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휘프라는 악기가 내는 소리를 어머니와 외사촌 언니가 내던 다듬이 두드리는 소리라니! 그것도 어둠 속에서 말없이 서로의 한을 풀어내던 소리라니! 그 다듬이 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던 기억을 소환하는 시인은 여러 악기가 섞여서 내는 소리의 협주에서 한 악기의 소리를 골라내는 놀라운 귀를 가졌다. 두 방망이가 서로 부딪치는 일도 없이 고음에서 저음으로 번갈아 낼 때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풀 먹여 두드린 이불 그 빳빳한 첫 느낌이기도 하리라. 시인의 마음속 찌꺼기까지 사각사각 빠져나갈 듯이.-박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