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이란 대단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사보다 더 큰 인기를 끌면서 오히려 정사보다 더 정확한 정보가 '되어버린'
삼국지연의는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겠지요...ㅎㅎ
근데 소설은 '리얼리티', '허구'에 기반해서 씌여집니다...
리얼리티는 '실제에 있을 법한 일'이죠....
근데 이 리얼리티는 아이러니하지만 '실제로 있을 수 없어야' 더욱 사람들에게 매력적입니다....
예를 들면 우연히 길가에서 부딪친 남자가 대기업 상속주였고...
(CK식으로는 아그네스양 부럽지 않은-_-)
그와 사랑에 빠진다는 전개는 '흔하디 흔한' 전개이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거나...
절대 '흔하지 않은' 일이지요...
(게다가 가지가지 장애를 이겨내고 '사랑으로 극복' 한다는 것은 더더욱-_-)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에 열광합니다...
오히려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지요...
현실어디에나 있을 법한 대강 돈벌고 대강 집안도 괜찮은 남자와 만나서 대강 살았다...거나...
아니면 대기업과 법정싸움을 벌였는데 완패했다...는 스토리가 안되지요...
아무도 그런 스토리 따위 보고 싶어하지 않으니까...-_-
신방과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뉴스거리가 안됩니다....(당연한 일이니까)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되는 거지요...^^;;
즉, 소설에는 이런 '흔하지 않은' 또는 '불가능한' 이야기들이 속속 등장합니다...
가끔은 극의 전개를 위해서, 또는 독자의 만족을 위해서 말이죠...
어쨌든 소설은 역사 연구에서 제법 좋은 사료입니다...소설은 어찌됐건 사회를 반영하니까요...
(물론 그것을 '사료'로 생각하며 보는 사람은 드물지만요 =ㅅ=)
자 서론이 길었습니다...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소설은 사회를 반영하고...어느정도 사회상을 보여주지만
소설이 보여주는 사회는 이렇게 허구와 리얼리티에 의해서 걸러진 사회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왕왕 소설이 보여주는 사회가 너무나 친숙한 나머지 그것을 진짜로 믿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바로 춘향전을 들 수 있습니다...
춘향전 또한 '그럴듯한' 이야기라는 점을 잊으면 안됩니다...어디까지나 소설이니까요....
그런데 이 춘향전의 이야기들이 어느정도 아무런 여과없이 '사실'로 받아들여질때가 많습니다...
가장 간단한 것이 바로 '암행어사'에 대한 부분...
'이도령' 이몽룡은 장원급제 후 바로 암행어사가 되어서 남원으로 달려가죠....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은 거의 있기 힘든 일입니다...
일단 '어사'라는 것은 왕의 심복입니다...기본적으로 국가의 감찰관이기는 하지만...
성격상...왕의 직속(물론 왕권이 처참할 정도인 조선에서 한계는 있지만--)이라고 보는 편이 옳습니다
그런 자리는 햇병아리 '신참'에게 맡길리가 없지요...
실제로 대개 과거에 급제할 경우 종9품 최하위직에서 시작합니다...
장원급제일 경우에 가끔 종6품에 제수되어 시작되기도 하지요...
평균적으로 장원급제한 경우는 무리가 없이 승진할 경우 동기생보다 보통 4~5년 승진시기가 빠릅니다
(현대의 9급공무원으로 시작하는것과 5급공무원으로 시작하는 것정도로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물론 승진시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지만-_- 그냥 경우가요...)
그런데 어사는 최소한 직급이 종6품은 되어야 파견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도령은 직급상으론 파견이 가능하긴 한거죠...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어사는 왕의 심복이고....실제로 신참이 왕의 밀명을 받아 어사파견을 나간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많은 한국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어사가 되기 위해 과거를 보러 간다' 거나...
'급제하면 어사가 된다' 라는 명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인거죠....
무엇보다 이도령은 남원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
조선의 법률에는 '상피제'(相避制)라는 것이 있었는데...
