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월요일은 태균이 제주대학병원 정기검진일이었습니다. 진료시간 적어도 두 시간 전에 CT와 채혈후 검사가 완료되어야 예약된 진료시간에 결과를 볼 수가 있는데, 지난 번 검사가 늦어져 예정된 진료시간 훨씬 이상을 오래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때의 지루함을 교훈삼아 어제는 아예 준이만 주간보호센터에 내려주고 태균이는 바로 병원행!
병원가기 전 미용실에 들러 이발도 하고, 햇살고른 봄날, 엄마와의 단 둘의 데이트는 태균이를 신나게 합니다. 병원가는 것도 태균이에게는 특별한 하루라서 준이만 주간보호센터에 들여보내도 그러려니 합니다.
일전에 결국 실패한 준이의 팔뚝채혈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태균이가 한방에 바로 채혈정도는 거뜬히 치뤄내는 것은 결국 경험의 누적이고, 힘든 경험일수록 처음이 아주 중요해서 첫번째 경험의 성공여부는 향후 어려움 극복의 핵심열쇠인데요, 그걸 치뤄내지 못했으니 두번째 세번째는 더 어려워질 게 뻔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치루게 하는 것은 힘든 점이 유독 많습니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인지적 이해가 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경험일수록 부모가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게 너무 중요한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 외에는 이를 풀어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병원 안에서 행해져야 하는 채혈이나 CT 등은 병원 측의 적극적 보조가 없으면 연습하기가 쉽지 않으니 수많은 자폐친구들이 병원문턱조차 넘어보질 못하는 듯 합니다.
병원 도착해 바로 사전검사가 끝나버리니 진료시간까지는 무려 3시간이 빕니다. 이 시간을 이용해 제주대학병원에서 멀지않은 성판악 주변을 산책할까 하고 가는 중에 만나게 된 한라생태숲! 또 하나의 제주 고유의 숲길이 잔잔하고 고즈녁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몹시 기대되는 것은 왕벚나무 숲길, 조만간 화려한 벚꽃의 비상이 장관일 듯 합니다.
이미 진달래도 활짝, 한라생태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라산은 동쪽에서 바라볼 때와는 확연히 그 모습을 달리합니다. 동쪽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정상은 갈고리같은 모양의 범접하기 어려운 기운이 강하지만 북쪽에서 바라본 한라산은 후덕함 그 자체입니다. 갈고리정상은 결코 오르지 못할 신성한 기운에 기가 죽지만 후덕한 정상은 바로 뛰쳐 올라가도 좋을 듯한 넉넉함이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이끼와 안개정원은 종류별로 나무숲이 조성된 생태숲길이라 부담없이 산책하기에 딱 적합한 코스입니다. 다음에 준이까지 데리고와서 모두다 돌아봐야 되겠습니다. 여기저기 봄맞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이 눈에 뜁니다. 태균이가 찍어준 엄마사진들, 사진 속 봄햇살이 참 좋습니다.
검사결과는 엇비슷하니 정기검진은 3개월에 한번으로 바꾸자며 결론은 뱃살빼라!라는 간곡한 조언입니다. 간단히 처치할 수 있는 것을 이미 어렵게 하는 것은 큰 문제아니겠느냐 라는 것이 오늘의 검진 결론입니다. 뱃살! 뱃살! 뱃살! 태균이에게 돌아오는 내내 저도 강조에 강조를 하게 됩니다. 뱃살빼자!
병원검사와 진료사이 산책에 이어 준이 돌아오는 시각, 준이를 집에 들어가지도 않게 해서 바로 걷기코스로 직행, 섭지코지 뒷편부터 거꾸로 거슬러 섭지코지 일대를 걸어다닙니다. 맛있는 저녁 사주겠노라고 꼬득여서 이리저리 끌고다니며 만이천보 가까이 오늘의 할당량을 채웠습니다. 다시 뱃살빼기 매진시동에 박차를 가해야겠습니다.
무엇을 반드시 이루어내겠어! 식의 단호한 결의는 제가 잘 하지못하는 부분입니다. 억지나 고집을 내세우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고 그저 잘되는 방향으로 꾸준히 실천해가는 것 정도가 저의 태도인데 이런 정도로는 한계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유전적으로 저의 체질DNA를 받았으면 얼마나 편할까요? 적어도 비만에의 걱정은 없을테니...
그저 열심히 다시 해보는 수 밖에 또 뭐가 있을까요? 완이가 집에 돌아간 후 간식비는 정말 거의 들지않을 정도로 간식은 크게 즐기지도 않고 하루 두세끼가 다인데도 일단 불어난 몸이 요지부동이니 이제는 다이어트 전문가가 되어야 할까요?
첫댓글 매순간 행복을 창조하는 대표님이 도인같습니다.
아니 은둔처가 아닌 삶 속의 행복 누리기는 도인급이 아닌 최고 급입니다.
태균씨 폭식만 없음 뱃살 빠질거고, 걷기는 준이에게도 최고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