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대흥동 <대전부르스> 에서 두 시인을 만났다. 문화가 꽃피는 대전부르스에서 그날은 시가 꽃이 되었다. 툭 치면 시가 쏟아져 나올듯해서다.
그런데 나는 그날따라 그 진지한 분위기가 싫었다. 온종일 비가와서 눅눅해서다. 나는 침묵하고 막걸리만 마셨다. 양촌 막걸리에 안주는 모듬부침 大 한접시와 삶은 통오징어 한접시, 서비스안주로 돼지껍데기 무침이 나왔다. 막걸리 안주로는 제격이었다.
얼만큼 마셨을까. 눈이 슬슬 감기고 혀가 자꾸 꼬여서 발음이 제대로 안된다. 5시에 만나서 저녁을 먹기전에 막걸리를 마셨더니 취해서 눈꺼플도 내려앉고 혀가 갈지자(之字 )로 꼬부라진다.
나는 일어서면서 먼저 가겠다는 시늉을 하자 김 시인이 뭔가 말을 할려는 듯 머뭇댔다. 그는 얼마전 모 신문사에 스카웃 되었다는 말은 들었다. 나는 일어서려다가 도로 앉았다. 그는 조심히 말했다.
ㅡ 저, 선생님의 첫수필집 <내 마음속의 첼로>에 있는 수필 가져다 써도되나요? ㅡ네? 제 수필을 어디에 쓰다니요? 더욱 그수필집은 2017년도 출간으로 오래되었는데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여류 시인이 거들었다. ㅡ 김 시인이 그동안 일하던 출판사에서 승진해서 신문사로 갔잖아. 그러니 지면에 수필 연재하고 싶다고 말해달랬는데 내가 깜박했네.
나는 하마터면 소리 지를뻔했다. 너무 기뻐서였다. 내 책이 누군가한테 관심을 받는다는 건 저자로서는 최고의 기쁨 아닌가. 나는 그에게 연재해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헤어져서 집으로 오면서 그를 생각하니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詩가 떠올랐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_중략
그는 부단히 흔들렸다. 그는 항상 불안했었다. 어느 한순간 자신을 놓아버릴것만 같아서 가끔 그의 안부를 물을정도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늘 침울한 표정으로 남의 잘못을 트집잡는데 선수이다. 가정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다고 듣기는 했다. 그러니 어느 모임에서건 그가 오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내색은 안했지만 은연 중에 싫어했던거 같다. 그가 오면 분위기가 침울해져서다.
더욱 그는 나한테는 일절 말을 걸지않았다. 워낙 그 모임에는 글쟁이들이 많아선지 나는 축에 껴주지도 않나보다 생각하고 김 시인한테서 나의 존재는 아예 기대를 접었다. 책을 출간했을 당시에도 내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어서 본인 취향이 아닌가보다 했었다.
그런데 신문 지면에 내 수필을 연재 하겠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문득 우리는 누군가에게 노출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김 시인은 술과 담배를 많이 하는데다 트집을 잘잡아서 어디에서나 눈총을 받았었다.그런데도 작장은 다니다가 싫으면 공부해서 공채에 덜컥 합격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었다.
그는 방황은 해도 할일은 했던거 같다. 계속 승진해서 스카웃 되곤 했으니까. 그런 그가 나를 눈여겨 봤다는게 고마웠다. 그는 정말 단한번도 내책에 대해서 언급한적이 없었다. 글구 내주변에는 나름 에세이스트로 유명세를 달고 다니는 작가도 몇명있는데 말이다.
첫댓글 멋진 대전 부르스네요
오랜만이시네요.
요즘은 여행은 안가시지요? 폭염에 건강 유의하시면서 즐거운 시간 되세요^^♡
송선생님과 자리했군요
예술인들이 많이 찾는 편한 골목 막걸리집....
전도 맛나죠 ㅎ
선생님,
반갑습니다. 한더위에 잘지내시지요.
네, 다헌님과 날궂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