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INION] 다시 불투명해지는 오웬의 미래 |
2004-08-10 |
|
|
|
|
| 마이클 오웬은 로비 파울러, 스티브 맥마나만(이상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리버풀 유스 아카데미가 90년대 배출한 에버토니언(에버튼 서포터라는 뜻) 스타 중의 하나이다. 그의 아버지 테리 오웬은 리버풀의 철천지원수인 에버튼에서 선수 생활을 보냈고 자연히 오웬은 11살의 어린 나이에 리버풀 아카데미에 입단하기까지 에버튼의 서포터였던 것이다. 아마도 리버풀 서포터들이 클럽 역사상 최고의 선수는 아닐지라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이 스트라이커를 끊임없이 불신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여기에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최근 리버풀과의 계약 기간을 1년도 채 남겨놓지 않은 마이클 오웬의 거취가 다시 불투명해지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이클 오웬 자신은 2년 계약 연장 협상이 거의 완료 직전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8일 클럽이 1500만 파운드 상당의 액수가 걸린 챔피언스 리그 3차 예선 원정을 앞두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순조롭게 진행될 듯이 보이던 협상에 어떠한 문제가 생겼음이 감지되었고, 이와 동시에 지역 신문 <리버풀 에코>는 한 해외 클럽에서 오웬에게 거액의 오퍼를 보냈다는 보도를 한 것이다. 물론 이 클럽은 이적시장의 '큰 손' 레알 마드리드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오늘 밤 오스트리아에서 있을 그라츠 AK와 리버풀의 챔피언스 리그 3차 예선 경기에는 오웬이 출장하지 않을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클럽과의 협상에 난관을 겪고 있는 지금 오웬이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한다면 올시즌 다른 클럽으로의 이적시 유럽 무대에 참가할 수 없게 되는 상황. 따라서 만일 그가 이적을 결심하더라도 이적료 액수가 대폭 하락하게 될 것임은 당연한 사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리버풀 감독인 라파엘 베니테스는 오웬이 오늘 경기에 반드시 출전하게 될 것이라는 확언으로 오웬을 둘러싼 소문을 잠재우는 대신 가장 컨디션이 좋은 스트라이커가 출전하게 되리라는 말로써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바 있다.
그러나 클럽과의 재계약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오웬이 앤필드를 떠날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리버풀 구단은 물론 가족을 특별히 생각하는 오웬 자신도 바다 건너 해외로 나가기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웬 정도의 선수를 감당할 수 있는 유럽내의 빅클럽(오웬은 리버풀을 떠나게 된다면 프리미어 리그의 라이벌 팀으로는 갈 생각이 없다고 밝혔으며 프리미어 리그의 소위 빅3도 오웬에게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은 몇 개 되지 않으며 이번에 오퍼를 보내왔다고 보도된 레알 마드리드도 이미 정상급 포워드를 3명이나 보유하고 있어 주전 보장이 힘들기 때문이다.
오웬의 아버지 테리와 에이전트 토니 스테픈스가 이적 협상을 위해 마드리드로 갔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관심이 가는 오웬의 이적료는 1000만 파운드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오웬이 최근 부진했을뿐더러 계약 기간이 1년밖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디언 풋볼>을 비롯한 영국 매체들은 오웬의 레알로의 이적시 현금 외에도 사무엘 에투나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등이 리버풀에 제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이러한 선수 교환 딜은 선수 각각에 대한 양쪽 클럽의 가치 추산이 다르기 때문에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오웬이 계약 연장에 응하지 않고 이적도 불발한다면 리버풀로서는 내년 시즌 그를 '보스만 룰'으로 풀어주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 1999년 팀의 간판스타 스티브 맥마나만이 보스만 룰으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상황과 닮은 꼴이다.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데에는 마이클 오웬과 리버풀 구단 수뇌부 양쪽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리버풀 수뇌부는 맥마나만 사건 이후 ‘모든 리버풀 선수는 계약 만료 18개월전에 재계약을 하든지 팀을 떠나야 한다’ 라는 수칙을 정했다. 이 수칙대로라면 마이클 오웬은 지난 12월 벌써 자신의 거취를 결정했어야 한다. 그러나 거듭된 리버풀의 부진속에 오웬은 재계약 협상을 시작하기를 망설였고 릭 페리 회장과 제라르 훌리에르 전 감독은 예외적으로 오웬에게 시간을 주었다. ‘오웬은 결국 사인할 것이다’라는 근거없는 낙관론을 입버릇처럼 펼치면서 말이다. 결국 오웬은 5월이 되어서야 계약 협상을 시작했지만 8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인하기를 거부했고 이제는 이적설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이는 리버풀 수뇌부가 오웬이라는 한 선수에 지나치게 끌려다니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그는 휼륭한 선수이고 클럽이 키워낸 프랜차이즈 스타이다. 그러나 절대 대체 불가능한 선수 또한 아니며(리버풀에는 오웬과 스타일이 비슷한 밀란 바로스라는 휼륭한 스트라이커가 몇 년째 벤치 신세를 지고 있다.) 최근에는 부진한 플레이로 실망을 안겨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떠한 선수도 클럽 그 자체보다는 중요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리버풀이 오웬에게 보인 이례적인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아직까지도 릭 페리 회장은 천문학적인 주급 10만파운드를 제공하고서라도 오웬과 재계약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의 이러한 맹목적 오웬 사랑 덕분에 이제 리버풀은 오웬을 이적시키더라도 1000만파운드밖에 얻을 수 없다. 한때 3000만파운드를 호가했던 오웬의 가치를 생각해본다면 실망스러운 액수이다.
또한 마이클 오웬은 클럽의 운명을 인질로 잡고 재계약 협상에 임하는 우를 범했다. 물론 그가 솔 캠벨이나 스티브 맥마나만같이 보스만 이적을 원하기 때문은 아닌 듯 싶다. 아마도 그는 리버풀이 과연 자신의 야망을 충족시켜줄 클럽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듯 싶다.(오웬의 에이전트는 지난 시즌 리버풀이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따내야만 오웬이 재계약을 할 것이라는 말을 한 바 있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해도 거의 1년 가까이나 클럽의 끈질긴 재계약 협상 제의에 우유부단한 태도로 일관하며 팀분위기까지 망치고 있는 것은 클럽에게나 그 자신에게나 결코 좋지 못한 자세이다.
오웬은 차라리 지난 12월, 또는 2003-2004 시즌 종료 후 자신의 거취를 결정했어야 했다. 이적을 하던지 리버풀과 재계약을 하던지 말이다. 이제 그는 떠난다 해도 리버풀 서포터들에게는 안좋은 인상만을 남길 것이고 남아있는다 해도 올시즌 부활을 목표로 하는 팀분위기에 안좋은 영향만을 미칠 것이다. 그가 그러한 우유부단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말이다.
물론 필자가 마이클 오웬의 해외 이적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시즌 15골 이상의 득점이 가능한 정상급 포워드이고 아직 젊다. 11살때부터 리버풀에만 있어온 그가 해외의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리버풀에 있어서도 오웬의 이적은 밀란 바로스라는 될 성 부른 떡잎에게 기회를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태국 투자건이 난관에 봉착한 지금 그의 이적료로 시급한 미드필더와 수비진 보강에 나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사커라인 정진환 - | | | |
첫댓글 오웬...서서히 몰락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