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보았다. 연초부터 그의 뒷모습이 박힌 책 표지가 페북에 돌아다녔고,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듯한 감상평들이 출렁거렸다. 말 그대로 이마에 와서 부딪히는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스포 많음)
그리하여 만나본 <김장하>는 천사와 계약을 한 사람이었다. 천사는 스무살 때부터 그분이 한약방을 통해 사람들의 몸을 보살피면, 그 한약방 문지방이 닳도록 사람들이 찾아들게 할 것을 약속했고, 대신 돈이 벌리는 족족 온 사방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것을 당부한 것이 그 계약이다. "돈은 쌓아두면 똥이 되고, 생기는 대로 널리 뿌려두면 거름이 된다"는 철학은 그렇게 실천 된다. 아마도 천사와의 계약 기간이 60년이었던 모양. 그는 여든에 이르러서야 잠도 실컷 자고, 여행도 가고, 아내와 여가도 즐기는 삶을 누리기로 했다. 한약방이 역대급으로 잘됐다는 면에서 그는 기막힌 행운을 누렸다고도 할 수 있지만, 누구든 나이 스물에 이런 계약을 하자고 천사가 찾아왔다면, 거기에 선뜻 응했을까?
그 천사와의 계약엔 한가지 조건이 더 있던 모양이다. 선행을 세상에 알리지 말것. 그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선행을 감추었다. 김주완 기자의 완강한 기자 정신이 들이밀지 않았다면, 감춰졌을 얘기다. 쇼킹한 소식을 장사 밑천으로 하는 저널리즘의 속성은 미담 발굴에 게으르다. 기껏 발굴해 놓은 미담 뒤엔 자질구레한 뒷얘기들이 따라오기도 한다. 하여 감춰진 밝음을 캐내는 결단은 몇 배 더 힘들었을 터이다.
김장하 선생은 노무현이 대통령 당선 후, 만나기를 청했을 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자신이 설립한 학교에 공평하게 선발했던 교사에 대해서도, 국회의원이 특별히 잘 보살펴 줄 것을 당부하자 임용을 취소했다. 전교조 교사 해고를 종용하는 교육부의 명도 거역했다. 권력과는 거리를 두었고, 압력에는 결코 굴하지 않았기에 털어도 먼지 안나오는 사람으로 살아야했다. 그런 삶을 유지하는 건 결코 간단치 않았다.
그러나, 연극하는 학생들, 환경운동 하는 사람들, 지역 문인들, 가난하지만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 세상의 소금이 되고자 했던 언론인들, 몸을 피할 곳이 필요한 폭력 피해 여성들,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겐 기꺼이 도움을 주었다. 자신이 장학금을 준 학생이 데모하여 감옥에 가면, 그 또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청년이 몸을 던진 일이니 값진 일이다 하셨다.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지만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하여 죄송하다는 이에게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라하셨다.
90년대부터 진주가 교육도시란 얘기를 풍문으로 들었다. 왜? 어쩌다? 대도시도 아닌 진주가 교육도시란 칭호를 얻게 됐는지 모르나, 그래서 자부심 강한 동네란 얘기도 들었다. 이제보니, 그것은 김장하라는 사람이 뿌려온 씨앗이었고, 그의 마음과 행동이 온 도시 사람들에게 초자아로 작용하여 거둔 결실이었나보다. 가야의 영토이기도 했고 백제의 땅이기도 했던 진주라는 동네가 귀하게 느껴졌다.
선생은 가난하여 공부할 수 없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가난이란 걸림돌을 청년들의 미래에서 치워 그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도록 도움을 주었으나, 그가 긴 대학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직관과 본성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결의 사람들에게 손길을 건낼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천사는 김장하 선생하고만 그런 계약을 했을까? 그 계약을 기꺼이 받아들여 천사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맑은 땀을 흘리며 사는 고운 사람 분명히 또 있을 거다. 김장하가 뿌린 씨들에서 분명 또 다른 싹들이 자라 성장하고 있을 터이다.
남편한테 김장하 선생 이야기를 들려주니, 당장 프랑스의 Actes Sud 나 Picquier같은 출판사에 소개해 번역 출간 계약을 하라고 난리 난리. 프랑스 사람들도 이런 인간의 존재가 가능하다는 거 알아야 한다고. 아직 책은 만져보지도 못했건만...
첫댓글 이시대 진정한 선생님
두편모두 2시간넘게 알차게 보고
마음이 짠하다 진정 오블로스 노블리즈를
실천하시는 참 선생님을 보았다
존경해 마지 않는다
사간내서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강추3#####
2부에 우리종인 우종원씨가 나옵니다
장학생으로 공부하어 지금은 일본 대학 교수 로
장학금 받고 특별한 사람이 못돠어 죄송합니다
하니까 내가 그런거 바라고 한것 아니다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이 지탱하는거다
돈이라는게 똥하고 같아서
모아놓으면 악취가 나지만
밭에 뿌리먼 좋은 거름이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