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사랑하는 법
인도 성지순례에서 생긴 버릇
그날 이후 저는 인도 성지순례 내내 만나는 이에게 먼저 “하이(Hi).”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제가 웃으면서 인사를 하니 그들도 반갑게 답례를 했지요.
사람들은 대부분 낯선 사람을 보면 겸연쩍어서 선뜻 인사를 건네지 못합니다. 마음의 벽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의 벽을 허물면 사람들은 누구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내내 저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 도 그 버릇은 제 몸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인사를 건넬 때마다 저는 어느 누구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모든 사람을 부처님으로 받들어 모신 상불경보살을 떠올립니다.
인사를 받는 사람 안에 있는 부처님 씨앗이 제 인사를 받고 싹이 트길 기도합니다. 제 인사가 모든 사람을 부처님으로 기르는 비가 되어 내리길 기원합니다.
웃음은 웃음을 부릅니다. 반면 슬픔은 슬픔을 부릅니다. 화가 많은 이는 타인을 화나게 하고, 흥이 많은 이는 타인을 흥이 나게 합니다. 이 세상에 외따로이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감정도 누군가와의 교감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가족, 학교, 동아리, 군대, 회사 등 수많은 집단에 소속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존재를 증명 해줄 수 있는 것도 그 사람과 관계된 집단입니다.
무인도에 살거나 대인기피증에 걸린 이가 아니라면 사람은 누구나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자비 명상을 지도 하면서 되도록 대화를 유도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다못해 두 시간짜리 강연에서도 관객이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애를 씁니다. 이를테면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짝을 이뤄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이끕니다. 관객들은 처음엔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서로 살갑게 대합니다.
사실 그 친밀감은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데서 오는 유대감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라도 되는 양 대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의 장벽을 거두기 때 문입니다.
서로가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저는 템플스테이나 수업을 진행할 때 몇 가지 방법을 씁니다. 먼저 서로의 장점을 칭찬하도록 합니다. 처음 보는 사이에서는 대개 외모에 관한 칭찬이 많은 데, 칭찬을 들은 이는 대번에 얼굴이 환해집니다.
칭찬을 주고받으면서 사람들은 굳게 닫혔던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이어서 서로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말하게 합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한결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마지막에는 서로에게 “당신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하게 합니다.
제가 이런 방법을 쓰는 이유는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대화가 사랑하는 법을 일깨워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를 나눌 때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습니다.
명령하거나 지시하는 말, 경고하거나 협박하는 말, 설교하는 말은 되도록 삼가야 합니다. 이런 말을 내뱉는 건 권위적인 화법이어서 듣는 이에게 반감을 사기 쉽습니다.
권위적인 화법을 쓰는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수직 관계로 보기 때문에 건강한 토론을 할 수 없습니다. 무조건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역으로 무조건 상대방을 칭찬하는 화법도 삼가야 합니다.
전자는 듣는 이의 열등감을 자극하고, 후자는 듣는 이의 자만심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하던 이야기에서 벗어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시도도 삼가야 합니다. 이는 일종의 회피로, 대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대화는 ‘마주 보고’ 이야기한다는 뜻입니다. 대화의 시작은 상대를 마주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절대로 상대를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밑에서 올려다보지 않는 것 입니다.
상대를 자신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볼 때 더욱 진솔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이 세상의 하늘 아래 땅 위에 나 홀로 존귀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마도 은유적인 표현이겠지요.
부처님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한 말은 언뜻 들으면 대단히 오만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문장에서 ‘나’가 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가리킨다면 어떨까요? 이렇게 보면 부처님의 첫마디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존귀하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것이 부처님 첫마디에 담겨 있는 참뜻입니다.
자신이 존귀하듯이 남도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게 삶에서 추구해야 하는 참된 가치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라면 누구에게나 사랑을 베풀 수 있으니까요. <계속>
글 | 마가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