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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정부가 지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기초과학 육성에 투자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학연(産學硏)이 협력할 때 가능한 것이다.
한국이 오늘날의 효자 산업인 전자,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의 산업으로는 21세기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없다.
이런 제조업들은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생산량은 늘어나지만 자동화와 해외 이전 등으로 고용은 늘리지 못하고 있다.
21세기 첫 10년 간 한국 10대 기업의 매출액은 122조 원에서 490조 원으로 4배 이상 크게 늘어났지만, 해외부문의 비중이44%에서 52%로 크게 늘어나 사업 위주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 생산 비율이 2005년 6.7%에서 2010년 16.7%로 크게 늘었다. 제조업 부문 대기업의 경우 생산성은 1995년부터 2010년 기간 중에 연 평균 9.3%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고용은 오히려 2% 감소했다.
기초과학 육성에 힘을 기울여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성공을 거두더라도 이는 장기적인 과제이며, 당장 청년 실업이 개선이 되거나 경제성장의 열매로 나타나기 어렵다.
한국은 제조업 발전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했기 때문에 계속 제조업 중심의 성장전략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성장 동력을 다른 부문에서 찾아야 한다.
미래의 한국이 지금보다 나아지려면 성장 동력을 다른 분야에서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럽에서 15세기의 최고 선진국이었던 베네치아가 16세기에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것은 바닷길을 이용한 동서양 중계무역의 기득권에 취해서 이베리아 반도의 두 나라가 시도한 대항해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공을 경험한 자는 시대가 바뀌어도 자신의 성공 경험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개인이나 국가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가 과거 성공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다면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차세대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의료기기, 3D 프린터, 로봇, 바이오기술 등 특정 산업 분야를 떠올린다.
규제 없애야 서비스 산업 발전 가능
성장 동력은 특정 산업 분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에 패배한 이유를 전자산업의 낙후에서 찾고, 국력을 총동원하여 전자산업을 육성했다.
한국도 일본을 모방해서 전자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반도체 등에 집중 투자한 결과 오늘의 성과를 이룩했다.
이제는 그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산업, 어떤 기술이 유망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기업들의 몫이고, 정부는 기업들이 자기 책임 원리에 의해서 자유롭게 창의적인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최대한 만들어주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한국은 자원이 거의 없이 인적(人的)자본에 의지해서 성장한 나라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학 졸업자 등 고등 인력의 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고등 인력을 교육 시켜놓은 것이 한국의 강점이다. 물론 이제 제조업에서는 고용을 확대시킬 수 없다.
농업도 자본과 기술을 많이 필요로 하는 농업만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다. 따라서 고용은 서비스업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독일 같은 제조업 강국도 서비스업의 비중(고용인원 기준)이 73%로 우리나라(67%)보다 훨씬 높다. 특히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은 도소매, 외식, 숙박, 운수 등 저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 경제의 문제는 금융, 보험, 사업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특히 서비스산업은 인적자본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의 최대 강점인 풍부한 대졸 인력을 갖춘 한국이 유리한 분야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든 서비스산업이 앱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대학교육을 받은 유휴 인력이 많은 한국은 발전 가능성이 어느 나라보다 높다.
그런데 서비스산업의 성패는 규제 완화에 달려 있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유를 확대해주면 할 수 있는 일이 무한히 많다. 정부는 민간부문이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만 열어주면 된다.
정부가 나서서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을 하려고 하지 말고, 정부는 민간부문이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 기초를 만들어주면 된다.
향후 성장 동력은 규제 완화에서 나온다. 규제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유 없는 무덤 없듯이, 이유 없는 규제는 없다.
모든 규제가 다 나름대로의 필요한 이유가 있겠지만, 성장 동력을 해치는 규제는 신중하게 고려해서 허용되어야 한다.
자립과 근면 정신을 회복하라
한국의 힘은 나 자신의 힘 밖에 믿을 수 없다는 것에서 나왔다. 해방과 전쟁, 빈곤과 경쟁 속에서 의지할 부모도 국가도 없었다.
특히 6·25 전쟁 당시 맨 주먹으로 가족을 이끌고 내려온 100만 명에 달하는 월남(越南) 주민들은 당시 북한 인구의 10분에 1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의 노동력이었다.
이들은 북한 지역에서 공산당에 의해 탄압받았던 지주 및 상공인 계층으로, 기업가 정신이 가장 충일한 이들이었다.
남한에 내려온 이들은 오직 자신의 힘으로 어려움을 해쳐나가야 했다. 돈 벌 수 있는 길만 있으면 그것이 독일의 탄광이든,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이든, 열사의 사막이든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실업에 내몰린 청년들은 월급이 적다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부모 밑에서 안주하며 일자리를 마다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내주고 있다.
이런 점은 고령층도 마찬가지다. 지불 능력이 있는 중산층도 공짜 지하철을 좋아한다. 정부보조금을 받기 위해 자신의 집을 매각하는 등 집을 정리하고 정부에 손을 벌린다.
고령이나 장애 등으로 인해 능력 없는 사람들만 정부에 손을 벌리는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들도 정부를 의지하려고 한다. 중산층도 자기 자식의 도시락을 나라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일각에서는 도움을 받는 것이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소득자의 47%가 세금을 하나도 안 내고 있으며, 상위 20%가 소득세의 80%를 부담하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에도 상위 1%가 86%를 부담하고, 상위 10%가 97% 부담할 정도로 누진구조가 높다. 다시 말하면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고 하는 원칙이 무색하다.
가난한 이웃을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세금이 지나치게 많으면 도덕적 해이가 심해지고, 낭비가 많아진다.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세를 가진 자를 높이 평가하고 이를 격려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10년 후에 한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결론적으로 성장 동력을 특정 산업에서 찾아 그것을 정부가 육성하려 하지 말고,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 그리고 과거에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잘 고려해서 그것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