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기념사업 대책이 시급하다.
이 춘 배
(다형김현승시인기념사업회사무국장)
세계 도처의 도시들은 주민들이 보다 고급의 문화적 품격과 질을 향유할 수 있는 도시로 가꾸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시마다 자기만의 독특한 문화인프라 구축을 통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이를 토대로 도시발전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주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높은 기치를 내걸고 광주만의 역사성, 예술성을 살리면서 그 위에 상업성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광주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랜드마크(Land mark)도 갖추지 못한, 그런 면에서 매우 열악한 도시의 하나이다. 지금 공사 중에 있는 문화의 전당이 완공되면 광주의 랜드마크 구실을 해줄 것으로 기대가 되고는 있다.
그렇다고 광주를 대표할만한 시설물 하나가 들어섰다 해서 문화 인프라가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도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쾌적하고 아름다운 자연, 도시의 미관과 경관, 자랑스런 인물, 그리고 범시민적인 참여하에 펼쳐지는 주기적인 문화행사 등, 요건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시민들로 하여금 자랑과 높은 자긍심을 갖게 할 인물이 있다면 그를 정신적인 지주로 삼고 자기와 동일시함으로써 소속감을 높이고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한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역마다 그런 상징적인 인물을 선정,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서 굳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울이고 있는 이 부문에 대한 노력을 비교 거론한다는 것은 우리 광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생략 하겠다.
문화도시 광주의 브랜드화
문화도시 광주의 품격을 현저히 높여줄 수 있는 문인이 있다. 다형 김현승시인이 바로 그이다.
다형선생이 누구인가?
우리나라의 시문학이 전통시가에서 서구적 현대시로 넘어오는 시기인 광복전후에 모더니즘이다 이미지즘이다 해서 혼돈상태에 있던 시단에 개성적이고 고결한 시정신을 일깨워 새로운 한국현대시를 정립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분이다. 또한 한국전란의 와중에 광주에서 종합문예지「신문학」을 발간, 황순원의 「소나기」같은 명작이 세상으로 나오게 하는 등 한국문학의 중심을 한 때 광주로 이동시킨 분이다.
뿐만 아니라 그분이 가르친 제자 가운데 지금 광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만도 문병란, 손광은, 진헌성, 문순태, 장정식, 함수남 등을 얼른 꼽을 수 있고, 전국 각지에서 활동해온 임보, 이성부, 이운룡, 오규원 등 40여명의 쟁쟁한 시인들을 등단시켰을 뿐만 아니라, 10여명의 제자가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등 후진양성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인 바 있다.
경향 각지의 대학에서 다형에 관한 학위논문만도 160여건에 달하며, 교과서 등 650여 종의 도서에 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음만 봐도 한국시문학사에 있어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되는 일이다. 그래서 마땅히 광주의 대표적인 문인으로 추앙받아야 되는 분이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광주출신 문인을 우리 후세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기리고 있고 또한 그를 기념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크게 반성해야 한다.
다형선생 기념사업의 어제와 오늘
다형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를 기리는 이렇다 할 문화적 이벤트를 갖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해오던 뜻있는 문인들이 일부 그를 기리는 행사를 마련하느라 노력을 기울여 오기도 했으니, 금년까지 5회째 시행되어온 「다형김현승전국학생문예공모」가 그것이다. 이 행사도 사실 한림문학제단에서 사비를 들여 2년간 개최해오다 그 뒤부터 자치단체로부터 약간의 지원을 받고는 있으나 소요예산에는 턱없이 모자라 그마져도 중단될 위기에 처한 형편이다.
한편 지난 해(2009) 드디어 그의 제자들이 중심이 되어「다형김현승시인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가 발족, 활동을 시작한 바 있다. 그러나 예산의 열악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이 문제이다. 의욕적으로 출범은 했으나 연로하신 제자들이라 자체 모금으로 예산을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범시민적인 기념사업을 펼치기를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작년 한 해 기념사업회에서는 어려운 가운데 그래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사업을 펼친 바 있다.
다형선생의 고향집이 있던 광주 남구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아 다형김현승시인 학술발표회라는 뜻 깊은 행사를 가질 수 있었다.
기념사업회에서는 그 외에도 자체예산으로 시선집 발간과 시낭송의 밤을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동네행사 정도에 그치는 이정도의 이벤트로서는 광주시민의 문화 향유의 요구에는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공공성을 확보하고 범시민적인 문화행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광주광역시 차원의 기획과 예산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기념사업회에서는 금년에도 연구논문집 발간, 학술발표회, 시음악과 판소리 창작발표회, 서화전, 다형시 낭송회 등의 프로그램을 엮어 다형문학제를 계획은 했으나 예산조달문제에 봉착되어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예술인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인 인물의 탄생 100주년에는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하게 되어 있다. 마침 다형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가 눈앞(2013년)에 다가왔다. 그런데 다형의 고향은 광주이지만 다년간 숭실대학교와 숭전대학교 등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그 기념사업의 연고권을 주장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지난해에 한국문협 주관하에 다형선생의 문학을 재조명하는 세미나를 개최한 바도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아시아문화수도로 발돋음 하고 문화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다형선생을 광주의 문화브랜드 인물 중 한 분으로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자리매김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 다형의 고향집 복원과 문학관 건립, 그리고 그 분 위상에 맞는 액수의 상금을 포함한 문학상 제정 등을 서둘러야 하겠고, 일반시민도 그분께 보다 가까이 다가 갈 수 있도록 매년 시민 중심 행사를 갖기 위한 광주광역시 차원에서의 기획과 예산확보가 매우 시급하고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