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61편
본 시편은 다윗이 쫓겨 다니다가 압살롬과 그 무리가 패망한 후에 다시 왕위에 오르면서 쓴 시입니다(삼하15:25). 그래서 슬픔의 기도로 시작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기쁨으로 찬양하면서 끝맺고 있습니다. 특히 다윗은 매일 서원을 이행하겠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8절).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서원을 기뻐하지 않으시지만 일단 서원한 것은 지키기를 원하십니다.
시 61:1 하나님이여 나의 부르짖음을 들이시며 내 기도에 유의하소서.
"부르짖음"
기도의 간절함을 의미한다. 하나님께서 들으실 수 있는 기도는 언제나 간절한 기도이다.
"내 기도에 유의하소서".
이것은, 기도를 주의 깊이 들어 주시기를 원하는 말이다.
시 61:2 내 마음이 눌릴 때에 땅 끝에서부터 주께 부르짖으오리니 나보다 높은 바위에 나를 인도하소서.
"눌린다"는 말은, 히브리 원어로 아토프인데 아라비아 말 아타바에 해당하는 것인 바, 자포위(自包圍=self-enveloping)를 의미한다. 이것은, 자기의 여러 가지 우고(憂苦)에 싸여서 기진맥진해 가고 절망되어 가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것은, 다윗에게 있어서는 외래의 환난으로 인하여 생긴 것이다. 밖으로는 환난이 절박하고 마음은 근심으로 포위되었을 때에, 우리를 구원하실 이는 하나님뿐이시다. 다윗은, 일찌기 그런 구원을 체험한 바 있었기 때문에(3절), 그런 기도를 한다. 근심과 고통은 간절한 기도를 일으키고, 그 결과로 하나님의 구원을 체험하게 한다.
"땅 끝에서부터 주께 부르짖으오리니".
시인은 자기가 하나님에게서 멀리 떠나 있는 것같이 느낀다. 그러므로 그는 기도한다. 하나님과 접근한 듯한 때에는 그 자리를 잃을까 두려워서 기도해야 되고, 하나님과 멀어진 듯한 때에는 그것을 원통히 여겨 간절히 기도해야 된다.
"나보다 높은 바위"
사람의 힘으로는 올라갈 수 없는 "바위(추로)"니 곧, 하나님이 주시는 피난처를 비유한다(시18:2절참조).
"인도하소서"
외부적 환난과 내부적 근심으로 기절되어 가는 자로서는, 제 발로 안전한 피난처에 갈 수 없다. 그러므로 그리로 인도하시는 이도 하나님이시다. 우리가 영적으로 기절되어 가는 때에도 신앙의 명맥(命脈)을 주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다.
시 61:3 주는 나의 피난처시요 원수를 피하는 견고한 망대심이니이다 내가 영원히 주의 장막에 거하며 내가 주의 날개 밑에 피하리이다(셀라).
이 귀절들은, 위의 기도의 이유를 보여준다. 곧, 그가 과거의 체험에 의하여 하나님을 자기의 보호자로 알고 그렇게 기도한 것이다.
시 61:4 내가 영원히 주의 장막에 거하며
‘주의 장막’은 일반적으로 성막, 즉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처소로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제사 드리던 성소를 가리킨다. 그러나 여기서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보호와 안전을 상징한다. 즉 다윗은 오로지 하나님께 자신을 의탁함으로 안전을 강구하겠노라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주의 말개 밑에 피하리이다.
맹수의 위협이 있을 경우 어미닭이 병라리를 그 날개 밑에 감추어 보호하듯이(신32:11, 마23:37),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을 눈동자같이 지켜 살피시며 날개 아래 품듯 안전하게 보호하시는 분이시다(시36:7, 57:1, 63:7). 여기서 ‘주의 날개’는 주의 무조건 적인 은총과 온유하심을 상징한다. 즉 다윗은 극심한 위기 상황 가운데서도 낙심치 아니하고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셀라
이것은 시편에 자주 나오는 음악 용어로서 노래를 부를 때 음성을 높이라는 지시어인 것으로 이해된다.
시 61:5 하나님이여 내 서원을 들으시고 주의 이름을 경외하는 자의 얻을 기업을 내게 주셨나이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정권이 일시 동안 불의한 압살롬 일파에게 갔다가, 다시 다윗의 손 안에 돌아온 것을 가리킨다.
시 61:6 주께서 왕으로 장수케 하사 그 나이 여러 대에 미치게 하시리이다.
이 말씀은, 탈환된 이스라엘 나라 왕조의 수명을 길게 하여 주시기를 원하는 기도이다. 그러나 이것은, 장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천국 운동의 영원성에 대한 예언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Calvin).
시 61:7 저가 영원히 하나님 앞에 거하리니 인자와 진리를 예비하사 저를 보호하소서.
"인자"는 죄와 허물을 용서하시고 은혜 주시는 하나님의 성품이고, "진리"는 약속대로 구원을 실시하시는 그의 신실성을 가리킨다(시57:3절 참조).
시 61:8 그리하시면 내가 주의 이름을 영원히 찬양하며 매일 나의 서원을 이행하리이다.
다윗이 이때까지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구한 목적은, 결국 하나님을 섬기기 위한 것이었던 사실이 여기 이 말씀으로 드러난다. 곧, 그는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이 목적이고, 하나님을 위하여 가졌던 서원을 이행함이 그 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