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파공성과 함께 오공황궁무술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바사라 가의 비전 검법 ' 일점사 '가 펼쳐졌다. 비전과 함께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검은색 머리에 검은색 눈을 가진 위대한 검사가 전설적인
200의 주시자 중 공계(현재 인간,하프휴먼,트로겐스톤 세 종족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 )를 지배하려 했던 그린 드래곤의 로드
바사라 벨을 물리칠 때 시전된 검법이라 한다. 매서운 파공성을 휘감으며 돌진해오는 아라돈을 보고 두 존재는 기겁했다.
[ 저 기술은 ?! ]
[ 타락한 숲의 주시장( 숲의 주시자들의 로드)을 파멸로 몰고 갔던 인간의 검법 ! ]
" 각오 해라아 - ! 은 바 아 아 아 알 - ! "
아라돈의 기세가 심상치 않자, 아이리스는 자신의 주군이 남긴 흑색의 검 '발텐'을 을 뽑았다. 아이리스는 아라돈이 달려드는
지점을 두 검을 교차시켜 막아섰다.
두 검 '에아'와 '발텐'이 교차되면서 아라돈의 매서운 찌르기를 막을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리스만의 착각이였다.
플로뢰의 형태를 띤 오러 블레이드가 자신의 심장과, 두 검이 교차 된 쪽으로 이등분되어 날라왔다.
아이리스는 자신의 심장을 향해 날라오는 오러 블레이드를 막고 싶었으나 '에아'와 '발텐'이 다른 한쪽의 오러 블레이드에 막혀
있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 푸욱
" 커헉... ! "
위기 순간에 몸을 최대한 비틀어 검의 궤도를 자신의 심장에서 벗겨 내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자신의 폐를 관통당하고
말았다. 아이리스의 입에서 연신 새빨간 선혈이 토해져 나왔다.
" 쿨럭쿨럭.. 젠장.... "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가 은발 남자의 몸을 관통 시킨 것을 알고 검을 종으로 그어 은발 남자의 몸을 두 동강 내고 싶었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강력한 화염의 마나에 검을 빼고 뒤로 피했다.
- 쿠아아아아아아아아... 화르르르......
아라돈이 서있던 자리에 '헬 버스트' 라 불리는 8서클 마법이 떨어졌다. 직격은 피했지만 그 여파에 7번이나 땅바닥을 구른
아라돈이 힘겹게 일어섰다.
" 크윽... 말도안되.. 정령왕이, 정령왕이 정령계가 아닌 곳에서 8서클의 마법을... ? "
아라돈은 믿기지 않는 듯 헬 버스트의 여파가 휩쓸린 자리를 바라보았다. 사실 정령왕이라는 존재를 불러내는 데에는
엄청난 마나가 소모된다. 게다가 까다롭게도 정령왕이 공계라 불리우는 이 세계에서 자신의 힘을 발휘하려면 마나와는
별도로 소환한 주인의 ‘그릇’의 크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하기에 많은 이들이 정령왕의 소환을 꺼려했고,
자신이 위대한 자임을 알리고 싶었던 영웅들은 그 방법중 하나로 정령왕의 힘을 내세우기도 했었다.
" 크윽... 저 남자의 '그릇' 의 크기는 도대체 얼마나 크단 말인가... "
아라돈은 자신의 중얼거림을 끝내지도 못한채 다시한번 땅을 7번 굴러야 했다. 대지의 분노가 물질화되어 12개의 창이
솟아오른 탓이었다. 어스 암즈 라는 8서클 계열의 마법이었다.
- 투쾅! 털썩.
무릎이 꿇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 소리는 공격을 당한 아라돈의 것이 아니라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 상처를 입은
아이리스가 낸 소리였다.
" 젠장.. 빌어먹을 금발의 꼬마가... "
‘에아’와 ‘발텐’을 땅에 꽂으며 힘겹게 일어선 아이리스가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은 차마 인간이 낼 수 없을 정도의
분노를 담고 있었다.
" 하아.. 하아.. 아냐어스, 시크로스. "
아이리스의 힘겨운 대답에 두 존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아이리스를 바라보았다. 그 때 다시 한번
아이리스의 오른쪽 무릎이 꺾였으나 이내 다시 기운을 차려 일어섰다.
