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육군훈련소 입소대대 1일차 2004.2.23.월(맑음) 군 입대일ㅠㅠ/훈련병 1주차교육 시작
오늘은 처음으로 군에 가는 날이다. 즉 입대일.
집으로 입영통지서가 날아든 때가 2~30일 전이었는데 그때 참 기분이 묘했다.
시원하기도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입영 며칠 전부터 부모님께 번갈아가며 훈련아닌 훈련을 받았다.
훈육이랄까...
새벽 5시 10분 경에 기상하여 부모님 차를 타고 태화로터리로 갔다. 오전 6시까지
군입대수송전문 관광버스(직행)에 타야했다. 태화로터리에 도착하니 5시 45분..
시간은 충분했고 바로 승차했다. 아버지께서는 "몸 건강해라"란 말씀을 전하시고
가게로 가셨다. 어머니와 나 이렇게 단둘이만 버스에 탔다.
울산에서 경주로 그리고 칠곡휴게소를 거쳐 논산 육군훈련소까지 약 4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 4시간 어머니와 난 참 많은 잊지못할 대화를 나누었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망각은 금물이다.
주로 일상적인 얘기와 군입대에 관한 이야기를...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논산 육군훈련소 정문 앞에 있던 시각 오전11시..
인근 음식점에서 간단히 갈비탕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훈련소를 향해 걸어갔다. 곧이어 방송이 나왔다.
"입영장병들은 연병장으로 집합해주시기 바랍니다!!" 단호한 조교의 목소리였다. 잔인했다.
훈련소 들어가고 오후 1시에 집합! 연병장으로 나가는 나와 어머니는 서로 울먹이며 껴안았다.
서로서로.. 어머니는 우셨다. 나도 몹시 슬펐다.
모든 입영장병들이 단상 쪽을 바라보며 거룩하게 경례를 했다. 그 곳에는 오늘 입대하는
수많은 장병들의 부모님들이 서 계셨다. 저멀리 나의 어머니께서도 계셨다.
그 어떤 장병들의 부모님도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한 일자로 굳게 다물거나 눈물로
인해 범벅된 눈을 가진 부모님들 뿐이었다... 나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께서도 자가용 차 안에서 남몰래 우셨을 것이다... 섭섭함을 이루 말 할 수 없다.
으.. 내가 군인이 되다니. 대단히 믿기지 않는 현실에 직면한 나를 보며 입을 굳게 다물어본다.
밤에 새 전투복과 전투화를 지급받았다. 기분이 새로웠다. 앞으로 2년동안 이 알록달록한
녹색 옷을 입고 생활해야한다. 할 수 있을까.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로 호기심이 인다.
가정(집)으로 보낼 소포를 꾸렸다. 내가 입고 온 사복을 벗어 군용 종이박스에 넣어
집주소를 매직으로 기입하여 내란다. 그것도 닥달하듯 빨리 내란다. 자꾸만 독촉한다.
정신을 빼놓을 작정인가 보다. 이런 식으로 사회와의 정을 빨리 끊어내려는 수작같다.
이 소포가 집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더 집으로 가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나도 이 안에
들어가면 같이 갈 수 있을까. 빨리 하얀 런닝셔츠에 매직으로 '부모님, 사랑해요'란 문구를
적어 넣었다. 좀 희미하다. 부모님께서 과연 찾아보실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제발 보셔야 할텐데.. 아쉬운 마음 대단히 크다. 몹시 슬픈 오늘이다. 현실이 암울하다.
논산육군훈련소 입소대대 2일차 2004.2.24.화(맑음) 훈련병 1주차교육2일차
어제 논산 육군 훈련소 입소대대에서 좀 피곤하고 힘들었다.
줄기차게 계속되는 신분확인과 집합 그리고 환복(옷을 갈아입는 것. 전투복<=>활동복)).
사회에 있었다면 하루 한 두번 정도만 갈아입으면 될 옷... 군에선 그렇게 안 통하니
별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점호까지 있으니...
