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또 지나갔지만 호진은 변함없이 카페를 찾았고 선물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호진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가희는 그의 마음을 받아줄 여유도, 그럴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렇게 가희의 외면 속에서 호진의 사랑은 처음의 순수함을 서서히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잔인하고 이기적인 본성이 눈을 뜨자 그의 사랑은 어느새 가희에 대한 집착으로 변하고 있었다.
“제 입장은 충분히 밝혔다고 생각하는데요.”
“시간 많이 빼앗지 않을 테니까 잠깐 타라.”
그의 표정에 떠오른 절박함 때문에, 그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가희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의 차에 올랐고 얼마 가지 않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전날도 리포트 때문에 밤을 꼴딱 새워야 했던 가희는 피곤에 절어 어느새 잠이 들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죠?”
가희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사방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곳에 위치한 어느 집 앞이었다. 아마도 별장의 용도로 사용되는 곳인 것 같았다. 급하게 차에서 내려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던 가희는 밀려드는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왜 이런 사태를 만들었는지.........
가희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지만 이미 후회해 봐야 소용없었다.
“제가 올 곳은 아닌 것 같군요. 저는 여기서 돌아가겠어요.”
호진이 순순히 데려다 줄 것 같지 않았기에 말을 마친 가희는 몸을 돌렸다. 걸어서라도 돌아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치 그녀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호진은 미소까지 지으며 가희에게 말했다.
“여긴 너무 외진 곳이라 너 혼자서는 돌아갈 방법이 없어. 뭐 서울까지 걸어서 가겠다면
한 8시간이면 될까?”
멈춰 선 가희는 몸을 돌려 호진을 노려보았다.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죠?”
“충분히 알고 있을 텐데?”
“아뇨, 모르겠어요.”
호진과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은 생각조차 없었다. 여덟 시간이 아니라 하루를 꼬박 걸어야 한데도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곧이어 들려온 호진의 말에 가희는 또다시 발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오늘 너의 행동여하에 따라 네 가장 소중한 친구의 안위가 결정된다면?”
“그게 무슨 말이죠?”
“못 알아들어? 네 가장 친한 친구 한 지수.............”
“지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호진의 말을 끊으며 가희는 다급하게 물었다. 미친 듯이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호진을 응시했다.
“궁금해?”
그는 야비한 미소를 머금고 가희에게 되물었다. 마치 가희를 놀리듯이..........
다급해진 가희는 고함을 치듯 그를 다그쳤다.
“어서 말해요!”
“한 지수가 지금 어디 있을 것 같아?”
호진의 물음에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무섭게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한 가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꼭 깨물었다.
“쉽게 말하지. 내 전화 한 통이면 한 지수는 많은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는 건 시간문제야.”
“그럴 리가...........없어요.”
가희의 눈동자가 불안으로 심하게 움직였다.
“그럼 지수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 봐.”
빙글거리며 대꾸한 호진은 더 볼 일이 없다는 듯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가희는 떨리는 손으로 지수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것은 지수가 아니라 낯선 남자였다. 곧이어 들리는 지수의 비명소리에 가희는 사색이 되었다.
지수야...........미안해.........정말 미안해...........나 때문에...........나 때문에...........
만약 지수에게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긴다면 가희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지수는 가희에게 친구 이상의 의미가 있는 존재였다. 그런 친구가 자신 때문에 다친다면........생각만으로도 가희는 끔찍해지기 시작했다.
가희의 눈에 눈물이 고였고 이내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예요?”
주저앉을 것 같은 다리를 질질 끌며 별장 안으로 들어간 가희는 호진을 향해 물었다.
“간단해. 이 별장에서 한 달 간 머물 것.........그리고 그 한 달 동안 몸도 마음도
온전히 내 것이 되어야 하겠지.”
그의 말은 가희를 두렵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두려움 따위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순간에도 위험에 노출된 채 불안에 떨고 있을 지수의 생각에 가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었다.
“그, 그럼 지수를 무사히 돌려보내 줄 건가요?”
“물론.”
“조, 좋아요. 그렇게 하, 할게요. 그러니 지수..........우리 지수 보내주세요.”
“오케이.”
호진은 싱끗 웃으며 곧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가희는 그 모습을 주먹을 꼭 움켜쥔 채 지켜보았다. 지수만........지수만 무사하다면............그래,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지수........우리 지수만 무사하면 그걸로 된 거야..........
“어, 나다. 그래, 잘 됐어. 보내 줘라. 그래.”
