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차 한 잔의 여유 인사동 나들이
언제부터인가 인사동에서 고즈넉함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 되었다. 구색만 갖춘 프랜차이즈 상점들의 한글 간판들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인사동은 바삐 돌아가는 도심 속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이다. 복작복작한 큰길을 벗어난 작은 골목 안, 시원한 바람과 함께 청량한 여유를 즐겨보자.
북촌과 종로 사이에 위치한 인사동은 조선시대 중인들의 주거지였다. 조선 초기 이래로 조선 미술 활동의 중심지가 형성되었고 1930년대 이후 고미술 관련 상가가 들어서며 골동품 거리로 자리 잡게 된다. 본격적인 미술 문화 거리의 성격을 띠게 된 건 1970년대부터다.
최초의 근대적 상업 화랑인 현대화랑이 들어서고 뒤이어 상설 전시 판매장 형식의 화랑들이 모여들며 골동품과 고미술, 화랑, 고가구점 등과 함께 명실상부한 전통문화 예술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 88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적인 분위기가 살아 있는 인사동은 매력적인 곳이었다. 고미술품과 민속공예품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렇게 인사동은 외국인들에게 '서울에서 꼭 한 번 들러야 할 곳'이 됐다.
1 인사동의 명소 쌈지길.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
2 인사동 작은 골목을 파고 들어가니 오래된 골동품 가게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사동의 명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유흥 주점과 국적 불명의 공예품들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높은 임대료 때문에 오랜 시간 인사동을 지켜온 화랑들은 하나 둘 둥지를 떠났다. 그 자리를 간판만 한글로 바꾼 상업 점포들이 채우며 전통과 예술로 대표되던 인사동은 제 모습을 잃어갔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확산되며 2006년 서울시에서 '인사동 제 모습 찾기' 운동을 벌이는 등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일본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나며 인사동의 상업화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3 인사동 맛집 '사과나무'. 마당에 들어서면 사과나무가 손님을 반긴다.
4 평일 오후, 낙원상가 내 악기들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
5 한정식집과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인사동 골목.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두대문집.
6 시를 읊듯 행인을 붙잡는 찻집 간판.
그럼에도 인사동은 매력적인 동네다. 바쁜 도시의 일상이 달음질치는 종로통 지척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와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시원한 막걸리와 다양한 메뉴의 우리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한정식집, 전통과 예술이 놀이터를 이룬 쌈지길, 행인들에게 구수하게 말을 건네는 전통 찻집과 고즈넉한 한국의 미가 느껴지는 화랑들, 선물처럼 펼쳐지는 거리 공연까지, 인사동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드는 즐거움이다.
낯선 이들과 어깨를 부딪쳐야 하는 소란스러움이 싫다면 인사동길 양옆으로 뻗어 나가는 작은 골목길로 파고들어보자. 오래된 헌책방과 골동품 가게에서 100년 전 서울의 모습을 만날 수도 있다. 호기심 많은 걸음을 잠시 쉬어 경인미술관 전통다원 앞마당에 앉았다. 잔잔한 찻잔 위로 바람 한 점이 지나가니 초여름의 호사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7 지인과 나우는 차 한 잔이 여유롭다. 경인미술관 전통다원.
8 줄을 서서 먹는 다는 호떡. 인사동의 유명한 간식거리다.
9 인사동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얼굴, 길거리 점집.
인사동 가는 길
● 종로3가 탑골공원 옆.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5호선을 이용하는 경우 5번 출구가 가깝고 1호선을 이용하는 경우 1번 출구가 가깝다. 3호선 안국역에서는 6번 출구로 나와 직진, 북인사 관광안내소를 끼고 좌회전하면 된다.
출처 -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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