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에서 여름나기를 읽고.
절친은 항시 가까이 있고, 공유하고, 서로 나누는 사이이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이장우 교수와 절친 관계라 하지만 항시 떨어져 있다.
일 년의 반, 6개월 간은 나의 생업 때문에 한국을 떠나있어야 하고,
나머지 6개월간마저 같은 땅을 밟고 있어도
한 철에 한 번 만나 식사 한번 하기도 쉽지 않다.
절친은 오히려 떨어져 있다는 것이 나와 이교수와의 관계이다.
지난번 돈황 여행때도 그랬다. 함께 부부동반으로 떠나기로 했지만
결국 홀로 한 많은 돈황을 떠돌며 가끔 그를 생각했다.
멀리서 오히려 그리워한다?
마치 연인 사이 같은 표현이다^^
그러나 떨어져 있으니 오히려 친구를 깊이 파악하게 된다.
일상으로 만나며 느끼지 못하는 내면이며
친구의 습관적인 말이 내포한 뜻을 생각하게 된다.
어떤 때는 상상으로 걸맞지 않는 상황에 위치시키고
그에게서 일어날 반응을 생각하며 혼자 즐기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나는 절친을 끼고 다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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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 교수 부부와 진관사입구 한옥촌을 소요한 적이 있다.
그곳이 나의 절친 이교수의 피서지가 될 줄이야.
황량하기까지 한 벌판에 한옥이 한참 들어서고 있었고
설계된 한옥들은 외형 한옥에 내부 양실의 가히 동서 융합형들 이었다.
그곳 커피숍이 내 절친의 피서지라니.
막걸리 한모금에도 온통 홍당무가 되는 절친,
커피를 인생 묘미 맛보듯 마시거나
나처럼 잠깨는 약으로 퍼마시는 모습을 본적이 없는 절친.
그런 내 절친이 커피숍에 앉아 피서하는 모습은
내 상상을 전복시킨다.
그뿐이 아니다.
경상도 골수인 내 절친이 김대중 자서전을 커피숍에 앉아 연사흘 계속 읽었다?!
그리고 7전 8기식 인생여정이며 정치적 식견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고 실토를 한다.
나는 이북출신의 전형적 이산가족이어서
전라도, 경상도의 편견에서는 자유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편견을 헤매야한다.
북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기가 죽는다.
그리고 묵비권으로 일관한다.
잘못했다간 좌빨, 북간첩이란 올가미 감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미운사람에게 그런 올가미를 씌어 놓고 아니란 사실을 반증하라고
다그치는 것이 오늘의 한국사회이다.
지난 시대의 미국의 매카시즘을 꼭 닮아있다.
역시 침묵은 금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 절친 이교수가 김대중의 다른 면모를 발설한 거다.
누가 내 절친을 두고 시비 걸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를 두고 북쪽이야기라도 한마디 들려 줬음 좋겠다.
그는 이 사회, 이 정치의 보장된 출신이니까.
그리고 어떤 편견에서 휘둘리지 않는 무입장의 입장을 견지하니 말이다.
혹 이글을 내 절친이 읽는다면
그 커피숍에 가서 달랑 커피 한잔시켜 놓고 몇 시간 죽치지 말고
비싼 냉커피거나, 스무디(Smoothy) 혹은 빙수에 케이크도 곁들여 드시길^^
다음 번 함께 가면 차액은 단연 내가 지불하리다.
뉴햄프셔 시골집에서
절친이 읽고 화답하다.
이민용 합장_()_
첫댓글 글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런 글을 읽게 해주신 두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선생님 강의를 들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