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눈이 펄펄 내리는 날, 2번 시내버스를 타고 기독병원 앞에 내렸다. 양림동 호랑가시나무를 찾기 위해서다. 광주시보에 '광주산책'원고를 쓰기위해 양림동 호랑가시나무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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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 가깝다. 눈 내리는 철에 가장 각광받는 나무가 있다. ‘호랑가시나무’다. 하얀 눈송이를 인 윤기 나는 진초록 잎들, 이파리 끝이 가시처럼 날카롭다. 흰색과 녹색 사이로 빨간 구슬 같은 열매가 수십 개씩 불꽃처럼 반짝인다.
예전엔 크리스 마스카드에 꼭 이 그림이 등장했다. 왜 호랑가시나무가 성탄장식이나 성탄카드에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을까?
이유미는 ‘우리나무 백가지’에서 “잎과 줄기를 둥글게 엮은 것은 예수의 가시관, 붉은 열매는 예수의 핏방울, 나무껍질의 쓰디쓴 맛은 예수의 수난을 의미해 ‘예수의 나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고 썼다.
이 이국적인 나무가 사실은 외국나무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남과 제주지방이 자생지이다. 추운 지방에서 잘자랄것 같지만 의외로 따뜻한 지역에서만 자라나 북한계선이 고작 변산까지다. 그러니 ‘전남나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남구 양림산에 그 자생군락지가 있다. 대개 호랑가시나무는 키가 2-3m밖에 안자라는데 높이가 6m나 되는 거목이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지방기념물 17호; 남구 양림동 232-1)이다.
광주에서 수십년 살아온 토박이지만 아직 가보지못했다. 양림동의 산증인인 송인동 한국신학대학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기독병원정문에서 ‘양림 6길’로 접어들어 1백50여m쯤 가다보면 우일선 선교사사택(지방기념물 15호)이 막아선다. 광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양식주택건물(1920년대)이다.
왼쪽을 가리키는 화살표와 함께 “호랑가시나무, 50m”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여기서부터는 흙길이다. 길가 낮은 철조망에는 넝쿨 식물이 앙상하게 줄기만 남은 채 달려있고 수백년 묵은 참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들의 큰 줄기들이 어지럽게 하늘을 뒤덮었다. 고색이 창연한 선교사 건물들이 띄엄띄엄 보인다. 으스스한 중세 괴기영화 한 장면 속에 들어선 것 같다.
2선교관 앞길, 거대한 호랑가시나무 한 그루가 넓게 가지를 펼쳐 우산처럼 도로를 덮었다. 마침 흩날리는 눈 발속에 빨간 열매들이 더욱 강렬하게 돋보인다. 나무 밑둥 둘레가 1.2m, 수령이 4백여 년이나 된다. 선교사들이 이 지역에 거주한 때 보다 200여년이나 앞선다.
산길을 오르다 보니 2m 짜리는 물론 작은 호랑가시나무들도 곳곳에 보인다. 시누대도 많다. 스피어와 기독병원, 또 선교사 지구와 어울려 ‘예수나무 촌’이라고 이름 붙일만하다.
성탄절에 꼭 가보아야 할 광주의 명 순례 코스가 아닐까.
첫댓글 네...눈이 올라치면 사진 좋아하는 님들이 찾는 코스지요. 저도 무등산 설경찍으러 몇차례...일간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김종남선생님의 글은 언제나 고향의 훈훈함을 느끼게합니다. 좋은 장소 소개 해 주어 고맙습니다.
오늘 양림동 가시면 호랑가시나무의 요염한? 자태를 여실히 보실수 있습니다. 무등산도 한 폭의 그림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