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만물은 싱그러운 자연의 소리를 품고 있다. 혼잡한 인간의 탁한 소리와는 달리 맑고 선명하다. 나무들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는 투명한 영혼의 소리가 깃들어 있다. 햇살 속으로 스며드는 청아한 새소리는 귀를 상쾌하게 뚫어주고 사위의 녹음은 눈을 밝혀준다.
숲은 무수한 나무들의 힘찬 삶의 나래다. 어디선가 살며시 다가온 미풍에 나무는 응답이라도 하는 듯 서로의 잎들을 어루만지며 속삭이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미로처럼 나아가는 좁은 길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고 굽이치는 산등성은 물결처럼 끝없이 흘러간다. 산등성이를 끼고 돌아나가는 소박한 마을들이 정겹다. 굴곡진 산은 생명의 젖줄인 강을 옆에 끼고 우리 삶의 터전을 끌어안고 산 너머로 이어진다.
숲의 속살거림은 생명의 끝없는 갈채다. 맑은 기운을 실어다 나르는 신록의 숲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정화 시켜 주기에 그 편안함과 행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줄곧 산과 강을 옆에 두고 달리게 하는 도산면 퇴계로 35번 국도다. 숲은 언제나 무거운 마음을 불러내 정서적 안정을 취하게 만든다. 정겹게 다가오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나선 참이다.
울창한 산림과 굴곡진 산자락 따라 어우렁더우렁 들어차 있는 안동호의 푸른 물결이 눈에 그득하게 들어온다. 숲과 강이 지어놓은 생명의 터전이다. 무성한 산림 속을 헤치고 오가는 이들에게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전경이다. 수려한 강산이 멋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도산면 퇴계로 주변 인근 숲속에 산림문화체험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도산면 일대에 자리한 산림문화체험센터는 크게 방문자센터, 야생동물생태공원,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안동호반자연휴양림, 산림과학박물관, 소득식물 생태숲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산림 속 야생동물생태공원과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둘러본다.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를 받는 여러 마리 사슴이 한가하게 보인다. 도심이 아닌 천혜의 자연 속에 자리한 야생 동물 생태공원이 동물의 낙원 같다.
야생 동물 생태공원 내에는 포유류동, 조류동, 재활훈련장 등 주요시설이 눈길을 끈다. 불의의 사고나 어떤 이유로 다쳐서 구조된 동물들을 보살핀다. 특히 시, 군, 면 어디서든 도움이 필요한 야생 동물에 적절한 대처를 위해 단계적인 담당 부서 운영이 갖추어져 있다. 치료에 필요한 의료 장비, 체계적인 치료와 보살핌, 재활 훈련 등 동물 종합병원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지역에는 알게 모르게 병들었거나 조난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멸종위기의 야생 동물이 있다. 불의의 사고로 다친 야생 동물의 부상 치료와 재활 훈련 및 자연 복귀를 위해 구조센터는 어디든 달려간다. 특히 다친 동물의 질병 예방은 건강한 생태계 유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관리자들의 세심한 보호와 관찰이 뒤따른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는다.
아무튼, 싱그러운 숲속에서 건강을 되찾은 야생 동물들은 적당한 때에 다시 자연으로 방생한다. 이러한 모든 활동은 다친 동물을 보호하는 것도 있겠지만, 멸종위기의 천연기념물 종의 보존이자 지속 가능한 생태계의 맞춤형 균형을 이루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숲에든 가뿐한 걸음이 휴양림으로 옮겨간다. 현재의 복잡다단한 현기증이 정서적인 메마름과 차가움을 가져다줄 때도 있다. 이때 마음의 정화와 휴식 그리고 힐링을 위해 숲을 찾게 된다. 자연생태계가 잘 유지 보존된 산림문화 휴양시설이 삶의 여유로 다가와 건강한 삶을 가져다준다. 해서 자연 속의 체험은 특별한 기쁨과 행복함을 누리게 한다. 상큼한 솔 향기 따라 피톤치드가 온 마음과 정신 속으로 감겨든다. 청량하고 경쾌하게 들려오는 산새들의 합창, 싱그러운 미풍의 속삭임은 자유로운 영혼의 노랫소리를 실어 나른다.
안동호반자연휴양림은 말 그대로 휴양을 위한 산림으로 체험이나 수련의 시간을 갖도록 조성되어 있다. 녹음은 절로 걸음을 가볍게 하고 눈과 귀를 열어준다. 넓은 숲에 흩어져 있는 전통가옥이나 호반하우스, 산림휴양원 또는 숲속의 집은 차가운 도심에 찌든 이들에게 편안한 안식에 취하게 한다. 산 위에서 아늑한 낙동강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찾아든 마음의 평화로움이 기쁨으로 밀려든다.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우람한 나무들의 몸통을 어루만지다 보면 절로 하늘을 쳐다보는 여유로움도 누리게 된다. 그도 잠시 나무들 사이로 언 듯 보이는 뭉게구름이 숨바꼭질이라도 할 것 같다.
