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바달다품(提婆達多品)제12』-(3)용녀의 즉신성불
『제바달다품』의 후반에서는 용녀성불(龍女成佛)이 설해져 있습니다. 제바달다에 대한 수기(授記)가 끝나자 다보여래(多寶如來)의 시자(侍者)인 지적보살(智積菩薩)이 본토(本土)인 보정세계(寶淨世界)로 돌아갈 것을 요청합니다.
석존께서는 지적보살에게「문수사리보살(文殊師利菩薩)과 묘법(妙法)에 관해 대화한 뒤에 돌아가라」고 고(告)하셨습니다. 그러자 문수사리보살이 대해(大海)의 용궁에서 찾아 왔습니다.
지적보살이「당신은 용궁에서 얼마나 많은 중생을 교화(敎化)했는가?」 라고 묻자, 문수보살은「그것은 무량하여 헤아릴 수 없다. 단지 나는 오로지 묘법(妙法)을 설하면서 화도(化導)해 왔다」라고 말하고 이어서「용왕의 딸인 여덟 살 난 용녀(龍女)는 법화경을 듣고 그 자리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별교(別敎)에 집착하는 지적보살은 그것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때 용녀가 갑자기 석존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것을 본 사리불(舍利弗)이 또「여인은 보기(寶器)가 아니며 또한 범천왕(梵天王), 제석(帝釋), 마왕(魔王), 전륜성왕(轉輪聖王), 불신(佛身)이 될 수 없다」라고 오장(五障)을 열거하며 그 깨달음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용녀는 삼천대천세계 만큼의 고가(高價)인 보주(寶珠)〔여의주〕를 석존께 바치고, 석존께서도 곧바로 그것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용녀는 지적보살과 사리불을 향해「나는 석존께 보주를 바쳤고, 석존께서 받으셨다. 이 일이 일어나는 시간이 어느 정도 였는가?」라고 물었습니다. 두 사람은「겨우 한 순간의 일이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용녀는「그러면 저의 성불을 잘 보시라. 이 일보다도 빠를 것이니까!」라고 말하며 눈앞에서 순식간에 남성으로 변하였고 〔변성남자(變成男子)〕, 남쪽의 무구세계(無垢世界)에서 보연화(寶蓮華)에 앉아 성불하여 중생을 위해 묘법을 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즉신성불(卽身成佛)의 현증(現證)을 직접 눈으로 본 대중들은 크게 환희하여 멀리서 예배하고, 무량한 중생이 불퇴(不退)의 경지에 도달하였으며, 또 성불의 기별을 받았습니다. 지적보살 · 사리불과 의심을 품었던 사람들도 그저 조용히 신수(信受)할 따름이었습니다.
대성인님께서는『開目抄(개목초)』에서 「용녀(龍女)의 성불(成佛), 이는 일인(一人)이 아니라, 일체(一切)의 여인(女人)의 성불(成佛)을 나타내느니라. 법화경(法華經) 이전(已前)의 모든 소승경(小乘經)에는, 여인(女人)의 성불(成佛)을 허락하지 않았느니라. 모든 대승경(大乘經)에는 성불왕생(成佛往生)을 허락하는 듯하지만, 혹은 개전(改轉)의 성불(成佛)이며, 일념삼천(一念三千)의 성불(成佛)이 아니므로,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성불왕생(成佛往生)이니라 」 (어서 563)고 이 용녀의 성불은 모든 여인이 법화경에 의해 성불하는 증험이라는 것을 교시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전권경(爾前權經) 중 권대승경(權大乘經)에서도 일왕(一往)은 여인의 성불왕생(成不往生)이 허락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개전(改轉)의 성불」이고, 일념삼천의 성불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개전의 성불이란 즉신성불에 상대되는 말로, 여인은 남자로 다시 태어나고, 그리고 나서 성불한다는 것입니다. 즉 이전경에서는 여인은 죄장(罪障)이 깊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각종 선근(善根)을 쌓아 일단 남자로 환생하고 나서 성불한다고 하는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성불이라고 설하신 것입니다.
그에 반해 법화경은 여인은 여인인 채로, 악인은 악인인 채로, 이승(二乘)은 이승인 채로, 십계(十界)의 모든 중생이 즉신성불(卽身成佛)한다는 일념삼천(一念三千)의 성불의 가르침이라고 밝히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용녀가 남자로 변하여 성불의 상(相)을 나타냈는가 하면, 그것은 석존의 숙익(熟益) · 탈익(脫益)의 화도로서 여인불성불(女人不成佛)과 역겁수행(歷劫修行)에 집착해 있던 지적보살 · 사리불 등의 의구심을 털어내기 위한 방편화타(方便化他)의 상(相)인 것입니다.
하종성불(下種成佛)의 상(相)에서 배찰하면, 용녀가 보주를 석존께 바치고 석존께서 보주를 받으신 때에 이미 용녀는 묘법에 의해 정각(正覺)을 얻었으며, 개전의 성불을 거치지 않고 축생의 몸인 채로〔사신(巳身)〕, 여인의 몸인 채로 즉신성불〔내증성불(內證成佛)〕하였다는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