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서현정의 월드 베스트 호텔 & 레스토랑
 
버섯 하나가 3억7000만원!
최고의 진미 ‘화이트 트러플’
 
이탈리아 미쉐린 3스타 ‘피아자 두오모’
‘부엌의 다이아몬드’ 송로버섯 시즌, 송로버섯 중에서도 흰 것이 최상품
이탈리아 북부 알바가 세계적 산지, 최고 레스토랑서 최고 식재료 경험
 파스타에 바로 얹어주는 흰 송로버섯. 진미 중의 진미다. [사진 피아자 두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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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그렇게도 뜨겁고 무덥더니, 살랑거리는 바람에 어느새 가까워진 가을을 실감한다. 입맛이고 뭐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가 뭐 맛있는 것이 없을까, 어디 가을에 가기 좋은 곳이 없을까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요리 하기 전의 흰 송로버섯. 이 정도면 엄청난 크기다. 가격도 엄청나다. 무게가 1.5㎏ 나가는 흰 송로버섯이 3억7000만원에 팔린 기록이 있다. [사진 피아자 두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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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식도락의 첫 번째를 꼽는다면 버섯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별미 중의 별미로 송이가 나오길 기다린다. 한우보다 더 비싼 가격이라 안타깝지만, 맛이라도 보기 위해 양양이나 봉화 같은 송이 산지의 축제도 즐겨 찾는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송이는 가을을 대표하는 식재료다.
유럽에서는 트러플(Truffle)이라 불리는 송로버섯을 귀하게 여긴다. 못생긴 감자처럼 모양이 울퉁불퉁해 버섯처럼 보이지도 않지만, 고귀한 향과 독특한 식감으로 로마 시대 이전부터 사랑받아왔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미식가 브리아 사바랭(Brillat-Savarin)은 송로버섯을 ‘부엌의 다이아몬드’라 했고, 예부터 러시아의 캐비아, 프랑스의 푸아그라와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3대 진미로 꼽혀왔다.
 경매장에 나온 흰 송로버섯. 향을 보호하기 위해 유리잔을 씌웠다. [사진 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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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 나무 밑 땅속에 숨어 있는 송로버섯은 훈련된 개나 돼지가 냄새로 찾아낸다. 크로아티아·영국·스페인 등 유럽은 물론이고 호주나 칠레에서도 송로버섯이 나온다. 그러나 세계 최고로 꼽히는 것은 프랑스 남부 페리고르의 검은 송로버섯과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흰 송로버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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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버섯 중에서도 이탈리아의 흰 송로버섯을 더 귀하게 친다. 검은 송로버섯보다도 몇 배 더 비싸다. 이제까지 흰 송로버섯의 최고 가격은 2007년 기록한 33만 달러(약 3억7000만원). 1.5㎏ 한 덩어리 가격이었다. 호두알만 한 것부터 사과만 한 것까지 크기가 다양하나 1㎏이 넘는 것은 드물다. 크기가 커질수록 가격은 천문학적으로 올라간다. 레스토랑도 송로버섯 메뉴 대부분은 검은 송로버섯을 사용한다.
신선한 흰 송로버섯을 만나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귀한 버섯을 맛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산 시즌에 산지를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매년 11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랑게의 중심도시 알바(Alba)로 전 세계의 미식가가 몰려든다. 다 돌아보는데 10분도 채 안 걸릴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에서 흰 송로버섯 축제가 열린다. 축제 때는 경매가 열려 그 귀하다는 흰 송로버섯을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볼 수 있다. 생산자나 도매상에게 비교적 싼 가격으로 살 수도 있다.
 피아자 두오모의 외관.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이자 올해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6위에 오른 이탈리아 북부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다. [사진 피아자 두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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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경험에 특별함과 완벽함을 더하기 위해 뒷골목의 레스토랑 ‘피아자 두오모(Piazza Duomo)’를 찾는다. 올해 월드베스트 레스토랑 16위에 오른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이다. 이탈리아 북부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오래된 건물로 가득한 좁은 골목에 갑자기 나타나는 작은 철문과 테이블이 11개밖에 없는 작은 공간은 ‘과연 이런 곳에 최고급 레스토랑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의외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성에는 당연한 이유가 있다.
 피아자 두오모의 메인 홀. 로맨틱한 분홍색으로 꾸몄다. [사진 피아자 두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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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와인색 문을 열고 2층 리셉션에 들어서면 전문적인 매너를 갖춘 직원들이 환한 미소로 맞이한다. 메인 홀에 들어서면 환상적인 분홍색의 벽화가 감탄을 자아낸다. 나폴리의 예술가 프란체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에게 의뢰한 프레스코화다. 프레스코화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거대한 포도잎은 이탈리아 대표 와인 생산지역인 랑게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표현한다.
피아자 두오모는 2005년 문을 열었다. 미쉐린 3스타를 처음 받은 것은 2012년이다. 셰프 엔리코 크리파(Enrico Crippa)는 북이탈리아 출신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 일본에서 경력을 쌓았다. 엔리코는 알바에서 요리하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쉬운 이유는 와인·육류·치즈·파스타·견과류·송로버섯 등 최고의 식재료가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바롤로·바르바레스코 등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이 생산되며 현대 음식 문화의 흐름을 바꾼 ‘슬로 푸드’ 운동도 16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브라(Bra)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뛰어난 레스토랑도 많아 어렵다고 한다.
 피아자 두오모의 셰프 엔리코 크리파. 이탈리아와 프랑스, 일본에서 경력을 쌓았다. [사진 피아자 두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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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코는 전 세계에서 얻은 경험을 요리에 반영하도록 노력한다. 기존 식재료를 넘어서기 위해 전 세계에서 나는 채소 400여 종을 직영 농장에서 재배한다. 전통을 존중하지만, 현대적인 터치를 더하도록 끊임없이 고민한다.
 피아자 두오모의 와인 리조토. 꽃으로 장식했다. [사진 피아자 두오모]
 피아자 두오모의 에피타이저. 직영 농장에서 직접 기른 채소와 꽃으로 만들었다. [사진 피아자 두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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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로버섯 축제 시즌, 피아자 두오모에서는 특별 메뉴를 준비한다. 고객 취향에 따라 준비된 코스에 송로버섯을 더하는 것. 조금만 넣어도 음식의 풍미를 크게 끌어올린다. 어느 요리에나 더할 수 있는데, 파스타·샐러드 등 단순한 요리도 순식간에 최고급 요리로 변신한다. 아쉬운 점은 가격이다. 1인 250유로(약 32만원) 정도 하는 코스 요리에 송로버섯을 추가하고 와인까지 곁들이면 가격이 정말 만만치 않다. 미식의 고장 피에몬테 랑게에서는 동네 맛집에서 전통 파스타 타야린(tajarin)에 송로버섯을 얹어 먹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일생일대의 경험. 세계 최고의 식재료를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맛본다는 마음으로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서현정 여행 칼럼니스트
인류학 박사이자 고품격 여행사 ‘뚜르 디 메디치’ 대표.
흥미진진한 호텔과 레스토랑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품격 있는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여행사가 없어 아예 여행사를 차렸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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