자신의 고향이나 출신지에 어사를 파견하지 않는 것으로...엄격히 적용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는 청탁을 받거나 개인적으로 해코치를 하거나...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월권이나 청탁, 부정 등을 차단하기 위해 실시된 법이 상피제인것이죠...
즉 이도령은 자신의 연고지인 남원에는 파견이 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상피제가 아니라고 해도 남원으로 갈 확률은 희박합니다...
소설의 배경인 조선후기 조선전국의 군현은 대략 400여개에 달합니다...
마치 어사 박문수처럼 발길 닿는대로 아무대나 휘적휘적 걸어가서 난데없이 안행어사 출두야~~
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이미 어사의 파견지는 정해져 있습니다...
파견지를 결정할때는 추첨에 의해서 정해지며 임금이 내리는 봉서(封書)에 표기해서 전해졌습니다...
이 봉서는 서울안에서는 열어볼 수 없고....반드시 4대문 밖에서 열어야 했습니다...
즉, 그만큼 보안에 대단히 신경을 썼다는 얘기지요...
어사도 서울을 벗어나기 전에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던 거죠...
즉, 상피제가 아니어도...이도령이 남원으로 갈 확률은 대략 1/400입니다...--;;
즉 춘향이가 '서방님이 어사가 되어서 날 구해주실거야'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두번째...
조선은 사또 수청을 안든다고 치죄할 정도로 '막나가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탐관오리는 얼마든지 있었습니다...동학운동때도 조병갑이라는 희대의 탐관오리도 있으셨고...
사실 지방수령들의 부정과 축재는 현재 한국인의 정치인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감의 원인중 하나죠...
그러나 그 탐관오리들이 '초법적인'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그런건 심지어 왕조차도 불가능한데요-_-;;)
'중세'라는 한계는 있지만 조선은 기본적으로 법치를 지향한 국가였습니다...
시행여부는 미지수이기는 해도...경국대전에 '노비'들의 '출산휴가'를 80일을 주라고 명시할 만큼...
(현대의 출산휴가도 80~90일 정도입니다...물론 이역시 잘시행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_-)
또한 조선의 지방관리들은 서양의 봉건영주와는 다릅니다...
어찌됐건 중앙정부에서 '짜를 수 있는'(물론 빽이 있으면 얘기가 다르지만-_-) '공무원'이었습니다...
축재나 탈세도...법을 이용하거나 법망을 어떻게든 피해야 가능하지...
초법적 수단을 쓰다간 바로 목이 날아갑니다(진짜 목이 날라간다는게 아니라 파직-_-;;)
실제 조선초 태종실록을 보면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태종 10년)
나주판관이 관기에게 손님의 수청을 들 것을 요구하였는데...
관기가 이를 거절하자 매를 때려 죽게만든 사건이 기록되어있습니다...
이에 관기의 가족들은 공식적으로 항의하였고....전라도 관찰사는 나주판관을 파직시켰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뉴스란 '드문일'이어야 뉴스가 됩니다...(개가 사람을 물어야...)
이 관기의 사건이 실록에 실렸다는 것은 그만큼 흔한일이 아니었다는 반증이며....
한낱 관기의 죽음이 지방 수령을 파직까지 몰고 갈정도로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회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물론 여기에 조선은 초기와 후기는 완전 다른 국가에 가깝다는 점이 있기는 합니다만....
(특히 여성에 관한한은요...-_-;;)
적어도 변사또처럼 하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저번엔 변사또를 예로 들며 조선여성의 위치를 동정하고 조선 남성을 '피를 토하며' 비난하는 분을 만나기도...)
자아 결론입니다...
위에서 봤듯이 춘향전은 있을 법하기는 하지만 사실은 허구입니다...(소설이니 당연하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춘향전에게 '어디서 쌩구라를'이라고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춘향전이 담고 있는 사회상은 춘향전의 문장하나하나를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소설이 쓰여지고 인기를 끌었을까 가 핵심이겠죠....
즉, 당시(18세기) 조선사회의 미덕이었던 '절개'를 지키면 언젠간 '백마탄' 어사님이 나타나
나를 '서울로 데려갈' 것이라는 당시 사회의 '꿈'을 담고 있는 것이고....
