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부터, 아니 작년(2022) 늦가을 '남미 방랑'에서 돌아오면서부터 나는 자전거로 어딘가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 나이에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다, 어딜 가서 잔다지? 하는 걱정도 컸다.
물론 그 전에도 그와 같은 난제를 과감하게 극복해왔던 나라, 떠나기만 하면 안 될 것도 없을 것 같긴 했다.
그런데 이제는 달랐다. 내 나이 어느새 60대 후반.
이 나이에 어딜 간다고? 하면서도, 그 욕구가 쉬 사라지지 않아, 그리고 아무리 궁리를 해 봐도,
그래도, 아직은 움직일 수 있으니... 더 늦어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하는 미련(발버둥?)이 나를 가만 놔두질 않았다.
그렇게 결국은 저절로 들어버린 나이를 한 쪽 눈을 질끈 감으면서 모른 척하기로 만용을 부리기로는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인 변화 때문에 생겼을 '잠 자리 문제'가 더 큰 걸림돌과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찜질방 시스템'이 코로나 사태로 많이 위축됐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면서, 내 출타(나들이)는 예전에 비해 훨씬 힘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쉽게 나가는 게 아니라서 한 번 나가면 며칠은 걸릴 텐데, 나 같은 가난한 노인이 하루 이틀 밤도 아닌 며칠씩을 여기저기 모텔을 돌아다니며(그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룻밤에 적어도 몇 만원씩) 잠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았다.(그럴 줄을 모른다.)
어떻게든 해봐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은 늘 가지고 지냈다.
여름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한 번은 꼭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됐다. 한 번은 날씨가 방해를 부려 포기했고,
내가 갈 곳에 찜질방이 있기는 할까? 하는 걱정만 하면서......
그러다 여름이 되었고,
사상최대의 폭염이라던, 지난 여름에 어딜 떠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죽어서(?) 지냈다. 아예 그런 생각 자체를 지워버린 채.
그러다 그 살벌하던 더위도 꼬리를 내리게 되면서(살벌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에 따른 보상심리로),
이제는 떠나야 하지 않을까? 혼자 다짐하곤 해왔다.
'벼룩 시장'에서는 '두건'도 사두었고(여행 중 자외선 방지용), 어디로 갈 것인가를 염두에 두면서는 현지의 찜질방을 검색한 뒤 직접 전화를 걸면서까지 '잠 자리' 확인도 해두었고,
그러다 지난 주에는 '중량천 둔치 자전거 수리소'에서 떠나기 전 '자전거 총 점검'도 해두는 절차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계속 진행 중이던 '남미 방랑기' 중 '칠레' '뿐따 아레나스' 편(그림과 동영상)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기에,
더구나 한 더위는 물러갔기 때문에 숨통이 트이는 기분으로,
언제든 떠나자! 하고 있었다.
얼마 뒤에 '추석'이 있는데,
그런 것까지 염두를 두다간 다 된 밥에 재를 떨어트리는 것과 같을 것 같아,
한 댓새 만이라도 돌다 오면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가급적 빨리 떠나자!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날씨가 문제였다.
자전거를 전철에 싣고 가려면 주말이어야 좋은데(전철을 이용하려다 보면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기분이어서 가급적 그 피해가 적을 주말을 이용하고 싶어), 하필이면 금요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일요일까지 내릴 거라는 예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하늘이 말리는데, 내가 뭘? 하는 심정으로, 또 그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토요일(16) 밤까지만 해도,
내일 서쪽에서부터 비가 멈춘다니, 모레(월) 떠나야 할까 보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 쪽은 이미 비가 갠 상태였고, 첫잠에서 깨어났던(17일 2시 경) 나는, 마치 뭐에 홀린 듯(?),
그냥, 오늘 떠나자! 낮에는 갠다니...... 하면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옷가지는 정해졌기 때문에 크게 쌀 짐도 없었다.
아무래도 돈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오늘 점심거리 정도는 '도시락'으로 싸가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으로, 그 정도만을 신경 썼다. 물도 한 병 챙기고.
그렇게 지난 번에 들렀던 '용문 5일 장' 방향 전철을 타기 위해(언제부턴가 나는 서울을 빠져나가는 건 전철을 이용해서 그 지점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다.), 여기 '태릉입구'역 첫 출발인 5시 반 차를 타기 위해 아파트를 출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내 자전거에 '야간 장비'가 전혀 안 돼있다는 걸 알지 못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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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글을 작성하면서,
'아, 내가 가장 최근에 (자전거로)나갔던 적이 언제였던가?' 하면서 유튜브 동영상을 확인해 보니,
2021년 봄이었드라구요. 그렇다면 1년 반 전이었는데, 생각으로는, 그것보다 더 오래되었던 것 같았는데......
그래서 감상에 젖어(?) 그 동영상을 보니(여기에 복사해 붙입니다만, 매우 깁니다. 시간없으신 분은 다 보지 마세요.), 그 출발 상황 역시 이번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구요. 달라진 건, 그만큼 제가 늙어 있어서 체력도 달린다는 것이었답니다.
그 말은 즉, '자신감'도 약해져 있었다는 거지요.
https://youtu.be/ipfM4S0loR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