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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5일
책명-대구의 수필 연간집
◉ <아직은 여백으로 두고 싶다> 박헬래나 수필 평
<대구의 수필> 2023년 19호 연간집을 받았다. 장장 500페이지의 연간집인데 첫 장에 박헬래나수필가의 <아직은 여백으로 두고 싶다>를 문학상 수상 작품집으로 선정하였다는 평이 장장 5페이지에 이르렀다. 내가 좋아하던 수필집인데 상을 받으셨다니 우선 반가웠다. 요약해 보니, 수필을 원뿔 모양으로 정의해두었다. 작가의 경험 세계를 밑바탕으로 통일성 있게 구성하는 한 변과, 유려한 문장을 한 변으로 해서 개성과 보편적 의미를 원뿔로 나타내어 사유하며 해석하는 능력이 돋보여 문학상에 선정하였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저번에 헬레나 선생님께 써 보낸 독후감 내용과 비슷했지만, 심사자는 내가 미처 언급하지 않았던 ‘끓이다’와 ‘취하다’를 잘 정리해 보였다. 호박범벅을 끓이는 과정에서 동음이의어 ‘끓이다’에서 유사성을 찾아내어 ‘호박죽이 끓는 현상’과 ‘가슴 끓이는 일’을 결속시킨 역량에서 동음 이의어를 동음 동의어로 만드는 재치, 은유의 사유가 번득인다는 평이 전문가 평을 만족시켰다. ‘취하다’도 꽃을 피우려는 난초에 자아를 투사하여 정서 동일화를 추구, 작가의 지성적 판단과 확장적 해설이 돋보였다는 평도 좋았다. <진실 그 너머에>는 ‘진품명품’ 감정 의뢰 결과 진품은 아니지만 예술적 가치에 더 역점을 둔 작가의 반전과 발견의 해안에 공감해 준 심사자의 심성이 작품과 함께 빛났다.
◉<미완성 연가> 가슴에 쟁여둔 못다 한 말들을 쏟아낼 마당을 얻어 작품을 쓴다. 사랑에는 기억과 희망에 호소하는 것이 있어서 저능한 지능과 냉정한 마음의 소유자라도 이 말의 희미한 빛만은 느낄 수 있다고 학자들이 입을 모았단다. 일생 고독했던 엄마는 새 사랑을 하겠다며 자신의 가치를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다는 사랑 앞에 내세웠다. 배신감이 들만큼 행복해 보였다. 자식들의 일관된 침묵 탓인지 엄마는 말문을 닫고 연가 한 소절만 써놓고 마무리하 못한 채 깜깜해지고 말았다.
◉ 인간의 감정 중에 가장 진실한 것이 사랑이라 하는데, 요즘 노인의 마지막 사랑은 ‘요양간병사’ 라는 말이 있다. 어머님이 2011년 12월 13일에 돌아가셨으니 십년이 넘었지만, 집에 요양간병사를 들여 꼼짝 못하는 어머님 간병을 부탁할 때 일이다. 평소에는 자식들이 가서 용돈을 드려도 있다고 한사코 손사래치며 안 받으시던 어머님이 자리에 눕고 부터 자식들이 돌아갈 때쯤이면
“야들아, 용돈 좀 주고 가거라.”
하셨다. 우리는 깜짝 놀랐다. 필요한 것은 우리가 다 사다 드리는데 자리에 누워서 뭐가 필요하실까 싶어 어머니를 돌아보았다. 평소 자존심이 강한 어머니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면 여간 절실한 돈이 아니었을 게다. 그래서 웃으며 이불 밑에 용돈을 찔러드리고 돌아왔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베트남에서 온 감병사 여인이 어머님께 수시로 돈을 요구했단다. 그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했다.
-멱 감은 나뭇잎이 반짝인다. 잡초도 귀한 대접을 받아 약초가 되었다.
