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 2,6-15; 루카 6,12-19
+ 오소서 성령님
비가 오더니 날이 시원하다 못해 좀 쌀쌀해진 것 같아요? 갑자기 달라진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였으니 그분 안에서 살아가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직역하면 “그분 안에서 걸어가십시오.”인데요, 그리스도 안에서 ‘행동하라’,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라’라는 의미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머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더 나아가 그분 안에서 ‘걷고’, 그분 안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M.K. Birge, 1434) 식물은 어디에 뿌리 내리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라는 토양에 뿌리 내려야 합니다.
사도께서는 이어서 권고하십니다. “아무도 사람을 속이는 헛된 철학으로 여러분을 사로잡지 못하게 조심하십시오. 그런 것은 사람들의 전통과 이 세상의 정령들을 따르는 것이지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사람을 속이는 헛된 철학’은, 당대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정통 철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문제 되는 사이비 종교들처럼 사람을 현혹하는 그릇된 가르침을 뜻합니다.
이어서 “세상의 정령들”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직역하면 “우주의 원소들”입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요, 흙, 공기, 불, 물과 같은 원소가 신으로 숭배되었기에 그것을 가리킨다는 해석도 있고, 우주의 근본 원리, 또는 천체, 또는 물질세계나 인간의 운명을 지배한다는 영들을 의미한다는 해석들도 있습니다. 무엇으로 보든, 참된 가르침이 아니라 당대 사람들이 믿었던 잘못된 가르침을 의미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어서 “여러분은 또한 그분 안에서 육체를 벗어 버림으로써, 사람 손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할례 곧 그리스도의 할례를 받았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여기서 ‘육체’는 다르게 번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육체를 벗어 버리면’ 죽죠? 육체가 아니라, ‘육적인 몸’(σώματος τῆς σαρκός)이라 번역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두 가지 몸을 구분했는데, 육적인 몸과 영적인 몸입니다. 우리의 몸이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살 때 영적인 몸이 되고, 성령의 인도를 거슬러 육적인 욕망만을 추구하면 육적인 몸이 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우리가 육적인 몸을 벗어버리고, 우리의 몸도 성령의 인도를 따라 영적인 몸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들을 담은 우리의 빚 문서를 지워 버리시고, 그것을 십자가에 못 박아 우리 가운데에서 없애 버리셨습니다.”
기원전 500년경부터 기원후 70년까지를 제2 성전 시대라 일컫는데요, 이 시기에 ‘죄’를 ‘빚’이라고 표현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D. Hamm, 201)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으로써 이 빚문서를 지워 버리셨다 즉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셨다고 하시며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결론짓습니다.
“권세와 권력들의 무장을 해제하여 그들을 공공연한 구경거리로 삼으시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들을 이끌고 개선 행진을 하셨습니다.”
자신을 숭배하라며 우리를 억압하고 괴롭히던 세력의 무장을 해제하시어 구경거리고 삼으시고,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들을 이끌고 개선 행진을 하신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산에서 밤을 새우시며 기도하신 후 열두 사도를 뽑으십니다. 메시아께서 오시면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다시 모으신다는 믿음이 있었는데요,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열두 지파를 다시 모으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스라엘을 선발하십니다.
이는 단순히 몇몇 제자를 선택하신 것이 아니라, 당신으로 말미암아 시작된 하느님 나라가 우리 안에 와 있음을 알리시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구약의 열두 지파가 아니라 새로운 하느님 백성이 소집되었고, 우리 역시 그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병든 사람, 더러운 영에 시달리는 사람,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예수님 앞으로 나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 주십니다.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말씀하신 바와 같이 ‘사람을 속이는 헛된 철학’이 우리를 속이려 하고, ‘권세와 권력들’은 우리를 무력으로 굴복시키려 했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진리로 이끄시며, ‘권세와 권력들’을 무장 해제시켜 구경거리로 만드십니다. 우리를 일으켜 세우시고 거짓 권세와 권력들로부터 우리를 해방하십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그리스도 안에 뿌리내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걸어야겠습니다. 사람들을 현혹하는 헛된 가르침을 잘 식별하고, 진리이며 자유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걸어가야겠습니다.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사도들을 부르심, 1481년
출처: File:Ghirlandaio, Domenico - Calling of the Apostles - 1481.jpg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