일어나는거(아침기상) 정말 싫었다. 방송으로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아예 체념하고 하는 일..
그러다가도 돌연 규칙적인 것이 재미있어지기도 하고.. 내가 봐도 참 이상하다. 이런 현상을
적응이라고 하는 건가. 전역 후 사회적응이나 빨랑 하고 싶다. 군대 적응은 영 아니다.
점호시간에 이어 언제나 집합을 하는데 이거 역시 짜증나는 일임은 틀림이 없다.
봄이라지만 한겨울과 동급의 날씨를 보이는 논산 날씨.. 이러다 동사하는거 아닌지.
그리고 무슨 놈의 조사가 그리 많은지.. 사소한 조사가 태반을 차지하고 중대한 건 일부에
그치고 있다.
군에 오기 전 나는 식사시간에 밥 늦게 먹는 습관을 가장 염려했었는데 다행히 밥은 자신이
퍼 먹을 수 있게 해주어 눈물날정도로 감사하다.
군에 감사하는 마음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사 후 여기저기 일하러 다니느라 참 분주했다. 이른바 작업이다.
훈련병은 꼭 일꾼같다. 인력시장이라도 이런 인력시장이 없다. 무비용으로 무차별 운용된다.
---병 들이 시키는 일은 아무 말 없이 해야하고..
훈련병 지휘 권한이 직권으로(규범에 규정) 부여되있는 조교(병사 출신)는 더 말 할 것도 없다.
이래저래 괴로운 일 천지다.
논산육군훈련소 입소대대 3일차 2004.2.25.수(맑음) 훈련병 1주차교육3일차
논산육훈 입소대대 입소 당일인 23일,24일과 별반 다를 거 없는 일과를 보이는 오늘이다.
그래도 입소 당일엔 옷 자주 갈아입는 귀찮은 일은 안 했었는데...
하루에도 수십차례 환복.
정말 돌 일이다. 어쨌든 제때에 밥은 꼬박꼬박주니 다행스럽다.
오늘 역시 ---실에서 일을 했다. --- 씻은 뒤에 나르기, ---병들이 ---자르면,
자르고 난 뒤 튀어나온 --- 한 점 한 점 줍기 등.
정말 내가 군인 신분 맞나싶다.
꼭 작업의 천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처음에만 일만 잔뜩 하고 ---만 하는.
오늘 역시 환복을 밥 먹듯이 했다.
귀찮은 일 천지다. 거기에다 불침번근무까지 섰다. 번갈아가며 하고 있다.
나는 화장실출입담당 불침번을 맡았다. 이 불침번이 하는 일은 훈련병1인이라도 화장실
출입하면 따라가서 신변보호하듯 지키는.. 어떻게 생각하면 웃기는 일을 하고있다.
그 놈이 다 누고 나올때까지 먼저 못나오고, 다 누고 나와서 비로소 나도 나올 수 있으니
이거야 원.
군에 오니 다 처음보는 사람들 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암담하면서.. 시작같다.
논산육군훈련소 기초군사훈련 4일차 2004.2.26.목(맑음) 훈련병 1주차교육4일차 중
논산육군훈련소 훈련병 1주차 4일차 2004.2.26.목(맑음) 훈련병 1주차교육4일차 중
본격적인 기초군사훈련이 시작되었다. 육훈 입소대대가 아닌 교육연대 건물에
'입주'했다. 훈련병 생활 시작이다. 비로소 내 진정한 2년여에 걸친 군생활이 시작된
기념비적인 오늘이다. 이날을 평생 기억하리라. 평생 못잊을 오늘이다. 군 입대일(04.2.23)
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러고보니 같은 곳인데에도 때에 따라 틀리니 이상하다. 입소대대에서는 23일 당일부터
오늘까지, 오늘 오전까지 이렇게 도합 3일간을 머물렀다.
거기서 군생활 전반에 걸쳐 꼭 필요한 보급품을 전량(전부) 보급받았다. 옷가지 등이다.
