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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이야기(준) 스크랩 뇌, 생각의 출현-박문호
이재운1045 추천 0 조회 61 09.01.11 12:2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독후감은 주로 우리 재단의 READERSKOREA.COM에만 올리는데, 이 책은 여기 올려야겠다.

난 개인 사정으로 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다가 박문호란 전자공학자가 100북스란 모임을 만들어 열심히 독서하고, 토론한다는 걸 인터넷에서 보고 그가 쓴 글을 유심히 읽었다. 그러다가 BTN에서 "뇌, 생각의 출현"이란 제목으로 강의하는 걸 보고 얼른 달려가 열심히 들었다. 이젠 그 강의를 엮은 책이 나와 책까지 읽었다. 이런 전문서적을 굳이 독후감 형식으로 쓸 필요는 없지만, 몇 가지 안내차 적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생각이 뇌에서 나오는 것이며, 뇌가 생각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과 그 과정을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한국인이 이런 책을 쓴 사실 자체가 존경스럽고, 뇌생리학자나 신경과학자가 아닌 공학도가 썼대서 더 의미가 깊다.

 

원래 전공자들은 제 전공에 대해 별 감동이 없는 법이다. 예를 들어 애견병원에 가 약을 지으면 이 수의사들은 약을 갈아 봉투에 담아 덜렁 내준다. 그러면 어떻게 먹이느냐고 물어야만 된다. 안물으면 그냥 집에 와 혼자 고민하다가 사료에 섞어 먹이느라 사람도 개도 고생한다. 복용법을 물어야만 그제야 수의사는 10씨씨짜리 주사기를 내주면서 약을 거기에 넣고 물을 약간 빨아들여 섞어 흔든 다음 개 어금니 쪽에 쏴주라고 설명한다. 저희들은 늘상 하는 일이고, 다 아는 상식, 그것도 아주 기초 중의 기초 상식이라 설명을 안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생각의 출현'이라는 이 고도의 신경정신학 도서를 그쪽 전문가가 아닌 전자공학자가 쓰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경정신과 의사들이나 학자들은 생각이 뇌에서 나온다는 걸 진작에 알고 있고, 저희들끼리는 상식에 불과하니까 별로 글 쓸 마음이 나지 않는 것이다. 기껏해야 이런 책에 자료나 제공하고, 추천사나 올리는 것뿐이다.

 

그래서 전공이라는 게 무섭다. 전공도 10년이나 20년 전공이어야지 한 30년쯤 하면 그 전공에 갇혀 바깥을 보지 못한다. 사람 나이 마흔이 넘으면 얼굴형태가 고정되기 시작한다고 하는 게 바로 그 전공의 위력이다. 거기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여유가 없어지고, 생각은 자꾸만 좁아지는 것이다.

 

하여튼 전공 얘기는 주제가 아니므로 이 정도로 끊고...

저자 박문호 씨는 엄청난 독서 이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다보니 책 제목도 '생각의 출현'이라고 다소 모호하게 지었다. 이에 앞서 '생각의 탄생'이라는 외서가 번역출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목으로는 박문호 씨 책도 '생각의 탄생'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역시 저자는 비전공자이다 보니 뇌에 접근하는 자세가 '생각의 탄생'과 달랐다.

그는 천문학으로 실마리를 잡아 이 주제를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그는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내 경우에는 이미 천문학에 대해 공부를 했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분야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매우 신선한 내용이 아주 넉넉하게 들어 있다.

 

천문학자들은 대개 이런 글을 쓰지 못한다. 우주에 대해 알기는 천문학자가 더 많이, 아주 엄청나게 많이 알겠지만, 정작 박문호 씨처럼 쓰지 못한다. 역시 전공의 한계에 부닥쳐 그러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모시는 스승 중에 서울대교수를 지낸 관측천문학 박사 이시우 선생님이 계시는데, 이분도 물론 젊어서는 천문관측에 바빠 이런 류의 글을 쓰지 않았는데, 주로 퇴임 후 우주와 마음의 문제를 집중 탐구하기 시작하여 놀라운 저작을 몇 권 갖고 계시다. 그것이 '붓다와 천문학자의 대화', '천문학자, 우주에서 붓다를 찾다' 등이다.

 

박문호 씨 주장은 이시우 박사님 저작 때문에 내게는 새로울 게 거의 없지만, 내용 자체로 독자들에게 충분히 감동을 줄만큼 잘 돼 있었다. 꼭 읽어보기를 권하는 부분이 바로 이 책의 앞쪽, 우주와 생명의 관계 서술 부분이다.(이시우 박사님 저술은 이보다 더 나아가 우주와 생명, 우주와 인간사회 문제까지 연결된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심히 유감이다. 박문호 씨의 글은 우주를 훑고내려와 지구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천문학이 끝나면서 여기서는 생명과학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그 역시 너무 공부를 많이 하다보니 독자가 정작 뭘 궁금해 할까 하는 문제에서 서서히 간과하기 시작하는 허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서 잘 정리가 안되었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읽어나가기 위해 생명과학 책을 옆에 갖다놓고 부분부분 보충공부를 해야만 했다.

