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만난 名문장, 뇌腦를 뛰게 하라
“사고(思考)는 내면화된 운동이다.”
―로돌프 이나스(Rodolfo R. Llinas) ‘꿈꾸는 기계의 진화’ 중
우리는 동물이다. 이 말은 곧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몸을 움직여서 구해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인간은 먹고, 위험을 극복하고, 짝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다. 이런 움직임을 관장하기 위해 뇌腦가 탄생했다. 움직임에는 정교한 통제 과정이 필요하다. 생존에 필요한 목표를 설정하고 다음 행동을 계획한 뒤 그 행동에 대한 손익까지 계산해 움직일 시점을 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뇌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분석하고 예측하면서 거대한 ‘생각 기계’로 진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뇌 기능을 탁월하게 활용하게 된 인간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도 생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게 됐다. 더 이상 먹이를 구하러 사냥에 나서거나, 짝을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방황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몸이 편해졌다고 우리의 삶이 그만큼 편안해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가정하고, 계획하고,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움직여야만 살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나, 움직이지 않고 살아가면서, 움직임을 통제하기 위해 설계된 뇌의 과도한 부산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민과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일단 더 움직여 보시라. 꾸준히 운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하루 24시간 중 고작 한두 시간일 뿐이다. 그러니 집 주변의 계단을 오르든 회사 건물의 산책로를 걷든, 어떤 방식으로든 항시 움직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 몸이 설계된 방식보다 형편없이 적게 움직이는 삶을 살고 있다. 아무리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내면화된 운동을 수행한다고 해도, 직접 움직이지 않는 한 뇌는 정체되고 부산물은 더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가 더 움직인다면, 뇌도 움직임 통제라는 원래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다시 ‘건강히’ 움직일 것이다.
인간의 뇌 1㎣를 완벽하게 분석한 3D 맵-1.4PB 데이터 베이스가 공개
Google과 하버드 대학의 연구팀은 인간의 측두엽에 있는 뇌 조직 1㎣를 기증받아 이를 평균 두께 30nm의 5300개의 얇은 슬라이스 조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4nm 해상도를 지닌 전자주사 현미경을 이용해서 구조를 확인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2억2500만장의 이미지를 3D 지도로 다시 완성했다. 데이터 크기는 무려 1.4PB에 달한다.
이 지도 안에는 5만개의 세포와 1억 3000만개의 시냅스가 담겨 있다. 인간 전체 뇌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데이터임에도 이렇게 큰 데이터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인간의 뇌가 극도로 복잡하다는 이야기이다. 연구팀은 H01 데이터라고 명명한 데이터를 bioRxiv 서버에 공개했으며 앞으로 계속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니다. [출처: 고든의 생물학 이야기]
❁ 꿈꾸는 기계의 진화
- 뇌과학으로 보는 철학 명제 [북센스]
✵ 책소개
뇌과학腦科學 이야기. 이 책은 뇌과학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인 저자가 마음의 진화와 본성에 관한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내용을 담아 정리한 것으로 뇌를 단일 신경세포 단위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시공간을 넘어선 마음의 기원과 기능에 대한 연구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 정의에 이르는 내용도 서술한다.
《꿈꾸는 기계의 진화》는 뇌가 어떻게 의사 소통을 하게 되는지, 뉴런의 역할과 뇌로 유입되는 세계의 특징, 유전적으로 타고 나는 지식과 추상과 감정, 스키너의 상자 등의 내용으로 구성했다.
✵ 저자 : 로돌포 R. 이나스(Rodolfo R. Llinas)
1934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태어나 1965년 호주국립대학 존 에클스(John Eccles)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대학교 의대 생리학 및 신경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으며, ‘토마스 앤 수잔 머피 교수(Thomas and Suzanne Murphy Professor)’라는 명예직함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400편이 넘는 과학 논문을 발표했으며, 특히 오징어의 거대 시냅스와 인간의 자기뇌전도(MEG)를 이용하여 하올리브 및 소뇌와 시상에 관한 선구적인 연구로 유명하다. 미항공우주국(NASA) 산하 뉴로랩(Neurolab) 과학연구단의 단장이기도 하다. 저서로 『오징어의 거대 시냅스(The Squid Giant Synapse)』, 패트리샤 처칠랜드(Patricia Churchland)와의 공저 『마음-뇌 연속체(Mind-Brain Continuum)』가 있다.
