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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결혼하기 전에 애인과 꼭 배낭여행을 가라" [61]
http://cafe.daum.net/SoulDresser/4Zux/557118
(지승호)
조언한 것 중 결혼하기 전에는 배낭여행을 꼭 한번 같이 가보라고 하는 것이 공감이 가던데.
(김어준)
정말로 신뢰하는 결혼을 잘하는 비법인데, 그게 왜 그러냐 하면 실제로 내가 배낭여행을 하면서 돈이 없으니까 여행 가이드나 이런 것을 많이 했다고. 그런 것을 하면서 배낭여행을 오는 커플들을 무수히 많이 봤어.그런데 희한하게도 10명 중 7명은 여행하다가 현장에서 헤어져.
헤어지는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예를 들자면 그날 밤에 어디로 떠나기로 했어. 낮에 백화점도 가고 돌아다녔어. 파리 북역에서 비엔나를 가려고 9시 반쯤 가면 되겠구나 하고 기차 역으로 갔어. 그런데 비엔나로 가는 기차는 파리 동역에서 출발하는 거야. 이런 일은 흔히 발생할 수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기차가 안 와서 물어보니까 동역에서 출발을 하고 이미 기차는 떠났다는 거야. 자기가 한 번도 직면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거지. 여기서 보통 남자들은 어떻게 대처를 하느냐 하면, 제일 먼저 남자가 하는 일 중 하나가 그 잘못을 여자한테 떠넘기는 거야. '니가 낮에 백화점에서 쇼핑을 너무 오래했다'고 하던지. 왜냐하면 이런 문제는 통상 남자가 해결하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직면해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 무능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자기 실수라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어. 거기까지 올 정도면 여자도 남자를 믿고, 남자들이 잘 낫고 좋으니까 온 거거든. 그런데 기차 타는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남자의 정체를 폭로 당할 상황에 직면한 거잖아.
그래서 그 남자는 '나는 그렇게 못난 놈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해야 돼. 그것부터 해결해야 된다고. 그러니까 핑계를 대. 설혹 그랬다고 한들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냐고. 여자는 훨씬 더 직관적이고, 본능적이라서 이 얘기를 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아. 그런데 이 남자는 그게 답답한 거라. 그리고 사실 이런 문제는 자기가 한국에서 잘난 척하면서 자기 약점을 감추고 생활할 때는 드러나지 않아. 웬만한 문제는 돈으로 해결하거나, 친구가 해결하거나, 부모가 해결하거나, 자기 학벌로 해결하거나, 돈이 없으면 카드로 긁거나, 부모한테 달라고 하거나 하면 되잖아. 그런데 이것은 자기가 그동안 쌓았던 지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종류의 문제인 거지. 자기가 공부를 많이 했든, 돈이 많든, 아버지가 재벌이든 무슨 상관이야. 이때 뭐가 드러나느냐 하면 이 사람의 타고난 문제해결 능력이 드러나.
어떤 사람은 아무 기차나 타고 아무 데나 가자고 해. 왜냐하면 기차에서 자면 되니까. 그 다음에 도착해서 아침에 나머지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도 문제해결의 방법 중의 하나고. 역에서 자자고 하니 부랑아로 보이고, 역이라는 것이 밤이면 경찰이 셰퍼드 끌고 와서 나가라고 해. 무섭잖아. 모르는 길을 배낭 메고 걷자니 힘들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나이트를 가자고 할 수도 있어. 정답이라는 게 없으니까. 어떤 사람은 공원으로 가서 노숙을 하자고 말할 수도 있고. 나 같으면 부랑아들을 모아서 화투를 쳐, 구석에서 화투를 가르쳐서 치면 시간이 금방 가.
이런 식으로 배낭여행을 하다 보면 그 이전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정답 없는 문제에 계속 직면을 해. 어떤 날은 버스를 타는데, 버스를 타고 표를 사는 건지, 표를 사서 버스를 타는 건지, 아니면 정기권을 끊어야 되는지 잘 모르잖아. 그냥 올라가서 돈 내면 되겠거니 하고 탔는데, 현금을 안 받아, 그러면 그 작은 게 짜증이 되고, '그것도 몰랐냐'고 하면서 불화의 씨앗이 되고. 그렇게 해서 내려서 표를 사면 되는데, 마침 그 시간 때문에 뭔가를 놓쳤다, 이러면 불화가 되는 거야. 배낭여행이라는 것이 그 사소한 일의 연속이라고. 그 과정에서 여자가 그 남자의 바닥을 봐. 통상 열흘이 안 걸려. '내가 알던 남자가 아니네, 이렇게 찌질인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물론 그 열의 일곱이 싸우고 나서 실제 다 헤어지냐 하면 그렇지는 않아. 돈도 다 합쳤고 외국이고 하니까 어려워. 그러면 한국에 가서 헤어지자고 하는 커플들이 많아. 같이 다니기는 하는데, 외면하면서 다니는 거지.