변사또 같은 탐관오리들이 도처에 횡횡했으며 그들에게 카운터 펀치를 멕이는 이도령에게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역시 당시 사회의 '꿈'을 담고 있는 것이죠....
현대 한국의 드라마들이 현대 한국인들의 '꿈'을 담고 있듯이
부잣집 되련님 만나서 일확천금+_+ 가진거 조또 없는 백수가 쭉빵미녀 차지+_+
만주 내꺼+_+ 백수의 인생성공기+_+ 누나가슴에 삼천원+_+(응?)
춘향전 또한 조선인들의 꿈을 담은 '신데렐라 스토리'였던 것이죠....
이런 것을 감안하면 춘향전도 얼마든지 조선시대를 재구성하는 사료로서 빛을 발하게 되는 겁니다...
신윤복이나 김홍도의 풍속도는 조선시대 풍경을 담아놓은 사진과도 같은 훌륭한 사료이며....
조선시대의 소설, 판소리들은 조선인의 꿈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료인것이죠....
역사라는 것은 이런 재미도 있습니다...
꼭 누가누가 잘났나...동북공정이 어쩌고, 독도가 어쩌고....
이런 '무거운' 주제가 아니어도...얼마든지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역사도 즐기기위해서 공부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장난감이죠^^;;
꼭 무겁고 국가와 연결되야만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부분은 정말 작은 부분에 불과하죠....그냥 그시절엔 어떻게 살았을까?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런 의도에서 우리 역사 게시판들은 너무 무거운 주제만을 다루는 것은 아닐까해서...
한번 접근해봤습니다....어떻습니까? ㅎㅎ
참고 서적: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 (신병주, 노태환)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밖으로 걸어나오다 (강명관)
당신들의 대한민국 (박노자)
첫댓글 궁금한것이 있는데요, 평역이 삼국지의 참맛을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이문열의 삼국지를 참 싫어하는 사람입니다만....뭐랄까요?? 뭐 나쁜건 아니지만 꽤나 편식하는 느김이랄까요?? 아니면 제가 정역을 좋아라 하기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그리고 작가의 생각이 들어간 글을 생각하자면 고우영화백의 삼국지가 차라리 더 재미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뭔가 어긋나기는 했습니다만....삼국지 하시니까 생각나서 주절주절
이문열의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가 아닌 '이문열의' 삼국지죠...즐기는 사람이 무엇을 바라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1차 사료를 좋아하거나 2차사료를 좋아하거나...의 차이정도일까요?^^ '삼국지의 참맛'이 나관중의 본전이라고 생각한다면 평역이 참맛을 낼 수 없는 것이고...나관중의 삼국지가 아닌 다양한 맛을 보는 것이 참맛이라면 평역이 참맛을 내지 못하겠지요^^ 중요한 건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개인적으론 둘다 나름의 맛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우영 화백 포함해서요 ㅎㅎ
사족을 붙이면 삼국지연의도...나관중의 생각이 들어간 글이지요...그 해석방법이 맘에 들고 안들고는 개인의 취향차이겠죠...난 커피보다 홍차가 좋지만 쟤는 홍차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요^^
하긴 저도 정약용이 암행어사를 했단 걸 처음 알았을때는 좀 생소했었죠. (위에대로 알고 있어서..-_-;;) ㅋㅋ 그리고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는 좀 시니컬하고 시원한 맛이 있지 않나요? 아무래도 만화다 보니 글이 주는 서술적인 것과는 확실히 다르죠. 예전에 강준만이 이문열 삼국지 깐적이 있는데 애초에 그 책이 잘쓴 책이기 때문에 유명해진게 아니라 어느 서울대 수석인가가 고딩 시절 이문열 삼국지 읽은게 도움이 됬단가 라는 식으로 한마디 했다가 전국적 붐이 일었었다고 하던데 뭐 오래된일이기도 하고 해서 정확하진 않습니다-_-ㅋ;