훈련소에서 사용할 교번을 부여받았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부여해주던
번호 말이다. 육군훈련소(이하 육훈) 측에서 친구끼리는 연번(연속된 번호)을 부여해주었는데
동반입대병이란다. 부러웠다. 나도 친구들하고 동반입대할 껄.. 후회가 밀려왔다.
역시 이 교육연대 건물에서도 하루 수차례 환복 등 귀찮은 일 투성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감탄할 노릇이다. 아니 펄쩍 뛸 노릇인가. 주황색 활동복(사회로 치면 트레이닝복/츄리닝)
을 입었는데 입을 만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확대해석은 금물이다. ㅋ
조교(훈육분대장. 병사 출신이며 이들은 육군훈련소가 자신들의 자대가 된다)들이 군대예절을
지키라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다. 암 그래야지. 군인인데.
육훈 훈련병 2주차 진입 2004.2.29.일(맑음) 훈련병 2주차교육 시작
금일 휴일인 관계로 오전/오후부에 나뉘어 종교활동을 했다.
나는 불교종교행사를 가기로 마음먹은지라 '연무호국사'란 대형 절 건물로 갔다. 이 절
(당연히) 육훈 영내에 있다.
당연히 입장 시 막사에서부터 줄서서 걸어갔다. 가슴뛰는 종교행사내용을 기대했건만..
절에가서 내무실에서 준비해간 깔판 깔고 가만히 계속 앉아있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한마디로 따분했다. 역시 사회의 산사(산 속에 있는 고고한 절)가 짱이란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오후부는 달랐다. 스님의 설법 말씀 잠시 듣고 바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란 외화를
보았다. 영화시작부터 끝까지 군인이 출연하는 영화였지만 크게 상관할 바 아니었다.
틀어주는 것만 해도 어딘가. 육훈에 감사했다. 군대에 감사하긴 이번이 두번째다.
2002한일월드컵 때처럼 대형스크린을 통해 시청해서(영화관람) 넘 재미있었다.
훈련병 2주차 1일 2004.3.1.월(맑음) 훈련병 2주차교육1일차 중
3.1일. 삼일절이다.
사회에 있었으면은 이 3.1절을 환상적으로 보냈을 터인데.. 군에 있으니 그렇지가
못하다.
오늘은 정말 이대로 어디론가 놀러가고 싶은 그런 날이다.
이참에 유체이탈한번 시도해볼까.. 몸은 안되더라도 정신은 되지 않겠는가.ㅋ..
상상이 너무 크다.
훈련병 2주차 2일 2004.3.2.화(맑음)
요즘들어 밤만되면 집에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정말 밀려든다는 표현이 맞겠다. 엄청 집에 가고 싶다. 자유가 있는 그곳으로 말이다.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살고싶은, 같이있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집. 집.. 생각
정말 가고싶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완전히 자유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일시적으로나마 박탈당하는 건가.
나.. 어쩔땐 정말 울고싶기도 하다.
이제야 알겠다. 이런 기분인지. 의무복무군인의 통절한 심정이 어떠한 것인지.
훈련병 2주차 3일 2004.3.3.수(눈옴)
아침기상을 했다.
그때 일어났단 소리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자의가 아닌 타의로 잠에서 깨어났다.
기상시간이 정확히 되면.. 스피커로(영내방송시설) 진짜 조교의 악마같은 목소리가 흘러나
오기 시작한다. 진짜 듣기 싫은 군대의 소리 중 하나다.
"기상!!!!!!" "기상!!!!!!!" "야!!! 빨리 안 일어나??!!!!!"
그때마다 집에 확 가버리고 싶은 마음 간절히 들고... 짜증은 짜증대로 밀려온다.
X 나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늘 그랬듯이 꼭 지나고 나서 어떠한 것이든 '추억'이 되는 것이던가...
그때의 일은 지금 생각해보니 할만했다고?...
지금은 비웃음만 나올 뿐이다.