◉<퓨마의 선택> -최충수
대전시 한 동물원에서 거처를 탈출한 퓨마가 마취총을 맞았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포획하려 했다. 엽사의 총격으로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퓨마의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다. 갇혀 지내며 받던 대우는 꿈도 못 꾸는 삶이 전개될 수 있다. 기회라 여겨지면 탈출에 대한 욕구를 접지 못하는 게 축사 안의 맹수나 여타 동물의 생리이다. 수용소의 수감자는 틈만 보이면 탈출에 대한 꿈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성공하고 실패해 목숨을 잃을지라도 자유의 햇볕이 쏟아질 날을 그리워 할 것이다.
-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
- 송화강 흘러내려 광야 수만리-
-초원의 거친 바람이 들꽃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들지 않는가
-천장은 밤낮없이 서생원들의 놀이터였고 내 머리는 늘 책상 아래로 들어가는 옹색한 골방이었다.
폐지 차량에 실려가는 폐지더미 속에 등 꼬부러진 할매의 눈물이 길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다. 폐지도 재활용되는 것이 있고 소각로에 들어가 한 줌의 재가 되는 것도 있다. 사람도 장기기증을 하여 다시 태어날 수도 있고,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가 되는 것도 있다. 재가 되어도 같은 재가 아니다. 성철스님 같은 분은 재가 되어도 위대하고 맑고 고매한 정신을 남겼다.한규천 <평점>
마을에 동수 나무가 있었다. 느티나무였다. 느티나무는 마을이 생기기 전부터의 이야기를 다 알고 있았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느티나무 그늘 밑에 와서 다하였다. 하고 싶은 말이나 듣고 싶은 것이나, 속상한 일들도 이 나무 밑에 와서 하소연하며 위로를 받았다. 느티나무느 정자나무가 되어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주고 특별 절기에는 당산나무가 되어 마을을 지켜주는 신목이 되었으며 죽어서는 건물의 기둥이 되고 소반이 되며 다양한 쓰임새로 사람들 곁을 함께 했다. 큰 나무가 내미는 넓적한 손바닥의 너그러운 품, 밑동이 잘린 상탱서도 새순을 내보내는 인고의 아픔이 ‘옹이 되어 승화되어 응접실 탁자나 품위있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너그럽게 억세면서도 여유 있는 깊은 마음을 배우고 싶다. -사람들은 자기의 노력이 아닌, 우연히 부여받은 월등한 신체로 오만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대인의 속담 중에 “태앙은 당신이 없어도 뜨고 진다.” 는 말이 있다. 사람다워지는 일이 첫걸음이다.
-물 속의 세 여인-고윤자
저유형은 엄지손가락으 ㄹ고정하고 네 손가락으로 물을 내리면서 손목부터 전완근으로 물을 걸어서 미는 영벋이다.
자유형은 7할이 손. 3할이 발의 힘이다.
배영은 어머니 자궁 안 양수 속에서 노는 태아처럼 편안하게 떠다닐 수 있다.
평영은 물 저ㅗ항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잠영으로 스타트해서 직선으로 쭉 아나가야 한다.
접영은 발을 안짱다리고 하고 멀는 들지 않고 다리 무릎이 많이 굽혀지지 않게 짧게 차야 한다. 허리가 유연해야 접영도 예쁘게 할 수 있다.
<호박 키우는 재미> 곽경옥
더 갈 곳이 없는 줄기는 마지만 남은 한 방울 물까지 자신을 길러낸 태양에서 조공읇 바치고 홉작 편에 붙은 줄기는 호박의 문이 된다. 호박 안의 그 어떤 것도 빠져나가지 않도록 견고한 댐을 지키는 수문장이다. 호박을 배불리 쪼아 먹던 닭들은 내일 새벽. 해 뜰 무렵에 호박 달걀을 품고 농노사는 논두렁과 밭두렁 언덕배기에서 시작한다. 구덩이를 파고 호박 품은 닭들이 돌려준 퇴비를 밑에 깔고 그 위에다 물을 갖다 부으면 그다음부터 크게 힘쓸 일은 없다. 호박구덩이 위로 물이 얕게 고이기 시작하면 푸르륵하며 물방귀가 올라온다. 당과 흔ㄹ의 경계선이랄까. 흙이 하늘에 새 생명을 품을 신고식을 하는 것 같다. 호박 줄기의 성장은 여름이 ㄲ,ᅟᅳᇀ날 때까지 무한 질주하고 여기저기서 꽃이 피기 시작하면 새벽도 정신을 못 차린다. 먹기는 아깝고 ?따기에 아까운 놈들은 시간을 좀 더 유예시켜 놓는다. 생존신고하는 호박과 마주치면 객지에서 훌쩍 자라서 온 자식처럼 반갑고 대견스럽다. 여름 땡볕이 길어지고 가뭄이 길수록 호박밭의 몰골은 초췌했다. 시들시들 말라비틀어져 ?땅에 푹 꼬꾸라진 걸 보면 영락없이 죽었구나 싶다. 물 한 통 깅러 응건히 먹여주면 생기가 올라온다. 이 재미가 또 어디인가?
