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자 애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의 시각으로만 본다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려고 노력하는 그 만큼 이 세상에서의 삶은 더욱 힘들고 어려워진다는 것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서 누리는 행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천국에서의 행복한 삶을 성경에서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난 가운데 있는 그리스도인을 위로해 주고 계시니 말입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사실은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고난 가운데 있는 그리스도인에게는 때때로 위로와 희망을 주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고통스러운 이 세상의 삶 뒤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행복한 천국의 삶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재림에 의한 종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죽음을 통해 각각의 개인에게 이 세상에서의 종말이 임한다는 사실을 때때로 상기하며 지내는 것이 그리스도인에게는 여러 모로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고통을 이기는 힘을 제공할 뿐 아니라, 삶의 여러 불순물들을 제거하는 일을 쉽게 해 줍니다. 죽음을 앞 둔 사람들이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즉, 버킷 리스트(Bucket List)는 비장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그 안에는 솔직함과 순전함을 또한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성경 말씀의 상당 부분이 우리가 작성해야 할 버킷 리스트의 가이드 라인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린도전서(7:29-31)는 사도 바울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내 있는 자들은 없는 자 같이 하며, 우는 자들은 울지 않는 자 같이 하며, 기쁜 자들은 기쁘지 않은 자 같이 하며, 매매하는 자들은 없는 자 같이 하며, 세상 물건을 쓰는 자들은 다 쓰지 못하는 자 같이 하라고 말입니다. 있고 없는 것, 슬프고 기쁜 것, 가진 것과 갖지 못한 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것이며, 따라서 무상한 것이며 헛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종말론적 자세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해줍니다.
사도 베드로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베드로전서(4:7-10)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이 왔으니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고 합니다. 이것은 시험 전날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것처럼 그냥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으므로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하라고 합니다. 이것은 이 세상에서 앞으로는 사랑할 날이 남아 있지 않다는 마음으로 뜨겁게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또한 서로 대접하기를 원망 없이 하고,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여러 가지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 같이 서로 봉사하라고 합니다. 이것은 마지 못해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원망하지 말고 진심으로 서로 대접해야 하며, 봉사하는 심정으로 맡은 은사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주는 또 하나의 이득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영적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사실입니다.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아무 것도 떠오르지가 않고 그저 허무하게만 느껴진다면, 그것은 자신의 내면을 채우고 있어야 할 정말 중요한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고 빠져 나갔다는 사실을 암시해 주는 것입니다. 바로 하나님이죠.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신 인간은 하나님 외에는 그 무엇으로도 만족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우주 전체로도 말입니다. 물리적인 크기로만 보면 우주에서 먼지처럼 보잘것없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우주 전체보다도 더 큰 존재가 바로 인간입니다. 그래서 오직 하나님 한 분 만이 우주보다 더 큰 존재인 인간에게 진정한 만족을 주실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나님으로 충만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어떤 버킷 리스트도 쓸데 없는 무용지물이요, 허무한 글장난에 불과한 것입니다.
예전에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88가지라는 책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그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 세상에 살면서 보다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살고, 또한 남을 위하는 삶을 살라는 내용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저는 그 책에서 의욕과 희망보다는 허무와 절망감을 더 많이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그 당시 제 안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우리의 내면이 하나님으로 채워져 있다면, 버킷 리스트는 작성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됩니다. 버킷 리스트는 죽음을 코 앞에 둔 사람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리적 시간상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앞에 두고 있지 않습니까? 나이에 관계 없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보는 것은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이 세상에서 고난 가운데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평안하며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도 버킷 리스트는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은 이 세상에서의 성공 여부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동창회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의 참석이었기에 10년 이상 얼굴을 보지 못했던 친구들도 꽤 있었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죽기 전에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할 친구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친구들의 이야기에 좀더 공감해주고 호응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자책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동창회에서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이 세상에서 앞으로는 만날 날이 남아 있지 않다는 마음을 가지고 대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이것을 저의 버킷 리스트에 하나 추가하기로 해 봅니다.
‘끝’이라는 단어는 때때로 인간을 감성적으로 만들어 묘한 슬픔이나 가슴 아림 같은 것들을 느끼게 해 줄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침이면 이성적이다가, 하루가 끝나가는 밤이 되면 보다 감성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인생에 있어서도 젊은 사람들은 보다 이성적이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보다 감성적이 되어 눈물도 잘 나고 서러운 것도 많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에는 이성적인 내용보다는 보다 감성적인 내용들, 이를테면, 여행가기, 묘비명 작성하기, 용서하기, 사랑하기 등의 내용들로 채워지나 봅니다. 인간의 이성적인 판단과 그에 따른 행동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감성적인 마음을 따르는 것도 필요하기에 하나님께서 감성이라는 것을 인간에게 허락하시지 않았을까요? 보다 풍성한 삶을 살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이 곳에서의 외줄타기를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외줄 위에서 잠깐 내려와 쉬고 싶을 뿐입니다. 여러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첫댓글 내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것은
아내를 많이 괴롭혀서 아내가 내가 죽으면 잘 죽었다고 웃게 만드는것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역훈련 때
목사님의 질문 중에 어느때 죽기를 원하는냐고 질문할때 생각이납니다
그때 내 대답은 "아내가 슬프 하지 않을 때"라 대답했습니다
제 아내가 원하는 저의 버킷리스트는 아마 제가 아내에게 진정으로 사과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꼭 하고 싶습니다.
아내에게 무슨 사과가 필요합니까
아내는 내가 무엇을 하던지 황송하고 고맙게 생각하는데
나는 집에서 왕입니다
님은 평소 아내에게 잘 하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아내를 심하게 괴롭게 한 적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도 젊은 사람들은 보다 이성적이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보다 감성적이 되어 눈물도 잘 나고 서러운 것도 많아지게 됩니다."
ㅎㅎ 나이가 드셨나 봐요.
아닙니다. 여기 계신 분들에 비하면 어린(?) 편에 속할 겁니다.
나이에 비해 늙어 보인다는 얘기를 가끔 듣긴 하지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