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나홀로 백패킹을 떠납니다.
두렵고 무섭고 설레기까지...
센트럴시티 여수행 24:00 버스를 타러 갑니다.
4:10 도착 예정이 새벽길이라 그런지 새벽공기 그윽한 3:40분경 여수 터미널 도착합니다.
처음 가본 여수터미널
새벽녁에 홀로 떨구어지고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잃은채 멍때리다가
택시를 탔습니다.
"기사님 새벽시장으로 가주세요..."
"이 시간엔 아직 새벽시장 열지 않는데요"
"흠 그럼 요기거리 할 수 있는 식당은 없을까요?
택시기사님이 안내해주신 새벽식당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있지만 자그마한 구멍사이로 새어나오는 불빛
"아마도 할머니가 지금 준비하고 계실꺼예요~"
기사님이 셧터 밖에서 외침니다.
"할머니...준비 다되셨으면 문열죠..."
셧터가 열립니다.
쓸가리국밥이라고 불립니다.
(시레기국밥인데 여수 사투리라고 합니다. 안에 새우 홍합 조갯살등이 들어있어요)
저 테이블에 기본반찬있고 국밥 한그릇으로 알지 못하는 일행들과 테이블이 둘러 앉아 국밥 한그릇 먹습니다.
가격은 3,000 원
택시기사님이 식사값을 지불하십니다.
그리곤 여객터미널까지 공짜로 데려다 주시네요...
여수시민의 인심에 감동 받습니다.
여수 여객선터미널
6:10 금오도 함구미행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금오도 들어갑니다.
금오도 함구미 선착장
금오도는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큰섬이라 했던가
선착장이 여러군데 있습니다.
가시는 목적지에 따라 선택하여 가실 수 있더라구요
저기 앞서가시는 부부
배에서 만난 필리핀거주하시는 부부입니다.
한국으로 여행 오셨다는데
어제 여수에서 일박하시고 친구들이 강추하는 비렁길오셨다네요
배에서 한참을 수다 떨다가
함구미에서 아침 한끼 사주셔야 한다며
맛있는 백반 얻어먹고 비렁길 같이 시작합니다.
1코스 시작입니다.
백패킹의 시작 오름길...
1코스 첫전망대 미역널방
비렁길은 벼랑이란 뜻으로 각 코스마다 이런 전망대가 있습니다.
5개의 코스가 업다운이 반복됩니다.
1코스에는 당일 등산객도 많고
표지판도 잘 되어 있습니다.
'100미터만 가시면 약수가 있어요'라고도 되어 있고
진짜 약수가 나옵니다.
2시간 남짓 홀로 걷다보니 외롭습니다.
필리핀 부부는 계속 반복되는 길이 싫다고 오던길 다시 돌아 가셨습니다.
저도 두시간을 걷다보니 짜증도 날라 하던차에
1코스가 끝납니다.
매점이 하나 보입니다.
매점에 들어가서 금오도에서 유명하다는 방풍나물전에 막걸리 시킵니다.
계획상 1코스 끝나면 맥주 한캔하고
2코스 끝나면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요
더이상 가기 싫어지네요
밤차타고 내려와서 새벽부터 움직였더니 오전 11시가 되니깐 몸이 쉬고 가라고 아우성 칩니다.
전과 막걸리 한잔하고 저기 보이는 평상에서 낮잠한숨 잡니다.
매점 사장님이 제가 낮잠자는 내내 제 옆에 앉아서
지나가는 등산객들 상대로 이래저래 답변해주십니다.
오늘 제 보디가드십니다.
그날 단체 등산객 50명이 저 매점을 지나갑니다.
꿀잠후 2코스 시작합니다.
2코스는 아스팔트 시작입니다.
올라도 올라도 아스팔트가 끊이지 않고 계속됩니다.
여기서 아시는 분은 뭐 생각나시는 것 없습니까?
저 지금 알바중입니다.
붉은 라인 따라 갔어야 하는데 파란 라인따라 생각없이 뙤약볕 아스팔트 고행중입니다.
일행이 있다는 고마움이 절실 하더라구요
결국 2코스로 못가고 3코스 학동도착
학동 매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2코스 3코스를 스킵할 것인지
다시 3코스 2코스 역방향으로 도전할 것인지...
그런데 두시간 넘게 알바를 하는 동안
발에 물집이 잡혔습니다.
3코스 매점에서 구입한 맥주 한캔과 필리핀부부가 사준 새우깡으로 에너지 충전
3코스 2코스 역방향으로 도전합니다.
다섯개 코스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3코스
흔들다리도 공사중이고
1코스 사장님이 마을근처에서 숙영하란 추천이 없었으면
묵었을 매봉 전망대..