 

생명과학 부분이 끝나 드디어 신경세포의 다발인 뇌가 생겨난 이후로는 이제 뇌생리학으로 옮겨갔다. 박문호 씨는 여기서는 더욱 더 오류를 범하기 시작했다. 오류란, 틀렸다는 게 아니라 타겟을 맞추지 못했다는 말이다. 독자의 눈높이, 독자의 관점하고는 아무 상관없이 혼자 독서일기 쓰듯이 써제낀 듯, 밑줄 친 독서일기를 복사해 옮겨놓은 듯했다. 잘 소화가 안된 내용이 뭉텅뭉텅 건더기째 나오기 시작했다. 복잡한 계산식, 물리 공식이 난무하고, 뭐가 뭔지 몇 번을 읽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벽돌처럼 줄지어 들어갔다. 소화를 위해 전에 읽은 두뇌관련서적을 죄다 찾아다 쌓아놓고 보는데도 이해가 어려웠다. 소화제로도 안되는 걸 보니 이 부분은 역시 뇌생리학자들 전공도서가 아닌가 싶다. 그럴 거면 의대 학습 교재로 써야지 시중의 일반도서로 나오면 안된다.

 

아마도 박문호 씨는 책을 많이 읽고 사려가 깊은 분이니 이 책의 증보개정판을 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고, 칭찬받아 마땅한 훌륭한 저작이다.

그런데 한 가지, 박문호 씨가 이 책의 주제와 관련없이 독서를 강조하는 부분에서 나하고 견해가 약간 다른 게 있어 토를 달고자 한다.

 

- 자연과학 70%, 인문과학 30%로 균형있는 독서를 해야 한다.

- 두 번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

 

이 두 가지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한다.

독서의 균형에 대해 자연과학 대 인문과학을 7:3으로 정한 건 일견 맞는 말이다. 훌륭한 지적이고, 우리나라 국민의 유전형질에 비춰보아도 옳은 주장이고,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아직까지 이런 주장을 한 사례는 박문호 씨하고, 나밖에 없는 듯하다. 나는 7:3으로 주장하지 않고 5:5로 주장하는 게 좀 다를 뿐이다. 이 점에서 내 주장보다는 박문호 씨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고, 적어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그쪽이 정답이다.

 

하지만 7:3 독서이론은 절대 가치가 아니라는 점을 나는 설명하고 싶다. 내가 5:5 독서를 주장하는 것은 개인차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니 그저 반반이라는 의미고, 굳이 다섯 권씩 균형잡아 읽으라는 말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뇌가 더 발달한 사람이라면 7:3 독서법이 맞다. 하지만 좌뇌가 더 발달한 사람은 거꾸로 3:7이 맞을 수도 있다. 이를 실험적으로 얻은 값도 있다.

 

또한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으로 책을 나누는 데도 나는 꼭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좌뇌형 책과 우뇌형 책으로 구분한다. 이 대목에서 매우 복잡해지는데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니 생략한다.

 

박문호 씨의 이 책 <뇌, 생각의 출현>을 읽으면서 나는 그가 자연과학 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은 결과 글이 좀 딱딱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보았다. 그이는 사실 우뇌 성향의 책을 조금 더 읽는 게 좋을 것같다. 그랬더라면 이 책이 더 편하게 읽혔으리라고 믿는다.

<생각의 탄생>에 보면 그림 그리기와 시 쓰기를 좋아하던 한 소녀가 뛰어난 수학자가 되고, 산 정상에서 햇무리를 보고 감명을 받은 한 젊은이는 나중에 발명가가 되고, 기하학을 즐기던 학생은 나중에 곤충학자가 되었다고 나온다. 학문의 이종교배야말로 적극 권장해야 할 부분이고, 그래서 나는 음악가더러 그림을 그리고, 피아니스트더러 암벽등반을 하고, 소설가더러 천문관측을 하라는 등의 외도를 자주 할 것을 권한다.

 

그래서 그가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고 말한 데 대해 내가 이견을 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딱 한 번만 보아도 되는 것이 아주 많다. 그렇다고 해서 무가치한 것이 아니다. 우리 두뇌는 꿈을 통해 단 한 번밖에 보지 않은 영상이라도 되풀이학습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도 두 번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한번 볼 때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러므로 마치 교양서 내지 문학작품류, 만화류를 두고 언급한 듯한 이 주장에 대해 나는 덥썩 동의하지 못한다. 난 박문호 씨의 이번 책을 두 번 읽고싶어 두 번 읽은 게 아니라 무슨 말인지 몰라 두 번 읽었다. 하지만 앞부분 천문학 분야는 한번 밖에 읽지 않았다. 거긴 내가 이미 아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7:3 독서법은 개인별 특성에 따른 예외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도 널리 홍보하면 좋을 듯하고,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는 주장은 조금 줄이는 게 좋겠다. 이 책을 읽은 느낌으로 보자면 박문호 씨는 5:5 독서법이 맞을 듯하다. 시집, 소설, 나아가 만화도 좀 머리 식힐 셈으로 보는 것도 나쁠 것같지 않다. 세상은 다양하고, 우리 뇌는 다양한 정보를 원하니까.

이러한 일부 코멘트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 <뇌, 생각의 출현>은 좋은 책이고, 읽혀져야 할 책이고, 칭찬받아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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