반면 열에 셋 정도는 더 좋아져. 예를 들어서 노숙하자고 답을 내놓는다고 치면 서로가 맞아야 되거든. 여자 입장에서 '그것도 재밌겠다'고 해야 코드가 맞는 거지. 여자가 '춥고, 눅눅하고' 이렇게 되면 해법이 안 돼. 남자가 해법이라고 제시한 것이 여자 입장에서도 해법이어야 둘이 화목하게 지낼 수가 있는데, 열에 셋은 이게 되는 거야. 남자가 문제해결 능력도 발휘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발휘한 문제해결의 해법이 자기하고 코드가 맞는 거야. 이런 애들이 열에 셋 정도 있어. 나는 이게 결혼의 자연법칙이라고 봐. 30퍼센트. 결혼을 해보면 그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한 갈등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아. 답이 없어. 예를 들어 고부간의 갈등이라고 해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냐. 엄마 앞에서는 엄마 편을 들고, 와이프 앞에서는 와이프 편을 들라고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해법으로 통하는 것도 아냐. 서로 사기친다고 볼 수도 있는 거고. 이때는 배경도 필요 없고, 학벌도 필요 없고, 끼도 필요 없고, 생김새도 필요 없어. 그야말로 타고난 문제해결 능력이 공유되어서 공감할 수 있느냐, 이것만이 유일한 해법이거든.
실제로 결혼을 해서 그렇게 될 수 있는 커플은 지극히 적다는 거야. 20~3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지. 배낭여행을 한 달 정도 같이해서 괜찮은 커플이면 결혼해서도 잘살 확률이 꽤 높고, 배낭여행에서 안 될 커플이면 안 된다는 거야. 여행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면 이 관계가 봉합이 돼. 마치 결혼해서 맨날 부부싸움을 해도 다른 주변환경 때문에 봉합이 되듯이 돌아오고 나면 이만한 남자가 없고, 돈도 좀 있고, 학벌도 있고 하니까 관계가 슬슬 복원이 돼. 결혼하고 똑같은 갈등은 아니지만, 그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결혼과 비슷한 유사한 갈등, 학식으로 해결 안 되는 본능적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 있느냐, 그리고 그 해법이 나하고 맞느냐를 압축적으로 테스트해보는 데는 돈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는 한 달 정도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 최고라는 거야. 그걸 해보면 이 사람하고 결혼해도 괜찮을지가 딱 나와, 거의. 그래서 결혼하기 전에 최소한 2주 이상, 말이 잘 안 통하는 곳으로, 넉넉하지 않은 경비로 여행을 가보라는 거지. 그럼 그 사람의 바닥을 알 수 있어. 여자들보다 더 무서워하는 남자들이 많거든.
실제로 재미있는 게 내가 번지점프를 좋아해서 찾아다니는데, 세계에서 제일 높은 번지점프대가 의외로 스위스에 있어. 스위스의 라우터브루넨이라는 지역이 있는데, 거기에 가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땅으로 떨어지는 번지대가 있어. 180미터야. 사람이 점으로 보여. 내가 거기서 몇 번 번지점프를 해봤는데, 마스터라는 사람한테 물어봤어. '남자가 잘 뛰어내리냐, 여자가 잘 뛰어내리냐?'고 했더니, 열 명이 있다고 하면 열 명 중 남자는 다섯 명이 번지점프를 하겠다고 선택을 하고, 여자는 한 명밖에 선택을 안 한대. 그런데 막상 올라오면 남자는 5명 중 못 뛰어내리는 사람이 반 정도 되고, 여자는 다 뛰어내린대. 사실은 공포에 직면했을 때 그 공포를 다루는 게 여자가 훨씬 강하다고.
(지승호)
여자는 뛸 수 있겠다고 직관적으로 판단을 하면 되는데, 남자는 '아, 씨바 못 뛰어내리면 쪽팔린데'해서 선택을 했다가 막상 올라가면 못 뛰는 거지.
(김어준)
그렇지. 남자는 자기 공포에다가 남자다움, 폼 이런 것이 더해져서 그걸 선택한 거거든. 이것을 선택하지 않으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을까봐. 그런데 여자들은 선택하면서 이미 그게 걸러진 거야. 그러니까 선택을 한 여자들은 거의 다 뛰어내려. 막상 올라가서 못 뛰어내리는 것은 남자들이라는 거지
오..알았엄ㅁ!!그래!!
맞앜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랑 배낭여행가서 디게 많이 부딪혔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용케 안싸우고 돌아와서 되집어보니까 내가 배울점이나 이런 것도 보이고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더라... 완전히 안 싸워서 다행ㅋㅋㅋㅋ
나도 내일로 가서 남친이랑 좀 많이 싸웟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휴 다시 한번 더 가보고싶어진짜
남친이랑 부산여행 진짜 잘갓다왓는데 헤헤 다행이구먼 근데 여름엔 같이.미국가고싶어
이거슨 친구관계에서도 해당이 되는듯..... 나중에 꼭 배낭여행은 가볼생각이니까. 참고해야겠다.