✵ 역자 : 김미선
연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대덕연구단지 내 LG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숙명여자대학교 TESOL 과정을 수료한 뒤 영어강사로도 일했다. 옮긴 책으로 『의식의 탐구』 『기적을 부르는 뇌』 『감정의 분자』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뇌와 삶의 의미』 『뇌, 인간을 읽다』 『신경과학으로 보는 마음의 지도』 『뇌와 마음의 오랜 진화』 『괴물의 심연』 『과학철학』 『생각』 『참 괜찮은 죽음』 『진화의 키, 산소 농도』 『지구 이야기』 『걷는 고래』 등이 있다.
✵ 목차
추천의 말_ 꿈 저 너머에 있는 것
머리말_ 사고는 내면화된 운동이다
1장 마음의 기원
마음은 뇌와 같다/ 마음은 내면화된 운동/ 운동 조직에 대한 두 가지 관점/ 특별한 기억과 진정한 자아/ 뇌는 어떻게 의사소통할까/ 우렁쉥이의 회귀
2장 예측하는 뇌
움직이는 것들의 생존 전략/ 1초에 1018번의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시간 해상도 떨어뜨리기/ 운동뉴런은 리듬을 타고 하나가 된다/ 근육, 다발로 묶어 조정하기/ 운동의 과잉완성/ 겁쟁이 뉴런/ 불규칙적인 떨림/ 아래올리브, 우리 몸의 메트로놈/ 올리브소뇌, 운동조절을 위한 뉴런집합
3장 움직임과 생각의 출현
뇌, 세계와 신경계의 중계자/ 뇌로 유입되는 세계/ 최초의 떨림/ 감각의 메아리/ 협동운동과 신경회로의 이중주/ 내부 세계의 변환적 출력
4장 신경세포의 진화
나를 구성하는 전기적 사건/ 진핵 유기체의 탄생/ 세포들의 연합/ 칼슘과 인의 위험한 정사/ 초유기체, 포르투갈 군함/ 중간뉴런, 감각의 관제탑/ 뉴런은 어떻게 감각을 변환할까
5장 눈의 진화
꿈꾸는 기계/ 눈, 동물의 광합성/ 바늘구멍 눈/ 가리비와 코필리아의 눈/ 유리구슬 굴리기
6장 나, 소용돌이(vortex)
반응성을 넘어 주관성으로/ 할머니 세포/ 잠자는 동안에는 왜 듣지 못할까/ 소리 골라내기/ 의식, 시간의 일치/ 40Hz, 결합의 신호/ 결합한다, 고로 존재한다/ 자아, 예측의 중심/ 고유 벡터 &엉클 샘/ i of the vortex/ 깨어있는가 잠들었는가
7장 고정행위패턴(FAP), 뇌의 자동 모듈
미리 만들어진 운동 테이프/ FAP, 자아의 도우미/ 기저핵, FAP가 잠든 곳/ 투렛 증후군과 파킨슨병/ 움직임의 전략/ 전략과 전술/ 꽃병을 사수하라/ 언어, 전운동 FAP
8장 감정, 행위의 전주곡
1,000척의 함대를 출범시킨 것/ 감정과 행위는 비례한다/ 감정이 일어나는 곳/ 보습코계, 설명할 수 없는 감각과 느낌/ 그냥 우리에게 오는 것들
9장 학습과 기억
변화에 맞는 조정/ 반복과 연습/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지식/ 춤추는 아기의 눈/ 리듬, 또 하나의 오래된 기억/ 사자의 습격/ 손자의 얼굴/ 몸의 기억/ 유전자에 기록되는 기억/ 개체발생적 전주곡/ 학습은 약간의 조정일 뿐이다/ 사자도 한때는 어렸다/ 오리 엄마
10장 감각질, 감각의 결합이 만든 보고(寶庫)
유령 몰아내기/ 감각의 지도/ 감각, 전기 활동의 분자 대응물/ 과학이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단세포와 감각질/ 감각질의 양을 잴 수 있을까/ 감각질은 내부 신호를 만든다/ 입력의 산물, 출력의 원동력
11장 추상적 사고와 언어
추상과 감정/ 지향성, 운동의 표상/ 운율, 바스락거리는 언어/ 모방, 운율은 전염된다/ 사람의 언어
12장 집단 마음
의사소통/ 웹, 의사소통의 허브(hub)/ 쓰레기라도 삼켜/ 스키너의 상자/ 마음을 가진 컴퓨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 책 속으로