햇살이 나뭇잎에서 미끄러져 경직된 어깨 위에 머물 때 몸은 어느새 자연 속으로 녹아든다. 자연 속에 묻혀 바람과 나뭇잎의 속삭임, 다람쥐와 새들의 부산함을 지켜보는 한가로움에 취한다. 또는 각종 나무와 풀꽃들을 채집하면서 식물들의 이름을 헤아리다 보면 존재의 소중함을 느낀다. 더러는 일상을 뒤로 미루고 자연인이 되어 숲속에 머물다 보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있음도 감지한다. 호반 자연 휴양림은 삶의 힐링으로 고단한 마음을 치유하게 해주는 장소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숲은 생명의 심장으로 쉼 없이 왕성한 꿈틀거림으로 늘 우리 곁에 머문다. 그렇기 때문일까, 산림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헤아릴 법한 산림과학 박물관을 찾는다. 특별히 삶의 근원이자 생명의 보금자리인 산림의 소중함을 한눈에 살펴보게 한다. 인간과 산림의 원만한 공생은 지속적인 삶의 연장선이다. 인간과 숲은 운명공동체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미래를 꿈꾸는 산림의 방향성도 찾아볼 수 있으리라.
한쪽 도로변 안쪽으로 산 모양의 커다란 표지석이 ‘산에서 未來를’이란 과제를 주며 경상북도 산림과학박물관의 개관일(2004. 5. 25)을 말해주고 있다. 개관한 지 정확히 21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여러 차례 호기심에 이곳을 방문해 봤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아마도 방문했을 계절과 시간의 차이로 인해 주변 산림에 대한 전경이 그때마다 다르게 다가왔을 수도 있겠다. 넓은 잔디밭에 자리한 산, 강, 들을 상징하는 거대 조형물이 문득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가왔다, 끝없는 우리 삶의 여정으로 보이는 듯도 하다.
숲을 이루는 다양한 나무들이 질서정연하게 박물관 마당을 채우고 있다. 느티나무, 밤나무, 팽나무, 고로쇠나무 등 각종 나무가 자신을 소개하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나무의 꽃, 수피, 잎, 특징들을 알려주는 인식표가 무심히 쳐다보다 지나치는 마음에 그 이름을 한 번쯤 되뇌게 한다. 문득 그냥 봐오던 주변의 나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반문하게 한다. 때로는 무심히 지나치는 나무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나무를 대하는 예의가 아닐까 싶다.
작년 가을 소득식물 생태숲을 오를 때만 해도 산림 과학박물관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정확히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박물관은 전시 시설 보완을 위해 장기간 내부 리모델링을 했다. 디지털 기술 활용 및 미디어 과학기술 융합을 이용하여 숲의 생태환경 중요성에 비중을 두고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관람객과 산림을 디지털로 연결하여 산림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콘텐츠 공간이나 연출,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다. 즉 체험 중심의 공간 연출과 첨단기술의 융화로 인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했다.
전시 내용은 산림의 형성에서부터 인간과 산림의 공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로 설정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기심이 가져온 무분별한 숲의 파괴와 기후변화에 따른 심각성을 들여보게 한다. 또한, 산림 훼손에 대한 대응과 지속 가능한 사회 구축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게 한다. 여기에는 산림문화 정책 반영 및 산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도록 만드는 매개체로 기능하는 것에 있다.
나아가 관람객과 박물관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다. 이는 변화하는 트렌드와 관람객 수준에 적합한 문화 과학 융합의 콘텐츠 구축으로 본다. 또한, 주변 문화시설과의 연계 방안도 고려하여 거시적인 전시 스토리라인 구축을 통하여 차별화를 둔다. 체험 중심의 공간을 연출하고 산림 가치를 재해석 및 첨단기술 간의 융합을 통하여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박물관 내 각종 목재 전시, 영상실, 체험교육실, 포유류와 조류 전시관 및 숲속 도서관, 기획전시실, 숲 카페 등 다양한 전시가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 주로 시청각 위주로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 혹은 어른을 대상으로 한 전시물은 인문과 과학, 디지털 융합으로 이루어졌다. 거시적인 전시 라인을 구축하여 차별화를 둔 것은 박물관 운영 방향이다. 또한, 과거의 산림과 역사에 대한 체계적인 이야기 구축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체험형도 접하게 한다. 이는 주변 문화시설과 연계하여 관람객과 소통하는 최신 경향에 따른 반영이다.
그런 의미에서 숲은 자연의 주인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우선 숲의 형성 과정부터 들여다본다. 고생대 양치식물에서부터 중생대를 거쳐 숲과 동식물의 다양화를 이루면서 현재의 숲에 이르게 했음을 보여준다. 숲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었으며 건강한 삶을 누리게 했다.
일찍이 인간은 자연 속에서 살아왔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숲은 늘 우리 가까이서 아낌없이 많은 것을 주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부정 방지와 건강한 성장을 위해 금줄을 만든 것에서부터 관혼상제에 이르기까지 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이어왔다. 즉 자연과 인간은 하나로 평생을 산림 속에서 살아왔고 또 살아갈 우리는 절대로 자연을 떠난 삶을 살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숲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우리에게 내놓는다. 숲은 우리의 건강을 지키게 하고, 먹거리를 얻을 수 있게 하고 의료와 약재로도 쓰이게 한다. 그 외에 의류, 장비, 악기, 도구, 식량, 건축재료 등 다방면으로 널리 쓰임을 갖는다. 숲이 인간들에게 주는 선물은 이렇게 끝이 없다.