<목이 날아갑니다>에서 처음에 <모기 날아갑니다>를 읽었다면 막장인가염? 그리고 누나가슴에 삼천원..은 어디 나오는지.. '저도 좀 보고 싶어요~' 이상한 데에만 관심이 많음..^^;;
그게 네이버에서 '가슴에 삼천원' 치면 나옵니다. 누구나 가슴에 상처하나쯤은 있는거잖아요? 였던거 같던데요
... 쩐의 전젱에서 신동욱의 대사였군여.. 갈쳐 주셔서 감사해요~
이문열 삼국지라면.. 역사소설 자체에 관한 생각과, 우리나라의 문인사회에 대한 생각, 이 두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문열이 글을 꽤 예쁘게 쓰기 때문에 읽는 맛이 있긴 한데.. 한자의 오독, 정사에 관한 지식 부족(사실 삼국지 정사 열풍은 근 몇년래의 일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위험이 있는데도 정사에서는.. 하고 과감히 헛발을 짚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여서 그부분을 조심해야.. 게다가 관우 관련 서술을 보면 원래는 이문열이 관우에 대해 혹평을 하고 싶었던 듯 한데, 무언가에 대한 호/오는 작가가 글을 쓰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는 점에서 그리 비판할 일은 아니긴 한데, 본래 삼국지는 영웅담이라는 본질을 간과하고 있지 않
았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질 있어 보이는 어떤 존재를 띄워서 영웅화하는 것은 영웅담의 기본으로,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과 간달프가 없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생각해본다면.. 삼국지에서 영웅에 대한 묘사가 제대로 연습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륙의 한'이던가 하는 요서백제 이야기를 나눈 소설은 멋있는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 김빠진 맥주가 되어버렸지요-_-;; 그리고 문인사회에 대해서는.. 이문열이 삼국지로 돈을 번 후에 가난한 문인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과정에서 문화권력의 한 주체가 되어버렸다고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강준만이 이문열 비판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구요.. 이문열은 못하는 정치에 관심 끊고 잘하는
소설 창작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정비석 삼국지 괜찮다고 디씨 삼국지갤에서 여러번 들었습니다.
어? 샤피루스 님 얘기가 아닌데요..^^;; 제가 들은바 있는데 그 출처를 디씨로 밝힌 것뿐이에용..
제가 디씨 삼갤에서 눈팅하는데, 물론 대부분이 뻘글이지만 개중에는 지식이 상당한 사람들이 있거든요. 자치통감이나 배송지주 이하 아래등급 사서들의 원문을 가져다가 스스로 번역한다든가 하는.. 그쪽에서 정비석 삼국지를 좋게 보더라구요. 삼갤 공지에도 정비석 삼국지를 고우영, 리동혁과 더불어 칭찬해 놓았던데요^^ 하긴 제가 리플달때 시간이 없어서 급했던 것이 뉘앙스가 약간 이상하게 되었네요..
근데 답글 달고 보니 제가 동문서답을 했군요..-_-;; 디씨 (가끔!!) 눈팅으로 읽어주셈=_=(저도 뜨끔함)
전 고우영마니아인데 고우영 10번쯤 읽으니깐. 아 이런게있었구나! 하는 숨겨진 장면 찾기가 더 재밌습니다 ㄱ- 짜투리 칸 여백까지 유머로 활용하시는 故고우영 화백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동감 차라리 고화백님의 삼국지가 차라리 평역처럼 보이는 기분도 듭니다....= =;;;문열이 아저씨보담.....
루드비히 베크//고우영 화백님 작품은 삼국지 말고도 엄청많지만 거기서도 그분 특유의 익살이 없는 작품은 거의 없습니다. 저희집에있는 한국도서간행물윤리위원회에게 삭제된 임꺽정을 빼고요. 하지만 복간된 임꺽정에선 그재미가 생생하더군요. 또 부족한 지면을 최대한 활용해 아낌없이 알차게 집어넣으시는 고우영화백의 실력은.. 참.. 대단하죠.
우와; 글 진짜 잘쓰신다; 그냥 생각없이 클릭했는데 푹 빠져버렸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