뇌가 어떻게 예측적인 감각운동 표상을 이용하고, 이어서 보편성의 집합을 추출하고 유입해서 외부 세계를 표상하게 되었는가 하는 깊은 질문들을 향해 들어가기 전에, 뇌는 감각에 의해 조정되는 닫힌계라는 논점을 제시해야 한다.-p93 중에서
전략은 이것 아니면 저것인 구조이다. 개는 긁을 것인가, 아니면 먹이를 먹을 것인가? 둘 중 하나이지만 절대로 둘 다는 못한다. 결정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어진 총체적 전략을 빠른 속도로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경계가 선택한 해결책은 특정한 감정 상태를 토대로 고른 것이다. 왜? 의식에는 집중을 통해 선택을 줄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의식이 필요한 까닭이다.-p242 중에서
반복해서 말했듯이 뇌는 실재 묘사기이다. 그 계가 닫혀있다. 따라서 아주 다르다는 말의 의미는 그게 '모든 것(everything)'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뇌 활동은 다른 모든 것을 위한 은유(metaphor)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인간은 기본적으로 현실세계의 가상 모형을 건설하는 꿈꾸는 기계이다. 144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 중에는 동물에게 주관적 느낌(감각질)이 있다는 걸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증명이 될 때까지는 주관성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지를 입증할 책임은 동물의 주관성을 부인하는 사람들에게 있다. 나는 가장 원시적인 진화 수준에서조차, 신경계는 모두 주관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168
'나'는 언제나 굉장한 수수께끼였다. 나는 믿는다. 나는 말한다. '나는' 다음에 무엇이 오든. 그러나 물리적인 '나'라는 존재란 없다는걸 알아야 한다. 그것은 그저 특별한 정신 상태일 뿐이다. 우리가 '나' 혹은 '자아'로 부르는 것은 어쩌다 생겨난 추상적 실체에 불과하다...(중략)....그래서 자아란 무엇인가? 자, 그것은 아주 중요하고 유용한 구조이고 복잡한 고유벡터(eigen vector)이다. 오직 계산된 실체로만 존재한다. 188
색깔, 냄새, 맛, 소리와 같은 감각의 2차적 특질들은 본질적인 중추신경계 의미론(semantic)의 발명품 혹은 구조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한다. 189
✵ 출판사서평
“뇌과학에 관해 단 한 권의 책만 읽어야 한다면, 바로 이 책이다!”―아마존 서평
2000년대에 들어서 과학계는 물론 과학책을 읽는 독자층에서는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각종 연구단체 및 언론계에서도 뇌과학 관련 강연, 연구 결과, 기사, 프로그램 등은 관심이 끊이지 않는 소재이다. 뇌에 대한 연구는 여러 학문 분야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연구 과제이다. 이는 그것이 곧 인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연구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소개된 뇌과학 책은 심리학 분야와 자기 계발서 성격이 강한 사례 중심 이야기책이 대부분이었다. 두터워진 독자층을 바탕으로 뇌과학 원리와 의식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담은 책도 꾸준히 출간되어 왔다.