" 미안하다... 융합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
[ 상관 없다 아이리스여. 다만 지금 나는 너무나도 화가 나는구나 ... ]
화염의 정령왕 시크로스의 분노에 주변의 공기가 달구어졌다. 동쪽 정령계 피어렌( 고대 정령어로 끝없는 분노라는 뜻임 )의
왕이자 화염의 정령왕이기도 시크로스의 분노 서린 명령에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지름이 30cm 정도 되는
빨간색 구( 원의 입체 도형 ) 수천개가 나타났다.
[ 크르르... 감히 나의 주군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 ]
대지의 정령왕 아냐어스가 분노하자 몸 밖으로 나와있던 근육과 신경계들이 꿈틀거렸다. 그러자 아르센 평야가 진동을 하더니
아냐어스의 전방에 길이 20cm정도 되는 작은 송곳이 대지로 부터 솟아났다.
[ 허억.. 허억... 대지의 정령왕 아냐어스 , 화염의 정령왕 시크로스. 태고적 동쪽 정령계 피어렌과 남쪽 정령계 덴지스 ( 고대
정령어로 숭고한 용기 라는 뜻임 )에서 맺었던 맹약에 따라 주군 케이냐인 반 아이리스가 명한다. 나의 ‘그릇’에 몸을
의탁하는 것을 허락하노니, 공계에서의 속박과 제약을 허물고 나의 창과 방패가 되어 적을 무찔러라 . ]
아이리스의 끝도 없는 중얼거림을 지켜보던 아라돈은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중심을 잡으려고 했으나
잡히지가 않고 세상을 보려고 했으나 눈이 보이지 않았다. 손을 움직이려 해도 따라주질 않았고 발을 들어올리려고
해도 움직이지 않았다. 떨리는 왼손을 오른손에 갔다 대봤지만 손끼리 겹쳐서 나는 따스한 촉감이 느껴지질 않았다.
[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 ]
[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알 수 없는 굉음에 아르센 평야의 대지가 흔들렸다. 아니, 지금 이 순간 아르센 평야의 대지를 넘어 알비온 제국 서북쪽의
모든 대지가 진동하고 있었다. 하늘에 떠 있던 30cm가량의 붉은색 구가 커지며, 작은 ‘ 헬 버스트 ’의 형상을 띠었고
화염의 정령왕 시크로스가 입을 벌려 울부 짖자 수천에 달하는 작은 ‘ 헬 버스트’ 들이 발리예스 제국의 병사들을 향해
떨어졌다.
대지에 박혀있던 20cm의 작지만 날카로운 송곳이 대지의 정령왕 아냐어스의 포효와 함께 매우 빠른속도로 전진했다.
전진하던 송곳이 점점 커지며 발리예스 제국의 병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 쿠구구구구구구구아아아아아아아
하늘에 떠있던 작은 ‘ 헬 버스트 ’ 들이 붉은색 곡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흡사 유성을 보는 것처럼 아름다웠지만
하나 하나가 7써클 마법의 공격력과 맞먹는 데다가 그 개수가 수천에 달하며 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을 파괴해 버린다는
12서클 마법의 ‘ 헬리오네 ’ 가 시전 되었다.
20cm가량의 작은 송곳이 박혀있는 곳을 시작으로, 앞으로 갈 수록 땅을 뚫고 나오는 송곳의 크기와 두끼가 커졌다.
모든 방어를 뚫는 절대자의 창 12서클의 마법인 ‘ 디 어디언 ’이 시전되었다.
아라돈의 몸에는 이미 18개의 송곳이 박혀있었고 금발의 미남자 아라돈은 그렇게 그의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발리예스 제국의 기사들은 모두 발에 마나를 집중시키며 전쟁터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12서클의 마법중 가장 속도가
빠른 것이 바로 ‘디 어디언’ 이었다. 기사들이 대지에서 발을 때기도 전에 이미 솟아오른 108m에 이르는 8천의 송곳이 2만
기사의 목숨을 앗아갔다. 불길한 징조를 느끼고 조금 더 일찍 도망친 기사들은 그 끔찍한 송곳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었으며,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러나 이들도 간과 한게 있었으니, 12서클의 마법중 가장 범위가 넓다고 알려진 ‘ 헬리오네 ’를 간과한
것이었다. 달리던 기사들의 눈 앞에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작은 ‘ 헬 버스트 ’가 보였다. 이윽고 기사들의 시야가 불에
타들어 가듯 사라지면서, 도망친 모든 기사의 목숨을 앗아갓다.
