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삼추는 우리 말에, '하루가 여삼추 같다.'가 있고, 중국 말에는 '일각이 여삼추 같다.'가 있나 봅니다. 둘 다 기다리는 마음이 급한데 오지 않음을 탓하는 건데 여기서 '여삼추'는 삼추와 같다는 말입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 때인지 고등학교 다닐 때인지 한문시간에 배우기를 '일일이 여삼추(一日 如三秋)'는 '하루가 삼년 같다.'였습니다. 분명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틀린 거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중국 고전이나 우리나라 조선시대 한문 문학에 보면, 춘하추동을 삼춘, 삼하, 삼추, 삼동이라고 씁니다.석달의 봄, 석달의 여름,,,, 이란 뜻입니다. 꽃이 피는 봄을 가르켜 삼춘지절이라고 하고, 박인로의 '선상탄'이라는 가사에 보면 '을사 삼하에'가 나오고 조식의 시조에 보면 '삼동에 베옷 입고,,,,' 가 나옵니다. 여기서 삼춘, 삼하, 삼동은 다 석 달의 봄, 여름, 겨울입니다.
음력으로 계산하자면 삼춘은 정월, 이월, 삼월, 삼하는 사월 오월, 유월이고, 삼추는 칠월, 팔월 구월, 삼동은 시월, 동짓달, 섣달입니다. 추석은 가을의 가운데라는 말에서 왔다고 하는데 7, 8, 9 석 달 중에 8월이 가운데이고 그중에 15일이 또 가운데서 음력 8월 15일 추석은 가을의 한 가운데에서 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삼춘이나 삼하, 삼추, 삼동은 3년의 계절이 아니라 석 달의 계절이라는 뜻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어디서 이런 혼동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네요,,, 인터넷에 검색해보니가 다 삼추가 3년의 가을로 나와 있습니다....
오랫동안 써와서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말이니 이걸 제가 잘못되었다고 얘기해봤자 먹히지도 않겠지만 문제는 고전 작품에 나오는 여삼추나 삼추를 3년의 가을로 잘못 해석할까 걱정입니다.
예전에 저명하신 국어학자께서 고등학교 국어책에 소쩍새와 두견새, 뻐꾸기가 같은 새라고 써 놓은 것이 수십 년간 바뀌지 못하고 엉뚱한 얘기로 번졌는데 이젠 잘못된 것은 바로 잡는 것도 필요할 거 같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