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역> 부근
서울지하철 3, 6호선이 지나는 ‘약수역’은 과거 대표적인 ‘달동네’ 지역이었다. 산꼭대기까지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은 우리의 고단한 삶을 대변하던 장소였다. 먼 친척이 살고있어 어머니와 어린 시절 온 기억이 난다. 좁고 가파르게 높았던 계단, 허름하고 옹색하게 붙어있던 집들, 일상이 힘들었던 시절임에도 이 곳이 보여주는 가난의 강도가 더 컸다는 기억이 든다. 다만 높은 곳에서 바라본 아랫동네의 모습은 어린 시절 매우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이제 그러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1990년대 이후 시작된 건설 붐은 달동네를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모시켰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골목은 사라지고 서민들이 애환이 담겨있는 시장은 축소되었다. 시장의 역할은 곳곳에 만들어진 ‘마트’가 대신하고 있었다. 시장 길은 이제 시장의 기능보다는 아파트와 역 사이의 통로로서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역 주변을 돌다, 주변 산과 연결된 계단 길과 벽화 동네를 발견했다. 대부분 다세대 주택으로 구성된 동네 옆으로 만들어진 오르막길은 과거의 달동네를 오르는 경험을 소환시킨다. 다만 그 기억을 집 벽에 그려진 ‘벽화’의 분장과 함께 관광의 기분으로 변환시킨다. 30분 정도 올라가니 서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멀리 북한산과 북악산 그리고 인왕산이 보였다. 이 곳에서 보니 산 들 사이의 관계을 좀 더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낮에 보는 모습도 훌륭하지만 기회가 되면 ‘밤’에 와서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서울의 야경을 산의 호위를 통해서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서울의 야경은 세계 어느 곳 몹시 않게 아름다운 곳 아닌가?
서울의 도시는 균일화된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다. 과거의 좁은 골목은 사라지고 대규모로 건설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도시는 정형화된 얼굴을 갖게 되었다. 그럼에도 과거의 모든 것이 지워지진 않는다. 과거는 새롭게 변화된 얼굴 속에도 숨어있는 오랜 흔적을 담고 있다. 약수 역 부근도 분명 전형적인 서울의 형태로 바뀌었지만 오래된 ‘과거’의 모습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 곳을 답사하는 시간은 분명 흥미로웠다. 특히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변화 속에서 아쉬움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선사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첫댓글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ㅡ 과거의 빈민촌 상징, 성동구의 달동네 옥수동에서 보이는 한강 건너편 부자촌 압구정동과 비교 ㅡ 이제는 재개발로 강북의 부자촌으로 탈바꿈한 옥수정동 ㅡ 약수동 + 금호동 또한 마찬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무상을 체험하는 시간이 된다! 어릴 때 수영하던 한강변에 이제는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고...
사회 변화의 모습은 인간의 삶의 구조를 바꾸게 한다. 보이는 물질로 항한 욕구는 그 어는 것보다 현실로 다가온다. 싫든 좋든 뒤쳐지면 따라잡을 수 없다는 긴장감을
생성한다.
소유에서 존재로의 삶의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도 어느 정도 물질적 현실을 이루었을 때 생각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얽매임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분류하고 생각 또한 고정시켜 버리는 단편적 삶의 씁쓸한 뒷모습에 불편함을 느껴도 ... 도시화의 괴물적인 변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