- 쿠구구구구구구구
3만의 병사들을 제물로 받고도 만족하지 못한 듯, 대지의 송곳과 화염의 비는 그렇게 한동안 진노했다. 그 진동이 끝나자
힘겹게 서있던 아이리스가 두 무릎을 꿇었다. 이미 빨갛게 물들대로 물든 하얀 옷은 더 이상의 피를 흡수하지 못하고
밖으로 내보냈다. 순식간에 아이리스가 있는 자리는 피로 물들었다.
[ 흐... 윽.... 하아... 아냐어스, 시크... 로스.. 적 .. 들은 ... ]
[ 이미 처치했다. 안심해라 아이리스. ]
[ 갈색 트롤이 하는 말이다. 믿어라 아이리스. ]
[ 지금 나에게 한말이냐 빨강 짭새 ? ]
어느 새 본체의 모습을 버리고 자연으로 회귀한 두 존재의 목소리에 아이리스는 희미하지만 웃음을 지었다. 정령왕 본채의
유지는 많은 마나를 잡아먹는다. 갖등이나 목숨이 위험한 아이리스에게 그것은 치명적이다. 그를 안 ‘ 갈색 트롤 ’ 아냐어스와
‘ 빨강 짭새 ’ 시크로스는 재빨리 정령계로 귀한한 것이다.
[ 허억.. 허어억..! 하아... 그 짜증나는 말싸움을 듣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 인것 같군.. 허억.. ]
[ 바보같은 소리 ! 조금만 더 버텨라 ! 지금 당장 내가 '하라이스'를 불러올테니 ! ]
[ 아이리스여! 빛을 다루는 하라이스의 치료술은 그대가 잘 알지 않은가 ! 포기하면 아니된다 ! ]
두 존재의 발악에 가까운 목소리에 아이리스의 귀청이 울렸다. 그것도 아주 시끄럽게. 평소에 아이리스라면 화를 낼 법도
하건만, 아이리스는 화를 내지 않았다. 되려 죽음에 가까워진 지금 모순 되게도 한층 더 강한 마나가 아이리스의 몸에
생겨났다.
' 하아... 그렇군.. 마음을 비웠다고 생각했건만... 아직.. 비우지 못했었군.. 그래.. 이것이 바로 .... '
아이리스의 몸에서 강한 마나가 생겨남을 느끼자 두 존재들은 희망을 느꼈다. 죽지않아! 자신들의 주군은 죽지 않는다!
[ 하하하하 ! 정말 훌륭하도다. 죽음의 경각에 놓인 순간에 오히려 발전을 하다니 ! ]
[ 크크크.. 그렇구먼. 발전한 것이였구먼.. 대단하군 아이리스 ! 안 그런가 빨간 짭새 ? ]
[ 흐... 갈색트롤. 내 이번만큼은 참아 주도록 하지 목숨 건진줄 알라고 허허허. ]
[ 뭐? 갈색트롤? 이 놈아 난 못참겠다. 퉤! 덤벼! 이야아아압! ]
두 존재가 서로 치고 받는 소리가 아이리스의 귀에 들렸다. 아이리스는 못말리는 두 존재의 싸우는 모습을 상상하더니
크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한없이 고요한 말로 두 존재를 불렀다.
[ 아냐어스, 시크로스 ]
[ 응? ]
[ 허억허억... 뭔가.. 아이리스여 ? ]
화염은 대지를 이기지 못한다. 그것은 불변의 법칙이었고 게다가 화염의 정령왕 시크로스가 숨을 헐떡이는 것은 그다지
특이한 일이 아니다. 둘이 치고 받고 싸우면 승자는 언제나 대지의 정령왕 아냐어스 였기 때문에 화염의 정령왕
시크로스는 매번 거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승패가 갈린 듯한 말투로 두 존재가 대답해오자, 아이리스는 눈을 감으며 말을 이었다. 말을 이으면서도 내내 입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 두 존재라면 자신이 못다한 일을 이룰 수 있으리라.
