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전사
내가 태어나 걷기 시작하고 기억을 가지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들었던 말 중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예쁘니까, 집이 잘 사니까 이었다 어렸을 땐 마냥 칭찬으로만 들어 이런 말에 생글생글 웃고 다녔다
난 다들 이 정도는 사는 줄 알았다 내가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아빠한테 말하면 아빠는 항상 장난 식으로 투덜거리며 다 해줬다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뭐 이런 생각이 없지는 않다 남들도 나랑 비슷한 줄 알았고
친구들이 갖고 싶은 걸 말할 때면 부모님한테 말해라고 했고 나와 다른 가정 형편의 친구들은 아... 어 그래야지...라며 눈치와 주눅이 드는 친구와 사는 게 다 너희 가족 같지 않다며 대놓고 재수 없다고 말하는 친구 이렇게 두 가지의 반응을 보였다
이때부터 우리 집이 특별하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아빠가 하는 일이 마을에서 유일한 일이니 더욱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이 하루하루를 살다 어느덧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친구들은 하나 둘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밤을 새우며 공부를 하고 졸지 않기 위해 일어서서 공부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저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지? 다들 괴로워하는데 왜 굳이? 뭘 위해서?라는 생각이 커지고 커져 나에게서 공부라는 단어가 점점 지워져갔다
나와 같이 음악 시간에 노래 부르던 아담도 공부한다고 음악 시간에 문제를 풀던 모습을 보며 난 더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나는 노래의 여유로움이 좋다 사람들이 왜 하기 싫은 걸 저렇게 하는지 이해는 안가지만 내가 말릴 수 없었다
말리면 말릴수록 그래 넌 집이 잘 사니까라는 말이 되돌아와 더 이상 얘기를 꺼낼 수 없게 되었다
친구들이 바쁘게 살수록 나는 더욱 더 여유로움을 즐겼다
숲길을 혼자 산책하며 새소리를 듣고 풀밭에 앉아 노래도 부르며 나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며 행복하고 소소한 시간을 보냈다
엄마도 이러한 나의 삶을 존중하며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의 선택을 지지해 주었다 물론 아빠는 잔소리가 심하긴 했지만 난 내가 듣고 싶은 대로만 들었다ㅎㅎ
어느덧 라움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큼 컸을 때 다들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조금 심심해 일을 할까 생각은 했지만 막상 하려니 마땅한 일도 없고 난 지금 내 생활에 만족해 굳이 일을 구하지 않았다 숲-집-정원을 반복해 돌아다니며 심심하면 프레이야와 이야기하러 대장간에 가기도 했다
프레이야는 말을 잘한다 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좋은데 프레이야와 이야기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프레리야는 어떨지 모르지만 난 좋다
프레이야와 아빠가 재료를 얻으러 잠시 외출하고 난 대장간을 꾸미고 있었다 아빠가 보면 대장간이 이게 뭐냐고 잔소리할 게 뻔하지만 난 내가 마음 가는 대로 이쁘게 꾸미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청년이 대장간을 찾아왔다
아빠가 없어 금방 돌아가긴 했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이 이상하고 묘한 느낌이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녔다
그렇다고 첫눈에 반한 건 아니다 엘리가 그렇게 쉬운 여자는 아니거든... 근데 이상하게 자꾸 눈에 띈다
어제는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오늘은 나이를 들었다
뭔가 퀴즈를 푸는 느낌이다 머리는 아프지만 에이든이라는 청년이 어느새 나의 일상에 들어와 마음 한곳에서 자꾸 커져만 갔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 생각을 할까?
나만의 숲길에 에이든의 발자국이 생기며 서로에 대해 알아 가고 서로가 너무 좋아졌다 난 에이든과 결혼을 할 거다
에이든의 과거와 환경은 생각도 안 할 거다 난 에이든이 좋으니까 이 이야기를 프레이야한테 했더니 프레이야가 표정이 좋지 않다 에이든 이야기만 하면 태도와 행동 말투가 바뀌니 눈치가 없는 나도 알아챌 정도다 근데 뭐 딱히 신경은 안 쓴다 입이 자꾸 근질거려 엄마한테도 말했다
엄마는 이번에도 응원해 줬다 엄마는 항상 내 편이다
아빠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반대해도 난 흔들리지 않을 거다 절대로 아무한테도 흔들리지 않을 거다 진짜다!! 진짜라니까!!! 난 내 의견을 밀어붙일 거다 정말로!!! 진짜로...
일단 에이든 사랑해 우리 빨리 같이 살자
수정 전
첫댓글 여기 벤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