진짜 아버지,어머니를 뵙고 싶다. 지금은 휴가 안 보내주나.. 보러가고 싶다.
언제나 훈육분대장의 서슬퍼런 명령을 들어야하고... 그의 허락을 받아야하고...
자유를 완전히 분실해버린 느낌이다. 아닌가? 현실인가...
훈련병 3주차 진입 2004.3.7.일(눈옴) 훈련병 3주차교육 시작
부모님께 올리는 4번째 편지를 썼다.
정확히 휴일인 오늘...
사실은 어제 썼다. 하하. 아침기상을 하여 바로 아침식사를 먹었다.
오늘 대민지원을 나간다하여 기대하고 있었다.
대전, 충남 지역에 무서운 폭설이 내려 대민지원을 나가는 것이라는 조교와 소대장님의 설명이다.
대민지원하고 왔는데 몸이 만신창이가 된 반면에 보람도 컸다. 국민을 위한 일은 언제나
가치있는 일 중 하나며 보람된 일이다. 언제어디서라도 두 손 두 발로 그리고 정신으로 도와드릴 수 있다.
난 준비가 되어 있다. 국민의 부지런한 지팡이가 될 준비가.
부대(육군훈련소) 인근 농가의 양계장에서 닭을 끊임없이 구출하는 고된 작업이었다.
훈련병 3주차 1일차 2004.3.8.월(추움) 훈련병 3주차교육1일차 중
3월 초 봄인데도.. 엄청 차가운 날씨의 논산.. 논산 소재 육군 훈련소.. 춥다.. 너무 춥다..
당연히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애들도 추워했다. 소대장도 훈육분대장도 동감하는 모양이다.
연신 두 손을 비빈다. 훈련병이나 간부, 병사 출신의 훈육분대장이나 다 똑같다. 사람은 같다.
특히 사전에 오후부터 날씨가 풀릴 것이라는 기상예보를 알려준 소대장님은 TV기상예보가 틀렸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불만을 가득 토로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연민을 느꼈다.
훈련병 3주차 2일차 2004.3.9.화(맑음) 훈련병 3주차교육2일차 중
군대에 들어온지 대충 열흘이 지나간 것 같다.
배운 것도 많지만 미흡한 부분이 태반이다.
전우들과 함께 보좌하면서 그런 부분을 채워나갔다.
앞으로 첩첩산중이다. 힘들고 지친 지금까지도 견뎌온 것 처럼. 앞으로의 하루하루도
조금만 더 힘을 내어 지키고 이겨낼 것이다.
겨울.. 눈이 많이 오는 계절이다.
눈 치우는 고생이 따르는 걸 알지만
눈을 보면서 내 마음도 하얗게 이뤄나갈 것이다.
훈련병 3주차 3일차 2004.3.10.수(맑음) 훈련병 3주차교육3일차 중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아침기상해서 밥먹고 또 교육하고...
하루 일과가 이 두 가지로 정리되어 간다.
군대 오기 전의 삶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지금으로 만족한다.
조금은 지치고 힘이 들지만..
시작한지 얼마되지않아 쓰러질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끝까지 힘내어 끝을 보았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정말 빠르게 아무 생각할 겨를없이 지나가버렸다.
앞으로의 하루하루도 기분 나쁘지 않은 일로~
하나하나 채워나가며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가길 바란다.
너무 졸린다. 빨리 점호 끝내고 편안히 잠들고 싶다.
훈련병 3주차 4일차 2004.3.11.목(맑음) 훈련병 3주차교육4일차 중
오늘 목에 너무 무리를 줬다. 목이 너무 아프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런데다 날씨는
적도 지방에 사는 남자가 전투복 하나만 달랑입고 남극으로 가서 있을때 느끼는 그 추위만큼 춥다.
사이다도 마셨다. 정말 비교되는 사이다지만 먹어봤다. ---였다. 이름없는 업체인가..역시 군용이다.