이번에 복간된 『꿈꾸는 기계의 진화』는 기존의 뇌과학 연구의 지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중요한 책임에도 과학서를 꾸준히 읽는 대중을 대상으로 쓴 실로 가치 있는 도서이다. 뇌과학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 로돌포 R. 이나스가 마음의 진화와 본성에 관한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은 뇌과학계는 물론이고 다른 학문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명저로 손꼽힌다. 절판된 후 높은 중고가로 거래되던 이 책은 SNS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다가 결국 뜻이 모은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의해 복간되기에 이르렀다.
“뇌과학 연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아주 중요한 책!”
세계 최초로 ‘양성자 방출 단층촬영 장치(PET)’를 개발하여 뇌영상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는 조장희 가천의과��대학교 뇌과학연구소 소장은, “인간이 어떻게 자아를 형성하게 되었으며 그것이 오랜 세월에 걸쳐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밝히고 있는 이 책은, 뇌과학 연구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키는 아주 중요한 책”이라고 극찬했다.
『과학콘서트』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의 번역본이 출간된 것은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목말라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단숨에 도전해볼만한 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돌포 R. 이나스는 이 책 『꿈꾸는 기계의 진화』에서 뇌기능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마음은 곧 뇌’라고 정의하는 한편, 우리가 궁금해 하는 마음의 정체를 구체적이면서도 논리적으로 밝혀주고 있다. 또한 과학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자신이 세운 과학적 가설을 기반으로 철학의 영역에까지 접근하고 있다. 학계 권위자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고 있는 이 책의 의미와 중요성은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뇌의 기능, 언어, 감정은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된다.”
현대 뇌과학 연구에 큰 기여를 한 학자로는 뇌 작동의 전체 윤곽을 신경진화론적으로 설명하여 뇌과학 연구의 토대를 마련한 제럴드 에델만,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크릭과 그의 연구 동반자인 크리스토프 코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연구는 뇌의 작동 원리를 신경세포 연결망의 전체적인 동작으로 설명하였다.
그런데 로돌포 R. 이나스는 이 책에서 뇌의 신비를 단일 신경세포 단위에서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뇌과학 연구 결과 중 가장 작은 단위인 신경세포에서 출발하여 대부분의 뇌 작용을 운동 일원론적으로 일관되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신경세포는 진동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진동은 신경세포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신호이자 생존의 원리이다. 우리 몸 안에 있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은 제각기 진동하는데, 필요에 따라 합창이 되고 오케스트라 연주가 되고 이미지가 되고 우리 몸을 움직이는 원격조정장치가 되기도 한다. 이들의 수많은 변주와 변신을 통해 만들어지는 게 인간의 ‘마음’이라고 이나스는 정의한다. 더불어 하나의 ‘신경세포가 가진 본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인간의 뇌와 마음, 그리고 몸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중추적인 운동의 발생과 마음의 발생에는 깊은 관계가 있다. 사실 그것은 동일한 과정의 다른 부분이다. 내가 볼 때, 진화적으로 태동되는 순간부터 마음은 운동이 내면화된 것이다.―본문 p24
세포들이 직접 전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으로써 뒷받침되는 전기적 공명이라는 성질은, 아마도 뉴런들 간의 가장 오래 된 의사소통 방식일 것이다. ―본문 p33
이나스는 뇌를 닫힌계로 정의하는 한편 감각에 대해서는 독창적인 시각을 펼친다.