공감. 여행 계획 짜는거나 예약하는거나 다 서로 조율해야 하는거고, 여행 스타일이나 여행 도중 문제상황으로 상대방의 성격이나 가치관을 알 수 있는거니까.
오 재밌는 글이야..... 글만 잔뜩 있는 게시물 정독한 거 오랫만ㅎㅎㅎㅎ 좋은 글ㅋㅋㅋㅋㅋ
글고 이건 남녀관계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도움되는 글인듯. 지금 여행 준비 중인데 가서 문제 닥치면 어떻게해야할지ㅎㅎㅎㅎㅎ 막막했는디ㅎㅎ
와....공감bbbbbb
맞아 나도 이렇게 생각해.. 여행가서 지내다보면 정말 자신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어있어....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난 여행갔다가 친규랑 싸워서 삼년동안 말 안함 ㅡㅡ
유럽배낭여행 삼주갓다왓는데 여행사에서 큰 틀만 짜주고 사람만 묶어주는거엿어 근데 같이간애들 고작3주 밧을뿐인데 3년알고지낸거철 속속들이 다 알게됨ㅋㅋㅋ
점점 바닥보이는게 느껴지더라 서로 힘들고 지치니까 본능으로 돌아가게되는듯ㅋㅋㅋ
개공감간다..남친뿐만아니라 친구들이랑 여행가봐도 친구가 걸러지는듯 ..
결혼전에 읽어보자!!!!!!!~~~~~~~~~
좋은거같당 담에 읽어봐야지
난원래 되게겁많고 미리걱정하는 스타일인데 남친과 여행후 그사람만있으면 세상두려울게없어졌어
친구랑도 그러하다 ㅋㅋㅋㅋ
오오오오오 좋다!
(남친과 여행 !!!!!!!!!!!!!! )
나도 남친이랑 여행자주 다니는데 진짜 딱 알겠더라 ㅎㅎㅎ 나중에 같이 살아도 괜찮을 사람인지 아닌지를 ! 예전에는 한라산을 갔었는데 내가 내리막길을 잘 못내려간단 말이야 ㅠㅠㅠㅠㅠㅠ 오르막길은 척척박사이지만 ㅠㅠㅠㅠ 오순도순 같이 올라가고 밥먹고 내려가는데 진짜 눈이 엄청왔어서 그런지 2시간도 안되서 내려갈 수 있는 코스를 3시간 넘어서 내려갔는데도 아무소리도 안하고 묵묵히 잡아주고 도와주고 계속 괜찮냐고 물어보기만 하고 ㅠㅠㅠㅠ 너무 진짜 그때 반했어 정말 ㅠㅠㅠㅠㅠ 여시들도 남친 생기면 꼭 등산이라도 해봐@!!!!!
님친이랑 놀러가고 운동했을때 나 잘한다고 토닥토닥 해줬졍.. 근데 좀 병쉰같아 지켜보는둥이야 그게 다가 아니라...ㅋ...
오 내가 생각했던건데! 남자친구하고 갔다왔는데 한7개월동안 같이 여행 진짜 어떤사람인지 본모습을 알게되
나도 여행 꼭 가봐야지. 내 바닥이 드러날까도 두렵긴 하다..
잘 읽어써 언니!! 나중에 생기면 꼭 가봐야지..나중엫ㅎㅎ.......^.ㅠ....
내성격도 보이겠다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 근데 한번 이렇게 가보는게 좋을거같긴 하다ㅋㅋㅋ
나도 잘 맞는 사람 전남친이랑은 여행갈때마다 싸움..하..내 잘못도 있겠지만 애가 너무 예민해서..ㅜㅜ진짜 나 힘들어죽는줄 갈때마다 울었던거같아 가서나 갔다와서나
명심하기 꼭 꼭
여행으로 두명의 친구를 잃었지..친코 하고있지만 내맘에선 이미 멀어짐ㅋㅋ국내1박2일 여행으로도 충분함다^^!
맞어 여행가보면 암ㅋㅋ 지기분나쁘다고 나버리고가고 진짜내가어떻게 참고만낫는지 모르겟다
오 신기하당 우린 제주도로 뚜벅이여행 갔었는데 생각보다 힘들때가 있어서 내가 막 투덜대고 짜증냈는데 남친이 다 받아주고 힘드니깐 택시타자고 했는데 내가 돈 아껴야한다고 꿋꿋하게 버스 기다려서 탔음ㅋㅋ버스타니깐 또 기분좋아서 헤헤거리니깐 남친이 고맙다 그러고 중간에 남친이 무리해서 다리 삐었는데 내가 뒷일정 다 취소하고 그냥 숙소가자니깐 괜찮다고 아쉽다면서 계속 다음 일정 가자길래 제주도 도로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 나서 엉엉 울면서 니가 더 중요하다면서 그냥 가자고 해서 숙소감ㅋㅋ 그상황에서도 돈아껴야한다고 버스타고;;남친이 나보고 그때 엄청 감동받았다고 잊지 못한다 그러더라궁ㅋㅋ
정말 꼭가봐여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