- 바람에 삶터가 결정되는 운명이나 바람을 타는 동안에도 씨앗들은 저마다 간절한 바람들을 바람결에 풀어놓ㅇ리라. 부디 이 넓은 간물만은 무사히 건널 수 있기를 닿은 곳이 그 어디든 잘 살아내기를. 부실한 갈대라도 지지대 삼아 악착같이 잘 상아넨 박주가리처럼.–권현숙. 바람의 날들을 지나며
토네이도로 쑥대밭이 되고 홍수에 황무지가 되고 지진으로 죽음의 계곡이 된 페허도 있다.
조상도 생전에 인품과 행적이 훌륭했고. 후손도 인품과 노력이 뒤따라야 조상의 기가 후손에게 감음될 것이다.<조상의 기> 김성문
건넛사능 연초록 잎이 다투어 올라오고 겹벚꽃은 터져서 만화방창이다. 우리 마음도 신록처럼 유순해진다. 다졍인 순하니 마음마저 닮아간다. 시원한 쾌감이 몸을 휘감는다.
니체는 예술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가치라고 믿었다. 예술만이 척박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을 지녔다고 여겼기 때문이리라. 영혼이 갈급하고 외로울 때 슬픔의 긴 터널에서 뮤즈를 만나며 참고 견딘다.
대구수목원에 트리 허그 공간이 생겼다. 몸만 안으면 포옹이 되지만 마음까지 안으면 포용이 된다. 1995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립 벼원에 카이리와 브리엘이라는 쌍둥이가 태어났다. 두 아이는 조산으로 모두 1 킬로그램에 불과했다. 언니 카이라근 인큐베이트에서 건강을 회복했으나 동생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수치가 급속히 떨어졌다. 그때 간호사가 치료 사례를 떠올리며 주위의 만류에도 언니를 동생의 인큐베이터에 함께 넣었다. 언니가 동생의 어깨를 조그만 손으로 안자. 기적이 일어났다. 동생은 차츰 안정을 찾고 각종 수치가 정상이 되면서 살아났다. 기적의 허그가 동생을 살렸다.
휠체어를 밀고 가는 따을 보며 새들이 지저귄다. 딸이 엄마한테 말을 건다
엄마 새들이 나를 보고 저렇데 시끄럽게 나무라네
우리 딸 착하다고 칭찬하는데-엄마를 자주 찾아가지도 않는다고 욕하잖아
병원에 제일 자주 온다고 모두 날 부러워하는데. 사람하고 힘들 텐데 자주 오지 말고 자식이나 잘 키워가
안 돼. 엄마와 수목원 자주 와서 새들이 욕 안 하게 해야지. 새족장으로 가자 수목원에 세맨발 모랫길, 맨발 자갈길. 맨발황톳길이 만들어져 있다.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멀어진다는 말대로 기적이 일어나 어머니가 빨리 치유되기를 기도했다. <대구수목원> 김한성
어려움을 함께 해졀해주고 허물을 감?싸주고 미흡한 점을 고운 눈길로 감싸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아. 그런 사람은 세월의 향기가 있다. 고귀한 품성과 원만한 인격의 향기다. 향기로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게 하는 사람.<삶이 향기> 김형규
열대 지방 쌀은 찰기가 적어 밥이 버석하지만, 찹쌀은 섞으면 먹을 만하다. 감자를 숭숭 썰어 한국 된장을 아낌없이 넣고 뿟뿟 끓이면 구수한 한국 냄새가 풀풀 넘친다.