브라운의 생각과 연관된 하나의 작업가설(working hypothesis)은, 신경계 기능은 본질적으로 알아서 작동하고 감각 입력은 이 본질적 체계에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 그것을 조정한다는 것이다.―본문 p27
이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뇌는 심장처럼 최소한 두 가지 다른 의미에서 자기참조적인 닫힌계(closed system)로 작용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첫째, 골격 안쪽에 갇혀 있으므로 직접 살펴볼 수 없다. 둘째, 전문화된 감각 기관을 이용해서만 보편성(universals)을 알 수 있는 자기참조적인 계이다. 감각기관은 내부 상태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내부 상태는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신경회로를 반영한다. 그러한 회로는 유전적으로 미리 결정된다(예를 들어, 우리는 학습하지 않아도 색을 볼 수 있다).―본문 p27
인간은 꿈을 꿀 때도 깨어 있을 때와 똑같은 감각 경험을 한다. 그러므로 감각은 단지 운동을 조절하기 위해 존재할 뿐이며, 인간이 느끼는 감각적 경험은 유전자에 이미 새겨져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는 인간의 유전자에는 30억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온 인류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는 뜻이다. 우리 몸속에 그토록 긴 세월 동안 꿈꾸기를 거듭해온 생명체의 기억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마음의 본성을 완전히 이해하는 날, 우리는 서로를 더욱 존중하고 찬미하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바로 이러한 결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뇌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예측한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성과는 ‘예측’이라는 개념으로 ‘운동’과 ‘자아’를 설명했다는 점이다. 이나스가 강조한 뇌의 예측기능은 앞으로 뇌의 역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생물학적 진화의 태동기부터 예측의 욕구, 즉 의도(intention)가 우리를 통치하고 유도하고 끌어당긴 결과 우리에게 감각운동 이미지(사실상, 마음 그 자체)가 일어난 것이다. (중략) 예측이야말로 반사와 전혀 다르게 본질적으로 목표 지향적인 뇌 기능의 핵심이다.―본문 p21
뇌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몸의 신경계를 이어주는 중계자이다. 뇌는 감각을 통해 받아들여진 외부의 정보를 한 곳으로 모으고 조합해서 적절한 행동을 하도록 지시를 내린다. 정보가 모였다가 흩어지는 지점이 ‘자아’가 숨쉬는 곳이다. 자아는 감각질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토대로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시뮬레이션(감각운동 이미지)한다. 그리고 신경계를 통해 운동으로 출력한다. 이때 만들어지는 목적을 띤 시뮬레이션이 ‘예측’인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동물, 심지어 하등한 우렁쉥이에게도 ‘자아’가 있을까? 저자의 답은 ‘그렇다’이다. 움직이는 모든 것에는 예외가 없으므로!
그 안에 있는 좌표계가 감각 기관과 운동 ‘공장’(모든 근육과 관절의 집합이나 그에 해당하는 것)의 역동적 요소들을 사용해서 입력(감각 사건)을 적절한 출력(운동 반응)으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운동 변환이야말로 뇌 기능의 핵심, 즉 뇌의 생업이다.―본문 pp36~37
시간 영역에서 외부 실재와 내부 실재의 분열된 성분들을 단일한 구조로 결합하는, 시간적으로 결이 맞는 이 사건이 바로 ‘자아(self)’의 실체이다. 뇌의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지극히 유용한 발명품이다. 결합한다, 고로 존재한다!―본문 p186
셋째―“인지능력의 대부분은 유전적으로 갖추어진 채 태어난다.”
이나스가 이 책에서 ‘인간은 학습하는 기계’라고 보는 유명한 ‘빈 서판(tabula rasa) 이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나스는 인지 능력의 대부분은 유전적으로 미리 배선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즉, 생물의 유전자에는 생존에 필요한 많은 능력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은 잠재된 학습능력과 함께 성숙하므로 아직 아무 것도 학습하지 않은 상태처럼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숨쉬기, 씹기, 걷기 등 거의 본능적으로 이루어지는 동작(고정운동패턴 FAP), 위험을 감지하고 방어하는 데 필요한 감정, 그 감정이 원인이 되는 패턴화된 행동 등이 인간이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인지란 단지 하나의 기능 상태인 것이 아니라, 뇌의 본질적 성질이며 신경학적 선험 명제이기도 하다고 간주할 수 있다. 인지하는 능력은 학습될 필요가 없다. 단지 특별한 인지의 내용(content)은 우리 주변의 특별한 것에 특정하게 연관되어 있는 상태로 학습되어야만 한다.―본문 p95
우리는 잘 배선된 뇌와 그 유전적 배선에서 유도되는 놀랄만한 양의 지식을 지니고 태어난다. 이는 신경과나 정신과 의사와 같은 직업이 있다는 사실로도 쉽게 증명된다. 그런 직업이 있는 이유는 사람의 뇌는 유사하므로 유사한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서 유사한 증상이 일어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어마어마하게 많은 지식을 습득한 사람이라도 완전히 무식한 사람과 신경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지는 않다는 뜻이다.―본문 p253
넷째―“운동과 언어와 감정은 이미 패턴화되어 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콘라트 로렌츠의 고정운동패턴(FAP) 이론을 도입, 뇌과학 연구에 운동론적 관점을 적용했다는 것도 이 책의 뛰어난 점 중 하나이다. 이나스는 언어와 감정이 ‘운동(고정운동패턴)’이라는 범주에 속한다는 걸 밝힘으로써, 뇌를 보는 시각을 한층 넓혔다.
