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사건으로 이주노동자 현실이 얼마나 비참한 지 확연해졌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인권선진국임을 자랑하던 구호들도 얼마나 가증스런 선전이었는지 또한 드러났습니다. 이에 용인이주노동자쉼터는 아래와 같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전합니다.
-아래-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사건으로 이주노동자 인권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놓아졌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러한 관심이 근본적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화재 사건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언론의 보도 태도는 경찰과 출입국의 입을 빌어 탈출하기 위해 ‘방화’를 시도한 혐의가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출입국과 경찰이 사건 진상 규명을 한다고 하지만, 방화다 아니다 하는 접근 방법만 갖고는 문제의 본질을 파헤칠 수 없다. 화재로 왜 사람이 죽어야 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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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현장 천장 감식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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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CMK |
| 화재가 발생한 직후 12일 이뤄졌던 현장 조사에 동참했던 진상규명 대책위 관계자들은 사건 현장의 천장을 뜯어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저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고, 그 이유가 뭔지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이들은 천장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애당초 설치조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일반적인 구금 시설의 경우 잠금장치가 철저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군산 집창촌 사건을 보더라도 뻔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구금시설에서 건축단계에서 소방장비의 기본이라 할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외국인보호소를 운영하는 이들의 기본적인 생각이 어떠함을 쉽게 드러내 주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05년과 0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과 함께 이주노동자 단속 및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보호소 운영에 대한 개선 권고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출입국 관계자들의 입장은 “그저 몇 사람 만나보고, 출입국의 모든 행정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냐. 인권단체의 실태조사를 믿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27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은 그동안의 시민사회 단체의 실태조사들이 신빙성 있는 조사였다는 반증이며, 보호소 운영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함을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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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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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CMK |
출입국은 그동안 외부의 껄끄러운 지적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출입국의 서비스 혁신을 홍보하기에 바빴다. 법무부 출입국이 자랑하는 서비스 핵심브랜드인 키스(KISS, Korea Immigration Smart Service)였다.
법무부 출입국은 작년 열린 정부혁신브랜드 발표대회에서 ‘키스(KISS)'로 대통령상을 수상하여, 올해의 'Top Brand'로 선정됐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었다.
이에 대해 13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사건진상을 위한 대책위 기자회견장에 나왔던 한 이주노동자는 “대한민국 출입국이 자랑하는 키스는 대체 어떤 키스인지 묻고 싶다. 죽음의 키스냐?”고 물었다.
그의 질문이 아니더라도 법무부가 그렇게 자랑하는 키스는 이번 사건을 통해 ‘죽음의 키스’였음이 드러났다. 법무부장관이 기획하고, 출입국장이 집행한 출입국 행정이 ‘죽음의 키스’였던 것이다.
법무부 출입국은 자신들의 혁신 브랜드 ‘KISS’는 세련되고 멋진 대한민국 출입국심사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출입국 심사조직·근무방식·시스템 등을 모두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도록 혁신해 고품질의 3S(Smart, Speed, Smile)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자랑해 마지않는 고품질의 서비스는 외국인 보호소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말은 번지르하게 ‘보호소’라고 해놓고, 쇠창살과 수갑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감옥’이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보호’하던 외국인들이 9명이나 죽었다. 보호한다고 해놓고, 사지로 보내버린 이 일을 두고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는데, 정작 정부 관계자들의 인식은 일부 미등록자들에 대해 갖고 있는 편향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을 등에 업고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지겠지’하는 태도다.
진상규명 대책위와 “만사를 제쳐놓고 만나 의견을 듣겠다.”던 국무총리(민정수석실)는 약속을 어기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분향소에 왔던 법무부장관은 유가족을 무시하는 일련의 행태로 원성을 사는 것을 보다보면, ‘불법체류자는 범법자다. 범법자가 죽었는데 왜 이리 난리냐’하는 태도로 분노를 금치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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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현장을 찾은 김성호 법무부장관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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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CMK |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외국인 보호시설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출입국관리법이 법 위반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의 대상이 되는 행정범죄와, 범죄는 아니지만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로 나누고 있다면서, 불법체류자가 곧 범죄자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외국인의 보호소 수용은 범죄자 구금이 아닌 “강제퇴거(출국)를 위한 신병확보”라고 명문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법무부 출입국은 보호해야 할 이들의 인권에 대해선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법무부 출입국은 또 다시 ‘죽음의 키스’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우를 범치 않기를 바라며, 이번 사건의 진상뿐만 아니라, 개선대책까지도 철저하게 세우고, 출입국 행정이 환골탈퇴 하는 인식과 정책적 전환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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