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해 먹기
오늘은 동짓날,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날이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해 먹는단다.
그래서 우리도 팥죽을 했다.
팥이 딱딱해서 어젯밤에 물에 담갔다가 오늘 삶았는데 얼마나 웃겼는지.
나는 늘 그런것처럼 내가 일하는 곳으로 오면서 가스불에다 팥을 올려 놓고 남편보고 팥좀 삶아 놓으라고 했다.
불에다 올려놓은 시간이 오전 9시였다.
그런데 오후 3시경에 전화가 왔다.
"팥 언제까지 삶아야 돼?"
"팥을 언제까지 삶아야 된다니?, 아직도 삶아?"
"어"
"아이고, 아직도 삶고 있으면 어떡개 해."
"그래? 글쎄 언제까지 삶아야 되는지 몰라서 지금까지 부엌을 왔다갔다 했네".
"팥죽이니까 푹 삶아도 상관은 없지만 가스불이 아깝다."
"헤헤, 팥이 껍데기만 남았네".
팥을 삶은 냄비 뚜껑을 열어보니 정말 팥이 흐물흐물한게 팥 모양이 없어졌다.
어쨋든, 팥을 고운 체에다 걸러서 물을 붓고 불린 쌀을 넣어 끊이기 시작했다.
팥죽은 정말 쑤기 쉽다. 다른 죽보다도.
먼저 팥을 물에 충분히 불린다
불린 팥을 푹 끊인다, 잘 으깨질때까지.
참, 팥을 불에 담글때 쌀도 따로 물에 담근다.
다 끊은 팥을 고운 체에다 넣고 으깨면서 걸러낸다.
걸러진 팥 껍데기는 개가 있으면 개밥에 섞어서 주면 된다.
곱게 걸러진 팥에 물을 부은다음 팥 가루가 가라앉으면 윗물을 살살 따라낸다.
따라낸 물에 쌀을 넣고 국자로 잘 저으며 끊인다. 처음엔 센불로 하다가 막 끊으면 약한 불에 놓고 계속 저으며 끊인다. 다 익었나 안 익었나를 보려면 끊고 있는 쌀을 먹어본다. 익었으면 아까 가라앉힌 팥 가루를 붓는다. 조금 더 끊인다음 먹는다. 싱겁기 때문에 소금을 넣어 먹는다.
팥죽을 먹기전에 한 일이 있다.
팥죽을 그릇에 담아 숟가락으로 들어오는 문에 뿌리고 뒷간에 뿌리고 수돗가에 뿌리고 창고에 뿌리고 아궁이에 뿌리고 장독대에 뿌리고 방문마다에 뿌리고 개 집에도 뿌렸다. 이렇게 뿌리는 까닭은 나쁜액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위한거란다. 귀신은 빨간색을 싫어한다나? 동짓날에 팥죽을 해먹는 까닭이 여기에 있단다.
생각해 보니 내가 어렸을 적, 할머니집에 있을때가 생각이 난다. 해마다 동짓날에 팥죽도 해먹고 팥떡도 해먹었다. 팥떡은 집에서 시루에다 하는데 마루에 상을 놓고 그 위에 시루떡을 올려 놓고 할머니가 절을 하셨다. 나도 할머니 따라 절을 했다. 그리고 칼로 네모나게 자른다음 접시에 담아서 장독대에 펌프가에 뒷간에 대문에 갖다 놓으라 하신다. 그렇게 갖다놓고 좀 있느면 다시 걷어노라 하시고 걷어 온 떡접시를 그대로 가지고 가서 누구네 집, 누구네 집에 주고 오라 하셔서 좋아라 하면서 떡을 돌린기억이 있다.
절기마다 해먹는 음식도 다르고 그 의미도 다르다. 팥죽을 쒀서 먹기전에, 대문같은데에다 뿌리는 따위의 행동이 참 재미가 있다.
그리고 예전에 할머니가 했던게 많이 생각이 난다.
첫댓글 정월,이월에 드는 액은 삼월 사월에 막고 오월 유월에 드는 액은 칠월 팔월에 다 막아 낸다..어루액이야.. 정칠월..이팔월..삼구월..사시월..오동지..육섣달..내내 돌아가더라도..^^사골 다 넘쳤네...나중에 또 올께..쌔~앵~
하하하... 난 압력 밥솥에 팥을 넣고 삶다가 "아니 이것이 아직도 안 무르네" 하고는 전기블랜더로 확 갈아버렸어요. 그리고 찹쌀가루를 풀어서 죽을 쒔지요. 난 정말 엉터리군요. 그것을 또 옆집까지 줬습니다. 남편은 맛있다고 냠냠, 울 뽀뽀도 맛있다고 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