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터 노부부
평생을 고생해 온 자기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라고 하는 자식들 성화를
뿌리친 뒤부터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고
노부부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젊음이 있어
늙음이 보이지 않는 자식들이 외면한
아내의 남은 삶을 손과 발이 되어
살겠다고 결심 한 할아버지는
낡은 경운기 뒷자리에 돗자리 하나깔고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에 걸린 아내와
해와 달을 친구삼아
사랑 나들이를 한다는데요
"오늘은 또 어딜 가세요 ?"
동네 사람들의 물음에도 웃음으로 답하며
정해진 곳 없는 길을 가는 노부부를 보며
"사람들이 왜 2미터 부부라고 부르는가요?"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는 게
부부의 사랑이라며
사랑!
그 끝없는 길을
대답대신 침묵으로 달려가고만 있었습니다
"임자...좋지?"
사랑하려면 이들처럼 하라는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안고
일터와 쉼터로 부지런히 오가는
할아버지는
올려다 보는 하늘 만큼이나
후회와 아쉬움이 쌓인 탓인지
2미터 노부부가 된 사연을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울 할멈과 내 몸에 묶여있는 이것 때문이쥬"
말없이 사라지는 아내와
자신의 허리 춤에 묶인 이 밧줄 덕분에
2미터 이상 떨어져 본적이 없다며
희미해진 미소를 얼굴에 그려놓더니
"이 줄이 우리 부부에게 생명줄이나
다름 없는 겨"
가까이 있기에
소중하고 더 소중한 게 부부기에
하늘을 지붕 삼아
바람을 친구 삼아
비켜 가지 못한
세월의 무게를 안고 있지만
내일도 함께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달려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서로가 주는
숨 쉬는 입김의 온기 하나로
고된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며
오는 봄을 맞이하러 간다는 노부부는
멋진 자가용은 아니지만
오늘도 서로의 마음이 함께하는 경운기에
사랑을 싣고 행복으로 밝혀놓은 길을 따라 달려온 곳은 읍내에 있는 병원앞인데요
"주사 맞았으니까 이젠 괜찮을겨"
감기 몸살로 힘들어 하던 할머니를 데리고
병원문을 나선 할아버지는
경운기 뒷칸에다 할머니를 앉히고는
시장통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나오더니
순대 한 접시를 펼쳐놓습니다
"임자 많이 먹어..."
굳게 다문 하늘 같이 벌어질 줄 몰랐던
할머니 입에다 순대 하나를 집어 넣어주고는
새들이 노래하는 희망이라는 반주에 맞춰
돌아 온 집에서 할머니의 발을
씻겨 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데요
"임자...
오늘 나 따라 다니느라 힘들었지
이제 누워서 어여 자"
할아버지도 그제서야
먼저 잠든 달을 따라 하루라는 문을 닫고
잠든 아내의 얼굴을 매만지더니
멈춰 뒀던 눈물을 눈썹 끝에 매답니다
"임자...
세상 기억 다 잊어도
내가 당신 남편 인 건 잊으면 안되네 "
가족이란 이름에 세월을 받친
아내의 손을 꼬옥 잡은 할아버지는
이 밤 홀로 떠 있는 별을 보며 기도해 봅니다
아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 달라고....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