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중국시장에 대한 열기가 한국 패션계를 강타할 즈음 의류사인 B사는 대표브랜드인 K를 중국 내수시장에 런칭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돌입하였다. 국내시장의 한계성과 매출증대를 위한 돌파구로 중국 내수시장을 선택했고 동양의 동질적 요소와 한류, 일본보다는 패션후진국이라는 판단 요소를 가지고 중국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B사의 실패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전준비와 시장조사를 소홀히 하였다. B사가2003년 하반기 상하이에 법인 설립 작업을 시작했을 때의 첫 업무는 이미 진출한 브랜드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속시원한 대답을 구하지는 못하고 경쟁사에 가서 경쟁 노하우를 자문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또한 귀동냥을 하며 얻은 정보는 의사결정의 혼동만 가져왔다. 의류시장에 대한 조사는 실패보다는 성공에 염두를 두고 진행되었고 최고의 백화점, 최고의 브랜드, 최고의 고객들을 상대로 진행되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경쟁상대로 인식했고 거기에 따른 마케팅과 상품 수입을 진행했다. 제품 아이덴티에 맞는 고객 모색과 여기에 맞는 유통망, 그리고 그것들을 충족하기 위한 디자인, 트렌드, 원단을 조사하고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포지셔닝 하는 정확한 시장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둘째, 사업환경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였다. 중국은 넓은 영토와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문화와 법규가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여 한국인의 근면성과 속도전은 도리어 해가 될 때도 있다. 또한, 관행과 꽌시(인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공무원이나 백화점 직원, 담당자에게 빠른 업무처리를 재촉하면 처리순서가 뒤로 바뀌는 일이 있는가 하면, 백화점 입점을 위한 상담이 성공되었으나 입점하기 전날 돌연 입점 취소를 통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꽌시를 이용하여 연줄을 이용하면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입점이 되는 경우가 있었고, 서로 믿고 한 구두계약이 문서로 명기되지 않았다고 하여 각종 경비, 판촉비를 입점 브랜드에게 전가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졌다.
셋째, 중국 의류시장 내에서의 상품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패션, 의류는 무엇보다도 디자인이 차별화되고 브랜드 아이덴티가 확립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은 이를 인지하고 매출이 점진적으로 상승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B사는 제품과 신규 디자인을 출시하고 시간이 지나도 매출이 오르지 않자 새로운 브랜드로 대체하거나 브랜드 Concept에 변화를 주었다. 중국 소비자는 브랜드를 수용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다른 사람의 평을 듣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브랜드는 그 동안 유지해 온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키워야 한다. 빠른 변화의 제품보다는 실용적이면서 고급화되고 일관된 브랜드 Concept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넷째, 인재확보와 직원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중국 직원들은 대부분 1년 이상을 근무하지 않았다. 한국기업이 강조하는 주인의식, 책임감, 도덕성은 높지 않다. 그러므로 관리자는 직원 중 인재를 선별하여 관리하고 일정부분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여 주인의식을 높여야 한다. 일반적인 중국 직원들은 한국기업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려 한다. 회사 정보 보호와 구매 비리를 방지하기 위하여 일종의 준법서약서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대한 자만심과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 실패의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B사는 한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니 여기서도 잘 팔릴 것이며 중국은 아직 패션후진국이므로 한국 디자인이 최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고 중국 소비자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 공급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이에 맞는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