2코스 직포 얼마 남지 않았네요..
다시 2코스 역방향 시작합니다.
2코스는 3코스보다 훨씬 부드러워요
돌길 흙길로 나즈막히
단 가시나무가 많아서 긴팔과 긴바지가 나을듯 합니다.
1코스와 2코스 갈림길...
여기서 방향을 잘못잡아 알바...
다시 여기서 3코스 학동 숙영지는 택시로 이동할랍니다.
발은 물집잡혀 쓰라리고
스틱은 오늘 역할 다했는지 아웃됐습니다.
스틱의 락킹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오늘의 숙영지 학동....
무섭습니다.
외롭습니다.
그리고 오늘밤을 무사히 잘수 있을지....
이런 고민을 한방에~~
몸이 피곤하네요
자물쇠로 텐트 걸어잠그고
짱돌하나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듭니다.
어느새 새벽녁 고기잡이 배들이 출항하나 봅니다.
아침엔 라죽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밥,술,고기....혼자오니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남은 두코스를 위하여 남은 음식은 모두 버립니다.
물론 피같은 처음이도...
이렇게 와보니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간단히 챙겨와서 민박하면 고생 덜했을것 같다는...
그래도 우리는 백패커니까...
다시 4코스 순방향으로 시작합니다.
4코스 마을 심포 도착
바닷물이 무지하게 맑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각코스 끝날때마다 매점에서 맥주한캔으로 에너지를 보충해야 하는데
심포에는 매점이 없습니다.
그래도 꼭 마셔줘야 합니다.
그래야 5코스를 끝낼 수 있으니까요
"짜쟌~!~~~~~~"
병맥주와 글라스 어디서 났을까요?
병맥주 한병과 필리핀새우깡....
이보다 더 맛있는 휴식은 없을것입니다.
각 코스마다 준비되어 있는 음수대
물은 코스마다 여기서 보충하고
4코스 잘 쉬어가는 그늘막
5코스 장지를 향해 또 걷습니다.
돌길과 나무계단....반복되는 업다운
마지막 전망대 숲구지
여기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번 금오도 비렁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이놈도 인적이 그리웠던지...바지를 감싸고 안 놔주네요.
1코스 이후론 인적이 없습니다.
등산객도 거의 없습니다.
4코스 5코스는 표지판도 잘 안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1코스 2코스에서 맛보기 산행만 하고 가시는지...
드뎌 5코스 종주 마지막 이정표
총 18.5키로 마감합니다.
중간 두시간 알바까지 총 몇기로가 될지 계산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1일차 노란색 코스
2일차 분홍색 코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여기서 서울가는 방법
아니 구체적으로 선착장으로 가서 배를 타야 하는데
가장 가까운 안도 선착장으로 가기위해선
저 멀리 보이는 안도대교를 넘어야 합니다.
아님 다시 함구미나 가까운 선착장으로 택시나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오늘은 버스가 한달에 한번 쉰다는 몇째주 목요일이라
택시아님 안도대교 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장지에서 선착장까지 택시비 2만원...
근대 제겐 저 다리를 넘을 힘도 없고 발도 아프고 ㅠㅠ
이때 나타난 구세주~~~
빠라바라바라밤~~~
무거운배낭 메고가는 아가씨 안스럽다며 저를 태워서 안도대교를 넘어 주십니다.
그리곤 저 멀리 보이는 주황색 다리를 넘어가면 안도 선착장...
혼자 오니 이런 경험도 다 해봅니다.
아님 여수시민은 모두 인심이 좋다....
현재 1시경 됐습니다.
안도선착장 출항 배시간은 4시반
일단 점심 한끼를 하고
해삼한접시까지...
아직 출항시간은 남았고
제몸에선 쉰냄새가 납니다.
어디 씻을곳도 없고
식당아주머니께 부탁한번 청하여 봅니다.
흔쾌히 허락하시며
방에서 한숨자고 가라고 권유도 하십니다.
안도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배는
우학리터미널, 여천터미널을 거쳐 여수터미널로 들어갑니다.
배를 기다리던 중
해녀배가 들어 옵니다.
갓잡아온 해삼과 소라 전복까지...
어촌계장님이 싸준 전복, 소라....
아니 어촌계장님이 구경오라고 해서 구경간건데
해녀분들이 어촌계장님 손님이라고 마구마구 싸주시더라구요....
구경에 신이 날즈음
배가 들어옵니다.
1박 2일간의 금오도 여행의 마무리가 시작됩니다.
금오도 서쪽 코스는 도보로
동쪽 코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선상에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바라본 금오도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하고 이번 여행 마무리를 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