[ 알비온의 미래를... 부탁한다. ]
[ 뭐라는... 헉?! ]
[ 무슨 소리를... !! ]
두 존재의 목소리는 아이리스의 귀에 닿지 않았다. 아이리스의 몸이 서서히 앞으로 쓰러졌다.
- 털썩
[ 아....... ]
[ ......... ]
대지의 주인 아냐어스와 화염의 주인 시크로스는 갑자기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고 말을 배울 때 부터 같이 지냈던 사이이다. 부모 대신 기저귀를 갈아 줬으며 싸움을 가르쳤다.
이미 감정을 버린지 오래였던 다섯의 정령왕들도 아이리스와 지낸 사이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되버렸다.
어찌 보면 아들이었으리라. 언제나 무뚝뚝했으나 정령왕들에게 그런 아이리스는 사랑스러운 아들이었을 뿐이었다.
[ .... 후우... 20년인가... ]
[ 크큭. 그렇군... 내가 저 몹쓸 녀석의 기저귀를 갈았었지. 어찌나 지독하던지.. ]
[ .. 아냐어스여.. 기저귀를 간 것은 나였다만..? 그대는 구경만 하고 있지 않았었나 ? ]
[ 으음 ? 그렇군... 아 그래... 나는 저 망할 녀석에게 말을 가르쳐 주었었지. 깜빡했군. ]
[ .... 그건 데니빈스가 한 일이 아니었나 ? ]
[ 하하하 ! 농담이네. 농담. 내가 제일 자신있어하는 검술을 가르쳤었지 ! 하하하하. ]
[ 그렇다면 드레이스는 무얼 했단 말인가 ? ]
[ 크음... 내 기억력이 많이 쇠했군. 사실 나는 저 멋진 녀석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었어 ! 그렇지 아니한가? ]
[ 빛을 돌보는 하라이스가 통곡할 일을 저질르고 있어... 자넨. ]
[ 으잉? 그렇다면 나는 무얼 가르쳤단 말이냐? ]
[ ...... 귀찮다며 대지의 아이들과 술마시며 놀았던 자가 누구였는지 ... 기억 안나나 ? ]
[ 어? 어하하하하! 그렇군, 그랬어 ! 깜빡했었군 ! ]
[ .... 이제는 몹쓸 왕이 되려하는가 아냐어스여 . ]
[ 그래.. 나는 참 몹쓸 왕이지.. 저 사랑스러운 녀석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다니... ]
[ ......... ]
아냐어스의 말에 시크로스는 일순간 할 말을 잃었다. 1000여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저토록 슬픈 목소리를 한 아냐어스는
처음봤다. 이상하게도 아이리스를 직접 가르쳤던 자신보다도 대지의 정령왕 아냐어스의 슬픔이 더 크게 느껴졌다.
[ 크흑.. 크흑.... 크으으으.... 제길... 제기일! ]
[ .......... ]
[ 제기이이이일 ! ]
대지의 주인 아냐어스의 의식이 분노에 휩쌓였다. 같은 정령왕인 시크로스마저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거대한 분노였다.
이 세상을 창조한 공의신, 천의신, 마의신이 만들었다는 어둠의 주인이자 뱀파이어의 로드 '르피오네' 여왕의 분노도 지금
아냐어스의 분노에 미치지 못하는것 같았다.
[ 아냐어스여... 신선계로... 신선계로.. 가야한다... ]
[ 크으으윽 ! 으아아아아아아악 ! ]
거대한 분노를 감당하지 못한 대지의 정령왕 아냐어스의 의식이 미약해졌다. 지금 아냐어스의 의식으로는 불인 시크로스도
이길 수 있을 만큼 나약했다. 나약해진 아냐어스의 의식을 잡고 시크로스의 의식이 아이리스로부터 멀어졌다.
[ 잠시지만 편히 쉬게나... 다섯 정령왕의 아들이자, 나의 주군인.... 아이리스여. ]
지금 하늘은 무슨 색일까. 파란색? 하늘색? 자주색? 아직 하늘이 자줏빛이 되기에는 조금 이른것 같다. 아직도 하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