맛이 이상했다. 다음부턴 롯데칠성사이다를 마셔야겠다. 메이커 사이다(탄산음료)가 그립다.
요즘들어서 너무 먹고 싶은게 많다. 초코파이, 몽쉘통통, 삼겹살, 통닭, 족발, 순대, 과자, 김밥.
임신했을때도 이런 증상일 것 같다. 내 생애에 임신이란 과업은 수행할리 만무하지만.
다행히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날이 지날수록 몸으로 훈련도 받지만
머릿속으로 생각할 것, 공부할 것이 많아진다.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해서 잘 이겨내야겠다. 충성!!!
훈련병 3주차 5일차 2004.3.12.금(맑음) 훈련병 3주차교육5일차 중
오늘 아침기상 전에 정말 기분좋은 꿈을 꿔서 오늘 하루가 행복한 느낌이었다.
군대에 있는 동안에 그런 이상한 꿈도 꾸고..(물론 야한 꿈 같은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는 생각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생각이 나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같이 나오게 되고~
또 다른 생각이 나면... 그저 고개만 숙여질 분이다. 머쓱해지기도 한다.^^;;
긴긴 군대생활이 남았다. 하나 둘씩 잊어버리고~
이제 텅빈 마음속으로 돌아가...
새로운 기억들로 다시 채워나가고 싶다.
새로 시작하는 것 처럼...
그냥.. 처음으로.
훈련병 3주차교육 끝 2004.3.13.토(맑음) 훈련병 3주차교육 끝
날씨가 점점 추워져가는 것 같다. 이제는 칼 같은 바람이 귀나 손에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춥디 추운 겨울이지만, 휴식시간은 별로 없다. 군대오기 전 집에서 생활할때와는 너무 다르게
여기선 지치고 힘들다. 밥도 양껏 못먹고 시간에 맞춰서 빨리 먹어야할때 서글퍼진다.
쏜살같은 식사속도에 소화에도 지장이 생긴다. 간간히 나오는 간식만이 맛있게... 어느 정도는
안타깝게먹을 수 있는 것이 나의 기쁨 중 하나이다.
훈련소 생활.. 내일이면 4주차에 이른다. 이제 어느 정도 훈련소의 생활이 지났지만
그리 많이 적응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짜증나고 성질이 날 때가 부쩍 늘어가는 것 같다.
가정으로의 전화라도... 단 하루만의 외출이라도...혹은 PX이용이라도.. 허락된다면
이 정도의 스트레스는 이길 수 있을텐데.. 시간이 지나면... 다 잊고 다시
밝은 생활로만 돌아가고 싶다. 친구들이 많이 보고싶다.
싶다.
훈련병 4주차교육 진입 2004.3.14.일(맑음) 훈련병 4주차교육 시작
내일 교육훈련에 대비해서 오늘은 깊게 잠들었으면 좋겠다. 좋은 꿈도 꾸었으면 좋겠고
기분 좋은 잠자리였으면 좋겠다.
고위 간부가 떴다고 갑자기 분주해진 느낌이 들어서 싫다.
항상 차분한 분위기와 생각들이 나에겐 너무 편하고 좋은 일인데...
일찍이 잠들었으면 좋겠다. 꿈도 나만의 세계니깐~
훈련병 4주차교육 1일차 2004.3.15.월(맑음) 훈련병 4주차교육1일차 중
월요일... 아침부터 음식에서 상당히 만족한 날이었다.
아침식사시간.. 예상외의 맛난 고기음식. 그리고 점심 저녁은 밥이 많이 남았는지
평소의 2배 분량을 덜어주었다. 그냥 난 행복의 미소를 지으며 식사를 진행했다.
오후.. 교육훈련이 끝남과 동시에 기다리고있던 간식- 초코파이, 핫브레이크,소보루빵,콜라..
기차게 먹고 소화가 끝나기 전 저녁시간.. 오!감자, 몽쉘통통2개, 콜라...
배가 터져버리는줄 알았다. 정말 맛있었고 그 반면 배가 불렀다.
