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해변의 길손, Stranger on the Shore
매운탕 거리로 삼숙이가 최고였는데, 어느덧 뒷방 차지가 되었고.
요즘에는 물고기 축에도 못 끼던, 아귀와 도치(심통이)가 상전 대우를 받는다.
아귀찜으로 한 끼를 때우고 있는데, 대추 빛 얼굴에 기골이 장대한 사내가, 술을 남겨두고 일어서면 내가 아니지. 옛 따! 잔 받으시오.
여보! 마시다 남은 퇴주잔을 내미는 법이 어디 있소?
잘못 했소! 벌주나 한잔 따르시오. 하고 넙죽 절을 한다.
별 놈 다 보겠네!
사내는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주문진 수산고등학교 동창 장봉우 사장에게 물어보면, 내가 누군지 알 것이요.
남애항에서 어촌계장직을 맡고 있소. 머구리배도 운영하고요.
바다 밑에서 하는 일이라, 소주를 됫병으로 나팔 부는 일은, 일도 아니오.
얼굴이 검은 것은, 해풍에 검게 탄 것이 아니라, 술병으로 간이 부은 것이요.
입담이 얼마나 좋은지!
1년이 지났다.
부근을 지나다가 생각이 나서 들렸더니, 댓돌바람으로 뛰어나와, 내 가방을 뺏어 어깨에 들쳐 메고, 성큼 성큼 앞장을 섰다.
나는 안동에서 시제를 지내고, 동해안을 한 바퀴 돌아, 설악산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선산 산지기가 양푼만한 상황(桑黃)버섯을 땄는데 간에 좋으니, 드시라고 합디다.
보답하려고,
삼국지 읽는 놈과는 말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다니던 나관중 삼국지를 주었습니다.
상황버섯은 간에 특효라니, 건강한 나보다 당신에게 더 요긴할 것이요.
어부와 하루
어떤 부자가 별장을 지었는데, 관리비만 보내고 오지 않으니, 여기서 유숙하시지요.
다음날 어선 통통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사내는 자기의 일상을 보여주겠다면서, 머구리배에 시동을 걸었다.
잠수한지 얼마 안 되어, 망태기를 뱃전으로 끌어올렸다.
와! 말로만 듣던 대왕 문어가 나오고. 소라, 해삼, 성게, 멍게가 쏟아졌다.
문어 다리는 어른 팔뚝 만 했다. 맛을 보니 감탄사가 나왔다.
처음 보는 돌 멍게 향은 어찌나 진한지!
서양에서 해삼은 바다 벌레(Sea worm)이라, 먹지 않는다. 와! 여기 해삼은 검정고무신 같이 크고, 질기기가 고무줄이다.
사내는 뜬금없이, 번개탄 화덕을 꺼냈다.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웬걸! 성게알을 파전처럼 붙였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고만 해라. 입에 침이 고인다.
선상의 하루는 짧기만 했다.
설악산에서 세미나가 있어, 출발해야 한다고 하니, 눈물을 글썽거리며,
‘친구야! 다시 올 거지?’ 어찌나 순박한지!
언제 넣었는지, 트렁크에 해산물이 실려 있었다. 선물이라기보다 뱃놈의 정이리라.
오늘 흐리면 내일은 맑겠지! 오늘 못 잡으면 내일은 잡히겠지. 어부는 여유가 한 가득이다.
아인슈타인
갈매기가 없는 바다는 죽은 바다다.
바다에서 물고기가 사라지면 인류는 몇 년 안에 멸망할 것이다.
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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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SIHNzaN0B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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