전화를 끊은 호진은 가희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됐지? 자, 그럼 이제는 연 가희 양께서 거래 조건을 이행하실 시간입니다.”
가희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뭘 어떻게 하면 되죠?”
애써 태연한 척 그를 향해 물었지만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움켜쥔 주먹은 여전히 펴질 줄 몰랐다.
“벗어.”
호진을 노려보던 가희는 입술을 깨물고 천천히 옷을 벗었다. 비록 22년 동안 고이 간직한 순결이었지만 지수만 무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참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희는 이것으로 제발 악몽이 끝나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진짜 악몽은 지금부터 시작임을 가희는 알지 못했다.
***
“삼 개월 째라더군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건만 가희는 스스로 호진 앞에 설 수밖에 없었다. 끔찍했던 한 달이 지나고 지수의 무사함을 확인하자마자 가희는 심한 고열에 시달렸다. 오일 내내 앓아누웠던 가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모든 일을 잊자고 다짐했다. 단지 악몽이었다고 치부하기로 마음먹은 가희는 [종이비행기]를 그만두고 다른 카페에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결코 두 번 다시 호진을 볼 일이 없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날 때까지도 당연히 있어야 할 증상이 나타나지 않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희도 별일 아닐 것이라 여겼다. 원래도 생리는 불규칙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줄만 알았다.
결국 삼 개월 째에 병원을 찾았고 임신이라는 진단을 받은 가희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차마 지수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미 들어선 생명을 지운다는 것은 가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을 하던 가희는 호진에게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호진이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이었다. 아빠 없는 아이는 자신 하나로도 족하다 여긴 가희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결혼하자.”
가희의 말에 호진은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기뻐했다. 그토록 순수하게 기뻐하는 호진을 보며 가희는 그에게 한없이 미안했다. 진작 그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 자신의 모질음을 탓하는 것이었다. 가희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하는 호진을 향해 가희는 힘없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사랑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호진만을 보리라 다짐했다. 살면서 그를 향한 미안함의 빚을 갚아나가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행복하게 해 줄게.”
오로지 가희만을 향하는 호진의 진심을 가희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로 가야 행복하다고 했던 엄마의 말처럼 말이다.
그리고 호진은 그날 바로 가희를 이끌고 그의 본가로 향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그의 집에 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호진은 막무가내였고 가희는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음...호연이 같은 경우는..속정은 있지만..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욕먹을 모습들 뿐이고..호진이 같은 경우는...겉으로는 착하게 보이지만..속은 그렇지 않은 경우고....이 설정은..어쩌면...2부나 3부에서 드러나게 될 진실을 암시하는 설정을 잡다보니 일케 됐네요...헤헤~
첫댓글 그 엄마가 가희을 죽일려구 했던것 같아요....나쁜....저도 부비부비~~~ㅋㅋㅋㅋ 설화님 항상 행복 하세요~~
ㅋㅋㅋ 장미님 때문에라도 설화두 행복해요..ㅋㅋㅋㅋㅋㅋ....나중에 호연이 엄마 때찌 해줄께요....^^*
설화님 오늘도 비누방울 젬나게 잘읽엇습니다... 그런상황에서도 가희가 호진이를 사랑할려고 맘먹었는게 넘기특하군요.. 그리고 넘이쁘구요.. 그런데 이제부터가 시련의 시작인거 가테서 맘이아프네요.. 님두 좋은한주 보내시구요. 소설 자주자주 올려주세요.. 글구 전 엔트를 치면서 작업하는게 좋아요 읽기가 더편해요.
음...강수니님 감사해요~~가희를 글케 이쁘게 봐주셔서 꼭 제가 이쁨 받는것처럼 기분이 좋네요...사실 비눗방울 시작할때..가희를 넘 약하게 설정한건 아닌가 고민했었는뎅...헤헤~~~감사해요~
아잇 ;; 호진이 착하다고만 사랑했는데 ..ㅠㅠ 그게 아니었군요
음...호연이 같은 경우는..속정은 있지만..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욕먹을 모습들 뿐이고..호진이 같은 경우는...겉으로는 착하게 보이지만..속은 그렇지 않은 경우고....이 설정은..어쩌면...2부나 3부에서 드러나게 될 진실을 암시하는 설정을 잡다보니 일케 됐네요...헤헤~
ㅇ_ㅇ..에헤헤~>_<ㅋㅋㅋ 잼있어요~ ㅇ_ㅇ 엔터 치시면 읽기 편한데 ㅇㅅㅇ..하여튼~잼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