 성공의 꿈을 이룰 수 있다’ 는 희망을 갖고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그때, 대학 교수직을 그만두고 오스코텍을 창업한 김 정근 (치의학 78 - 84) 대표와의 만남이 제노스코의 시발점이다.
자본과 기술이 만나 신약 개발이라는 아름다운 꿈을 같이 실현하는 비전을 갖고 전세계 바이오텍의 심장부인 보스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 한국의 신약 개발 인프라는 어느 정도의 수준이고 문제점이 있다면.
“지금 보면 제가 한국을 떠난 10 년 전보다 기초 과학 발전, 병원의 이행성 연구 활성화, 대형 신약 개발 성공 체험을 통한 자신감, 바이오텍을 창업하려는 과학자와 기업가들의 수요 증가로 조만간 글로벌 경쟁력이 생길 것 같다.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면 대학교와 국립 연구소는 기초적인 연구를 되도록이면 향후 바이오텍 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산업계는 병원 임상 현장과 공동 연구 및 소통 확대, 한국 내에서만의 연구를 떠나 글로벌 혁신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연구와 사업 개발팀을 둬 혁신 문화 (Innovation culture) 에 익숙하게 만들고,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자주 교류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 삼성과 LG 같은 IT 기업이 연구 센터를 둬 다양한 인재 영입과 혁신 문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제품을 상품화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 모교 졸업식에서 축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후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블루오션에 뛰어들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또, 서울대인은 사회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해 살기보다 꾸준히 자신을 개발하는 인생을 살자.
서울대인은 서울대라는 배경에 안주하면 안 된다.
빛의 삼원색 RGB 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총 천연색 영상을 만들듯 각자의 개성을 갖고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자기 능력을 연마하면서 다른 사회 구성원과 융화를 잘 해야 한다.”
- 앞으로 계획은.
“현재 제노스코에서 관절염 치료제가 임상 2 상, 급성 백혈병 치료제가 임상 1 상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을 계속 이끌어 가면서 앞에서 말한 레이저 티닙의 조속한 항암 치료제 상용화에 관심을 쏟겠다.
또, 신약 개발 임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 상장을 할 계획이다.
상장을 통해 10 여 년간 기다려준 투자가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기술 수출 자금과 상장 자금으로 세 번째 신약 개발 성공을 위한 혁신적 신규 항암제 연구 개발에 매진하겠다.”
김 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