긴긴 하루였던 지난날의 일과가 3월 15일 월요일- 드디어 행복한
하루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하하^^
배가 단단히 차서 터지려고하고 수양록을 작성하는 지금 이 시간에도 나는 웃고있다.
아주 희미하게.. 또는 날카롭게~
왜냐면 아직 '쌀국수(한스코리아 주식회사 제품)'라는 라면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훈련병 4주차교육 2일차 2004.3.16.화(맑고 안개) 훈련병 4주차교육2일차 중
몇일째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고생해야했다. 기침은 계속 나오고 목과 가슴의 통증은 너무나
심해서 스스로 중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마스크도 꼬박꼬박 쓰고
내 몸에 내가 신경을 더욱 쓰니 몸상태가 이제 거의 정상궤도에 올라선 것 같다. 군대에선
아프면 안된다. 자기만 손해다. 의무실에 의지하려고 애쓰는 순간 이미 군인이 아닌 자가 된다.
생각보다 힘들진 않지만 그래도 군대생활이다. 단체생활이고 계급생활로써 철저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생활일테니 나름대로 건강관리와 군생활 관리를 잘 해나가야겠다.
눈이 펑펑 오는 날이었다. 역시 제설 작업은 힘들지만 가족, 친구들 생각을 해보면서
눈을 쓸어갔다. 내 걱정 많이 하고들 계실텐데.. 꾸준히 편지를 쓰고 있다.
글 쓰는 걸 가장 좋아하는 나다. 편지 계속 보낼 거다. 육훈 퇴소 전까지는 물론 자대 전입해서
변함없이. 이제 몇일 안 남은 것만 같은 훈련소 생활... 잘 마무리해서 끝내야겠다.
훈련병 4주차교육 3일차 2004.3.17.수(비) 훈련병 4주차교육3일차 중
지금으로부터 1년전인 2003년 2월 22일을 돌이켜본다. 그때 일을 회고해본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크게 일어났었다. TV를 보면서도 웃음일 한번없이 그냥 우울하게 프로그램이
편성되었다. TV뿐만 아니라 하늘에서도 비가 왔다. 꼭 비오는 오늘처럼.
한마디로 우울한 하루의 전개였다. 대구 지하철 참사 특집프로에선 참사 직전의 여러가지 상황
들이 나를 그리고 여기 전우들까지도 유가족들의 슬픔속으로 이끌고 가는 긋 우리의 눈에도
비행기사고들이 이렇듯 우울했지만 웬지 이번엔 더더욱 내 자신의 일 같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오래 떨어진 가족들의 그리움이 가족을 읽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만들어서였을 것이다.
그냥 가족들이 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친구들도 그립다.
내 가족, 내 친구, 그리고 나 자신.. 또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일이
절대로 생기지 않게 해주십시오하고 간절히 기도하고 자야겠다.
내주 휴일 종교행사에서도 한바탕 시끄럽고 즐거운 얘깃 거리가 기대된다. 예배든 법문이든 간에.
기도하고 뭘 해서라도 모두 굳세게 다시 일어서면 좋겠다.
정말 이럴때 일수록 여러 신들의 힘을 기대해 보고 싶다. 부처님, 하느님의 힘을 말이다.
하느님, 부처님의 선한 힘을 말이다!!
훈련병 4주차교육 4일차 2004.3.18.목(맑음) 훈련병 4주차교육4일차 중
요즘은 교육생각이 별로 없다. 열의가 처음보단 떨어져서 일까.
그리고 밥만 많이 먹고 종일 앉아있다보니 살만 디룩디룩 찌는 것 같다.
어느새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가 풍선처럼 부풍어올랐다...
에혀~ 아무래도 식사량 조절을 해야겠다.
다시 밝은 내일 하루의 상쾌한 구보를 기다리며 이만 자고 싶다.