밥솥이 밥을 짓는 동안 느긋이 있는데 “이제부터 증기가 배출딥니다.” “치이익”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구수한 밥냄새가 풍긴다. 다시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온이 시작됩니다. 작 저어주십시오.”라고 알려준다. 똑똑하고 친절한 물건이다. 나뭇가지 하나 지피지 않았는데 보약 같은 밥이 완성된다.
평범한 진실
아무 일 없이 하루를 잘 보내면 그것이 기적이요.
아픈 데 없이 잘살고 있다면 그것이 행운이요
좋아하는 사람과 웃고 지내면 그것이 행복입니다.
<직녀의 꿈> 백후자
에숭부터 아흔 이르는 분이 모여 명주를 짠다. 수십 년간 전통 명주를 짜온 분들이다. 날기를 마친 실을 틀에서 뺀 다음 매듭지어 묶는다. 곱게 거둔 날실을 광주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젖먹이 아기를 자리에 뉘듯 손길이 조심스럽다. 얽혀도 안 되고 헝클어져도 안 된다. 구불텅하게 변형된 엄지손라각이 검지 쪽으로 휘어있다. 실을 뽑아 베를 짜며 엮어온 촘촘한 날들의 흔적이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합사하는 과정만 해도 엄지와 검지로 열 번은 꼬아야 한다.
날실이 모두 바디에 꿰어지면 배메기를 한다. 바디 끝에 참톳대를 꽂은 다음 도트마리에 묶어서 날실을 고정한다. 날실을 풀어 끄싱개의 기둥에 돌려 묶은 후, 콩즙에 살풀을 섞어 풀칠한다. 풀이 잘 먹더록 손으로 주무르고 골고루 퍼지도록 솔로 되풀이해서 문지른다. 푸석하고 먼지 같은 삶에 참기름 더하듯 풀칠을 더한다. 베짜기에 앞서 끄리 감기를 한다. 북에 들어갈 씨실의 실마리가 엉키지 않도록 실을 감는다. 씨실이 될 꾸리는 ㅂ죽에서 막힘없이 잘 풀려나오도록 일정한 모양새로 감겨야 항다. 팔자 모양을 그리며 직녀의 휘어진 손라각이 미첨하게 움직인다. 꾸리를 담은 북이 날실과 날실이 벌어진 사이로 통과함년서 씨실이 만들어진다. 딸까닥 ㅌ낙, 닐실과 “씨실이 만나 한 뼌 두 뼘 비단을 짜낸다. 삶이 잘 풀리지는 않았다. 때로는 삶의 한 장면이 먹장구금에 짓눌려 시커멓게 물그러졌다. 새털구름처럼 가벼원 날아 가버릴 걱 같기도 했다. 삶의 무게를 베틀 위에 올렸다. 딸까닥 탁. 베틀을 돌리다 보면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움도 실 풀리듯 가벼워졌다. 직녀는 꿈꾼다. 딸깍딸깍 삶 속에 맺은 인연, 매끈하고 도톰하기를
-하룻밤이라도 집에 가서 뜨끈뜨끈한 방에서 자고 밥해 먹고 그렇게 살아봤으면 좋겠다 하셨다.
-전화상담원은 무작위로 전화 돌려서 무슨 판매를 권하는데 받는 이들 반응 때문에 괴롭단다. 통화가 잛으면 일당도 줄어든다. 그후 오래 전화를 받아준다. 어지 취업은 힘들고, 부모혜택 오롯이 못 받아 벌어야 하는 젊은이들이라 싶어 오지랖 넓게 한참 들어주고 맞장구도 쳐준다. 겉도는 말이지만 상대가 상처받지 않게 상냥하게 받는다. 그도 명절에 가족과 함께 웃으면서 송편을 빗어야 하는 우리 사람이니까.<조리 중입니다> 서혜숙
-투덕투덕 다가온다. 사분사분하게 재료비는 드리겠다며 돈을 꺼낸다.
=우리가 별을 보고 있으니 더 빛나는 것 같아. 오빠도 나만 바라보면 내가 더 빛난다. 별은 맨눈으로 보이는 것만 해도 6천 개나 된다.