나무는 뿌리에서부터 몸통, 껍질, 속살, 잎, 열매, 씨앗, 수액 등 어느 것 하나 불필요한 것이 없다. 그 나름 적재적소에 필요한 약재가 되기도 하고 생필품이 되기도 하며 장식물, 가구가 되기도 한다. 산림이 주는 유익한 점을 헤아리다 보면 폐목재 사용도 들여보게 한다. 어느 하나 불필요한 것이 없는 나무는 때에 따라 장인의 숨결 따라 예술적 경지가 높은 뛰어난 작품으로 거듭 탈바꿈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한하다.
속살을 드러낸 나무의 나이테는 우여곡절의 긴 세월 이야기를 들려줄 법도 하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다 문득 나는 무슨 나무와 비슷할까, 미루어 짐작해 보기도 한다. 나무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 본다. 수많은 사람의 모습과 개성이 서로 다르듯이 나무들 역시 그러하다. 외향적인 모습을 비롯하여 속살거리는 나무의 소리는 겉과 속 그리고 성질을 가늠하게 한다. 가끔 다양한 나무의 삶과 그 유용한 쓰임새를 헤아리다 보면 나의 내면도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다.
한편 인간들이 어떤 마음으로 산림을 대하느냐에 따라 숲의 존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유로 뜻하지 않게 대규모의 산림이 파괴되거나 소실되어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다시 말해 산림의 중요성과 그 유익함에 대해서는 아무리 말을 하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간혹 인간의 부주의와 안일한 사고 혹은 무분별한 산림파괴는 기후변화를 보여주는가 하면 생태계의 위기를 가져다준다. 생물의 멸종은 인간의 멸종으로 이어진다. 특별히 지구 온난화로 인해 산림을 비롯한 동식물의 멸종은 결국 지구의 파멸로 이어진다. 산림과 인간은 서로 떨어져 살 수 없는 필요충분조건이니까. 해서 숲의 소중함을 헤아린다는 것은 우리 삶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이다.
일찍이 우리 선조들은 삼국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나름 다양한 산림정책을 실행해 왔다. 특별히 박물관 뒤편 산림관 연수동 뜨락 한쪽에 일렬로 서 있는 표지석 하나하나가 산림 보호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육림비, 박정희 대통령의 순시, 낙동강 유역 사방비, 봉산, 황장봉계 등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며 산림의 소중함을 어필한 각각의 표지석들이 산림의 보존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림의 보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산림보존은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기에 그 소중함을 한시도 잊을 수는 없다.
이어 오솔길을 연상하게 하는 한적한 길을 따라 소득 식물 생태숲으로 오른다. 몸피가 수려한 몇 그루의 자작나무 혹은 은사시나무, 전나무가 멋스러움을 지어내고 있는 산길 따라 각종 암석이 이름표를 달고 일렬로 서 있다. 생각에 따라 그저 스쳐 지나가는 돌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도 아름답고 귀한 가치를 가지는 돌임을 느끼게 된다. 언제 어디서나 쓰임을 받을 수 있는 유익한 자원이다.
또한, 옆에 서 있는 나무들을 보노라면 나무 화석을 생각하게 된다. 나무가 광물이 되어 규화목이 된 것을 좀 전 전시실에서 봤던 것을 떠올리게 된다. 인간이 얻는 모든 것은 산림에서 취한 것임을 자각한다. 이에 자연은 만물상인 양 모든 것을 품어내고 만들어내는 마술사다. 누가 뭐래도 숲은 자연의 주인공으로 변화무쌍함을 지닌 판도라의 상자라 해도 좋을 법하다. 간과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자연의 혜택에 고마움이 절로 생긴다.
아무리 고도로 성장한 물질문명이라 해도 자연과 떨어진 삶은 있을 수 없다. 자연을 떠난 삶은 황폐하며 삭막할 수밖에 없다. 때때로 숲을 찾아 자연이 주는 혜택을 헤아리며 생활의 여유를 느낀다. 주로 계절별 테마형의 문화 행사로 숲 체험 아카데미가 이곳 박물관 주변 일대에서 다채롭게 열린다. 특히 향토 식물을 접하며 숲속을 맘껏 누비게 하는 소득식물 생태숲은 아이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산림 체험 공간으로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소득식물 생태숲을 거닐다 보면 각종 나무와 식물들이 지어놓은 생태숲이 동심의 장소이자 낙원의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누리게 만드는 생태숲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특히 따사로운 계절이나 알록달록 단풍이 물오르는 계절이면 소득 식물 생태 숲에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로 채워진다. 이는 숲속 생물들의 웅성거리는 힘찬 성장의 몸짓 그것이기도 하다. 산림보존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미래의 건강한 삶임을 재차 마음에 되새기며 하산을 재촉했다. 서로에게 숲이 되고 나무가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