훈련병 5주차교육 진입 2004.3.21.일(맑음) 훈련병 5주차교육 시작
오늘은 맑은데 지난번 종교행사땐 이런 일이 있었다. 그 일은 다음과 같다.
[즐거운 주말 일요일 하루.. 내겐 별로 즐겁지 않게 끝난것 같다.
기대도 안했던 종교행사를 비오는 가운데 각개전투처럼 다녀왔기 때문이다.
비맞은 건 뒤로하고 진흙물이 온몸에 튄데다 흙탕물로 범벅된 바닥에 앉아있던게 아주
짜증났다. 그래도 기쁜 주말을 기분좋게 마감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암튼 오늘은 전우들과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다. 그러면서 자꾸 친구들이 보고싶고
집이 그리워졌다. 마음 강하게 먹고있는데 보고싶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나를 한없이 약하게 한다. 군대 오기 전 친구들이 내 말에
나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걸 보면서.. 화도 내고 풀기도하면서 다시 웃을땐 정말 좋은
친구였단걸 이제야 안다.
여기.. 사람들 보고싶은 사람들과 떨어져사니까 정말 그 사람들의 소중함과 고마움이 다시한번
느껴진다.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면 예전에 내 실수는 없이 정말 잘
대해줘서 내 마음을 다 표현하고 싶다.]
논산육군훈련소 훈련병 6주차 4일차교육 2004년 4월 1일 목요일(맑음)
육군훈련소 퇴소 하루 전날인 오늘.. 간부님으로부터 휴대폰을 직접 건네받아 집에
전화를 거는 영광을 맞았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얼떨떨하면서도 한편으론 정말 기뻤다.
훈련병이 자대에 가기도 전에 그것도 훈련소에서 집으로 그것도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다니..!
사진으로 인해 전화를 드릴 수 있었던 것임을 부모님과의 통화를 통해서 알았다.
전말을 이랬다.
내가 며칠전 '부모님께 드리는 17번째 편지'에서 내 군복 입은 모습이 담신 사진이 훈련소에서
보내서 집으로 갈지도 모른다고 말씀드렸었다. 그러한 내용을 썼었는데...
그런데 내가 잘못 안 것이다. 사진을 받긴 받았지만 육군훈련소측에서 가정으로 보내주는게
아니고 내가 자대에가서 백일휴가(전입위로휴가)를 통해 직접 보내는(가져가는) 것이었다.
부모님께서는 사진이 가정(집)으로 오는지 아시고 철썩같이 믿고 계셨는데 이 문제의 사진이
당췌 올 생각은 안 하니까 조바심이 나셔서 부대(육군훈련소)로 전화연락을 취하신 것이다.
얼마나 내 사진을 기다리셨으면/.. 죄송스러운 마음이 밀물처럼 가득 밀려왔다.
그래도 전화해서 기뻤고 너무 좋았다.
이런 영광스런 기회가 더 이상 어디있겠는가. 전화연락을 가정으로 취할 수 있는 일정 점수
이상의 상점도 득하지 못한 내가.. 동기생들은 한창 교육훈련 받는 중간에 그것도 쉬면서 전화를.
어머니 목소리 들으니 너무 좋았다. 아쉽게도 아버지께서는 등산을 가셔서 전화상으로
뵙지 못했다. 오늘 집으로 전화를 하게 되다니 정말 기분 좋은 날이 아닐 수 없다.
육훈 퇴소 하루 전 우리집으로 전화라.. 내평생에 결코 못잊을 날로 등극할 것이다.
난 참 운이 좋은 놈 같다.하하^^ 부모님, 정말 사랑해요!*^^*
내일이 퇴소 당일인데.. 별 느낌이 없다. 이상하다. 그저 그렇다.
퇴소 전에는 그러니까 입소한지 얼마 안지났을때에는 퇴소가 그렇게 기다려지더니..
막상 내일이 퇴소라니 그렇게 기쁘거나 그렇지도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이상하다.
오후때 육군훈련소 역사관을 견학했는데 좋았다.