-연산루의 목어는 비우고 비워도 비울게 있다며 빈몸을 허공에 걸어 비우고, 법당 마당에 피고 지는 비꽃 꽃밭은 번개가 연출한 한바탕 축제였다.
-비그이: 비를 잠시 피하여 그치기를 기다리는 일
비꽃: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성글게 떨어지는 꽃 모양의 빗방울
◉ 어릴 적 놀던 배꼽마당에 들어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것도 사람을 향한 그리움일 것이다. 여행은 공간도 중요하고 시간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 내차례까지 오기에는 우리 집 곳간이 가벼웠다.
미래는 새로운 탄생이 아니라 과거가 낳고 기르는 시간이라는 것을 몸의 기억으로 깨닫는다.
<초록의 향연> 이병식
녹ㅇ므의 터널에선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물기 젖은 초록잎들이 짙푸르다. 공터에 아무렇게 자란 바랭이풀, 강아지풀, 이름 없는 잡풀들도 초록이다. 사람을 둘러봐도 눈에 보이는 모든 푸나무가 초록의 향연이다. 온전히 숲속에 스며든 나는 산야의 초록 나무가 되어 긴 들숨을 한다. 무슨 우주 비밀이라도 발견한 듯 마음이 설렌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모든 동물은 초록잎이 만들어 내는 산소의 덕으로 살아간다. 초록 숲을 걷는 마음이 편안하다. 욕심으로 가득했던 마음을 비우며 순수를 받아드이는 행복이다.
-울가망한(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기분이 나지 않는 상태) 기분이 차츰 느즈러졌다.
-만학천봉-첩첩이 겹쳐진 깊고 큰 골짜기와 수많을 산봉우리
-뿌리에 주렁주렁 달린 그들 흙더미 속에서 물과 햇볕을 먹으며 산달에 해산하듯 우르르 달려 나왔다. 가꾸는 만큼 씨를 품고 열매 맺는 것. 코스모스가 허리를 바람에 맡기고 있다.
-점. 무엇을 한다는 것은 점을 찍음으로 시작해서 그 점들을 이어서 선을 이룬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여 선으로 나타난 방향을 서로 연결되게 면을 이루어야만 비로소 우리 눈에 보인다. 담백하고 담담하고 자연스러운 것 등에 점이 모인 찰나의 순간에 감동으로 이어지기에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보퉁이 이고 줄지어 오르내리는 사람 구경에 정신 팔렸던 강 언덕. 지금은 마을 앞을 흐르던 강물도 늘어진 갯버들도 없다. 이정기 <마른강>
-개에게는 사람의 8배나 되는 청력이 있 먼 곳에서 나는 소리를 판별할 수 있고 육감도 뛰어나 방향감각도 뛰어났다.
-신기하게 떠오르는 영감으로 이어가는데 마치 책을 보고 읽는 것처럼 막힘없이 글이 줄줄 오워졌다. 끝남과 동시에 박수아 환성이 울리고 기쁨이 물밀 듯 했다
-땅에 발 붙이고 사는 생명은 가장 쉽게 살 수 있는 방법을 택해 살라내려 한다. 가장 쉽게 사는 방법은 남에게 기생하며 사는 방법이고, 도적질 하며 사는 방법도 있다. 나무는 진딧물이 달려들면 진딧물을 떨쳐내려고 아주 쓴맛을 내는 액체를 분히한다. “육신이 안락하면 정신이 깨어날 수 없다. 모든 깨어나려는 사람들은 하루의 일정 시간을 자기 육신을 고달프게 만들면서 살아봐야 한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에 정임표
-천 이백 년 역사를 지닌 수도원 입구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단단한 구리기둥처럼 확고한 신념으로 차 있는 노 사제들의 떨리는 기도소리와 거기 화답하는 젊은 사제들의 힘찬 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미사가 끝나면 축제의 행렬은 성당을 벗어나 은행나무 밑을 지나갈 것이다. 행렬의 맨 앞에서 걸어가는 소년들은 장난기 어린 눈으로 은행나무를 쳐다볼 것이고, 젊은 사제들은 먼 수도에의 길을 바라보듯 나무 끝에 이는 바람 소리를 들을 것이다. 노 사제는 안식의 그늘로 가득한 나무의 은혜로움을 깨달으며 은행나무 끝에 있는 하늘의 신비를 가슴속에 수용할 것이다. 은행나무는 수문장처럼 서서 영원히 수도원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수도원의 은행나무: 정혜옥
-봄술은 정원에서, 여름 술은 들에 나가서. 가을 술은 조각배 위에서 마시는 게 좋다. 꽃과 조화를 이루려면 햇볕 아래서 꽃과 함께 취하며. 상념을 씻으려면 밤의 눈 속에서 취해야 하고, 뱃놀이하면서 마시는 술은 가을의 서늘한 기운을 느끼면서 취하라.