인간이 지구상에 처음 생겨난 뒤 지금까지 진화하면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모든 입출력 기능의 정수인 ‘자아’, 혹은 ‘마음’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스위치만 켜면 알아서 돌아가는 고정운동패턴(FAP: fixed action pattern)이다. 이 FAP의 원리는 감정과 언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나스는 감정이란 행위를 일으키기 위한 생리적인 신호라고 말한다. 그는 투렛증후군(이른바 틱장애) 증상을 통해 언어도 전형적인 고정운동패턴이라는 걸 증명한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고정운동패턴을 이용하여 인간의 감정과 언어를 완벽하게 설명해낸 점은 놀라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FAP는 원래부터 비교적 확실하게 배선되어 있으므로 활성화되는 시점에는 반사로 간주할 수 있다. 자동운동 기능의 모듈로서의 FAP는 과잉완성된 운동계의 효과적인 결과이다. 이것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진화에 의해 형성되고 연마되어 왔다. FAP는 맥락에 따라 시기적절하게 활성화되고 실행되어서 예측의 자리인 자아를 위해 시간을 절약해준다. (중략) 제한된 운동 사건의 ‘탈출’인 FAP의 실행은 시상피질계, 즉 자아에 의해 이루어진다. 의식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나는 맥락의 결과를 예측해서 의도적으로 선택한다. 운동이 반응에 의해서만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의식이 출현한 것이다.―본문 p219
언어는 그 자체가 FAP이다. 그것도 전운동 FAP로서 기저핵의 활동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본문 p220
“인간이라는 존재를 탐구하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
불교TV를 비롯하여 삼성경제연구소, 수유+너머 등 방송 및 기업, 연구단체 등에서 여러 차례 뇌과학 강의를 한 바 있는 박문호 박사는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앞으로 세 번 더 숙독하고 싶다. 대단한 책”이라고 극찬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음의 기원과 기능에 관한 실체를 탐구하기 위해 30억 년이라는 세월을 거슬러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또한 웹의 발명으로 급격하게 변화할 미래로의 탐험도 감행한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을 종횡무진으로 초월하고 넘나드는 예지와 폭넓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뇌과학 연구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고 있다.
‘마음은 생명체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진화의 산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이 책은 뇌과학계의 중요한 업적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관한 탁월한 철학적 정의를 담고 있다. 그것이 이 책을 뇌과학 연구자는 물론이고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탐구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하는 이유이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내가 만난 名문장, 뇌를 뛰게 하라(이소영 피톨로지 대표), 동아일보 2022년 2월 21(월)〉, Daum 책 인터넷 교보문고/ 사진: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신지식인 사진자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무원 김명희 교장선생님
마음은 진화의 산물이다~
애써 마음을 평정시키고 읽은 글이네요. 외부로는 항상 바쁘게 움직였던 제가 아이러니하게도 항상 분석하고 예측해야하는 뇌기능이 정작 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여전히 태양은 눈부시고~^^
고봉산 정현욱 님
'思考는 내면화된 운동이다'
이토록 멋진 語句를 속된말로 표현하자면 뇌를 머슴처럼 끊임없이 부려먹어라 그래야만 몸도 건강해지고 잘 설계된 삶을 살수있다는 것이네요 그렇지만 생각이 뒤죽박죽 정리가 안될때 뇌도 변비에 걸린다는 말이 있드라구요
읽어내려 갈수록 이해가 어려워 이쯤하고 멈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