거기서 삼성장군(별3개. 중장),사성장군(별4개. 대장)의 계급장을 처음 보았다.
역대 우리나라 장군님들도 한눈에 보았다. 언제나봐도 멋진 군인들이셨다!!
우리나라 한국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한국 군인 짱! 한국 군대 짱이다. 정말!!!!!
그 달기 어렵다는 별.. 거긴 별이 숱했다. 솔직히 놀랬다. 무척.
마지막 식사때 기분이 묘했다. 퇴소 하루 전 먹는 마지막 훈련소 짠밥..
이젠 정말 가는구나 싶다.
논산육군훈련소 훈련병 6주차 5일차교육 2004년 4월 2일 금요일(맑음) 육훈 퇴소일
새벽 6시에 기상하여 모포,매트리스를 개고 전투복과 야전상의를 입었다. 어제,오늘
육훈 퇴소란 생각이 항상 내 머릿속에 파고들었지만 지대하진 않았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하면 퇴소에 대한 기쁨이 막상 퇴소 당일엔 별 느낌이 없었단 소리다.
입영열차를 안타고 그냥 걸어서 후반기교육연대(공용화기)로 가서 그런 것일까?...
다른 애들이 부럽기도 했다. 오전 9시에 더플백(혹은 더블백. 한글로 의류대)을 메고
당직사관 책상앞에 집합했다. 9시 이전에는 텅빈 내무실에 앉아서 후반기교육연대로
갈 애들이 모포,관물대의 각을 잡는 등 청소를 해야했다.
심지어 야외쓰레기를 처리하는 '야쓰'까지해야했으니.. 이건 취식물로 나온 캔음료 등을
찌그러트리고,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거다.
곧이어 소연병장에 집합해 후반기교육연대로 갈 인원점검을 했는데 그 수가 생각보다
많아서 놀랬다. 나도 그 갈 인원 중 한명이었다.
내 군번 마지막 4자리 숫자를 부르고 바로 줄맞춰 우리를 데리러 온 후반기교육연대
분대장(병사.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병사들 중에서 선발하여 소정의 훈육분대장 교육을 수료한 자. 이들은 자대가 육군훈련소가 된다), 소대장(장교) 따라서 5분 거리의 후반기교육연대로
갔다.
가자마다 병사 개개인에 부여된 교번을 부르는데 정신이 없었다.
내 교번은 마음에 드는 숫자여서다행스러웠다.
그리고 이제부터 "-----번 교육생 이병 엄용훈"이라 관등성명을 불러야해서 기분이 좋고
새로웠다.
이젠 더이상 훈련병이아니고 교육생에다 이병이라니.하하
내가 배치된 내무실은 --소대--내무실. 여기서 새로운 동기 교육생을 만나 얘기 나누며
지냈다. 처음 내무반에 진입했을때 별의별 조사 등 정신없이 빠르게 했다.
그리고 오늘 새주소가 적힌 편지를 부모님,이모님들께 보냈다.
답장이 몹시 기대된다. 후반기교육연대에 처음 온 오늘 경계근무(불침번근무)가 없어 좋았다.
*해당자료 근거: 수양록 2004.2.23일자 기록(28쪽)~2004.4.2일자 기록(42쪽)
첫댓글훈이대사, 논산훈련소 훈련병 얘기 재미있게 봤어요. 나도 1953년 12월 18일 입소하여 그 훈련소 29연대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대사의 글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글 내용중 3.1절을 개천절이라고 해서 지적을 합니다. 메모 습관은 참 좋은 것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첫댓글 훈이대사, 논산훈련소 훈련병 얘기 재미있게 봤어요. 나도 1953년 12월 18일 입소하여 그 훈련소 29연대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대사의 글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글 내용중 3.1절을 개천절이라고 해서 지적을 합니다. 메모 습관은 참 좋은 것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남 정욱님, 지적 감사합니다.^^ 삼일절을 하늘이 열린날로 보았으니 제 불찰이 큽니다. 제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