-물건은 한 집에서 사는 기 아이다. 골고루 다 팔아주어야 다 잘되어야지.. 시골 장돌맹이 할아버지께서 신문물을 배우겠다고 도시에 나온 유학생에게 전해두넌 망씀이 지금까지 내삶의 가장 큰 지혜로 남아 있다.-장사꾼 홍억선
-어떤 슬픔도 한 시간의 독서로 풀리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몽테스키외
수필이 미시적, 인문학적 주제에 매인다고 하면 칼럼은 거시적, 사회적 주제에 초점을 둔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체 문제를 중시하는 것이다. 칼럼의 주제가 정치, 사회적인 내용에 많이 쏠리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 면에서 ㅌ칼럼의 주제가 정치. 사회적 내용에 많이 쏠리는 것이 그 이유다. 칼럼은 비평 문학의 범주다, 글의 성격상 시의와 상황에 맞게, 글을 읽는 이의 관심에 접근해야 하는 것은 칼럼의 필수성이다. 주제 속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객관적 자료에 근거,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은 칼럼니스트에게 주어진 문력이자 자부심이다. 글에 대한 책임은 부수적이다. 수필가들이 칼럼에 무관심한 경우도 있지만 전통 있는 신문에서 칼럼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고 칼럼니스트는 인기 작가다. -칼럼 장르- 김진복
-나는 집안을 날아다녀도 꽃밭을 날아다니는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큰 행복보다는 매 순간 행복을 만들며 살고자 한다. 행복은 우리 삶 속 주변에서 발견하고 감사하는 소중한 순간들이가. 큰 성취나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소박한 기쁨이나 만족감이다.
-미추왕릉지구 고분군. 천마총 안에 들어섰을 때다 무덤 속이라기보다 천년이 넘는 긴 세월을 아우르는 인상적 고택 거실에 들어선 듯 했다. 작은 화석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무덤 속 주인공은 불쑥 찾은 무례한 선송에게 온화한 미소로 다가서는 모습이 설핏 떠올랐다 천마도를 비롯 금관, 금동제 바리, 귀걸ㅇ, 허리띠, 팔뚝 가리개, 유리잔 등 유물 하나하나에 살가운 체온이 전해지는 듯했다. 이 기운은 바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능과 능 사이 이어진 ‘왕의 길’에서는 힘차게 내달리는 말발굽 울림, ‘대왕마마나 황송하옵니다.’ 어전에서 하교를 받잡은 소리가 그윽하게 들리는 듯한 느낌에 깜짝깜짝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방금 벌초가 끝난 민둥한 능에서 신라왕 부활의 꿈이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른다 산달을 앞둔 임산부의 배처럼 불룩불룩 두드러진 무덤은 사르자지지 않는 신라의 역사를 그대로 잉태하고 있다, 오달지게 뻗은 잔디의 줄기, 뿌리를 따라 신라 사람의 피가 흐르고 얼이 일렁이며, 능 구석구석 부활의 서기가 담도는 듯하다. 그들을 마웆할 날이 언제쯤일까? 능 앞에 우뚝 선 배롱나무가 마지막 혼을 불사르고 있다. 아득한 향기를 담은 나무의 긴 그림자가 잔디에 누워 미풍에 흔들린다.-부활을 꿈꾸다: 박헌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