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찾아떠나는休] 만덕산훈련원의 초선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_ 수행, 수도, 명상을 통해 행복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각박하고 외로운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 수도, 명상,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밖에서 만 갈구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자기를 깨닫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현실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한 생활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휴심정을 찾는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
●
●
6.초선
참마음이 바로 나요, 내가 바로 그 마음이다
본래 내가 없었는데, 무엇이 이렇게 떨고 있는가
텅 비었으니 아무것도 몰라야 하는데, 이 가운데도 '환희 아는 것'이 있다.
지금 무엇이 느끼고, 무엇이 들으며, 무엇이 걷고 있는가.
전북 진안군 성수면 중길리. 농약을 사용할 수 없는 청정지역이다. ‘덕스런’ 만덕산이 들녘을 감싸고 있다. 다시 저수지를 끼고 골짜기에 올라선다. 원불교 만덕산 훈련원이다. 원불교를 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12명의 제자에게 처음으로 참선 훈련을 시켰던 초선 터다. 밖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큰 절 못지않은 규모다.
만덕산 훈련원은 마음공부 도량이면서 육체 건강 도량이기도 하다. 수도인이라도 놀고먹어서는 안 되며, 수도와 생활이 둘이 아니라는 원불교의 원칙처럼 영과 육체가 온전히 함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매년 겨울에 하는 동선(冬禪)에서도 설법, 좌선, 염불과 더불어 일, 선 춤, 요가, 체조 등 육체 운동이 적지 않다.
특히 만덕산 일대는 훈련원을 중심으로 한 생명공동체다. 훈련원 아래는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비닐하우스와 황토방들이 꾸려진 푸른건강촌이 있고, 주변 논에선 유기농 오리농쌀을 생산한다. 훈련원은 최근 묵언 정진할 수 있는 기도관과 함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대규모 효소원을 열었다.
효소는 싹을 틔운 18가지 잡곡과 8가지 콩, 28가지 산약초 등 모두 88종류의 식물을 발효시킨 뒤 인근 동굴에서 1~7년간 익혀서 만든다. 효소원의 일주일 효소식 참가자들은 밥 대신 효소를 먹으며 효소관장을 통해 숙변을 제거하고, 풍욕과 효소욕, 효소된장찜질로 체질을 바꾸면서 요가와 선 체조, 좌선, 마음공부도 하게 된다.
만덕산훈련원의 터줏대감은 훈련원 교령 승산 양제승 종사다. 그는 밖에선 들여다보기 어려운 사람이다.
한두 평이나 될까. 승산 종사가 두세 명이 앉기에도 비좁은 그의 방에서 나무를 손질하고 있다. 손질한 죽비가 수북하다. 그의 손을 만져보니, 온통 군살이 박혀서 나무 등걸 같다. 스물한 살에 원불교에 출가한 뒤 수계농원과 만덕산에서 머슴처럼 일만 해온 삶을 군살이 전해준다.
그가 ‘머슴도인’ 또는 ‘일꾼 도인’으로 불리는 것은 일 속에서도 수행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즉 그에겐 일과 수행이 따로 없다. 그는 한평생 머슴처럼 살아왔지만 젊어서부터 수행 체험이 적지 않다.
출가한 뒤 그는 출가전의 방만한 삶을 처절히 반성하고 반성했다. 얼마나 치열했던 것일까. 그는 ‘밑이 쑥 빠지듯’ 속박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했다. 그러면서도 한시도 수행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학질에 걸려 추워 덜덜 떨면서도 ‘본래 내가 없는데, 무엇이 이렇게 떨고 있는가’ 참구했다. 그러던 중 모심는 곳에서 못줄을 잡다가 마음이 툭 터졌다. 그때 사람과 소의 경계까지 사라져버렸던 것일까. 그는 그 길로 소달구지를 원불교총부 안 식당 옆까지 끌고가 미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다.
승산 종사는 “빛을 감추고 덕을 길러야 하는데, 워낙 좋아서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며 공부 길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젊은 날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는 일 속에서도 일심이었다. 일하다 침목에 손이 낀 순간에도 “아픈 놈이 무엇인고?” 물으며 일심을 챙겼다. 늘 허리의 병을 앓으면서도 ‘일체가 공(空)한 자리’만을 관찰했다. 그가 나이가 든 뒤 주위사람들이 병원에 데려가 보니 척추 세 마디가 사라지고, 군살이 생겨서 그 자리를 떠받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의사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기막혀했다고 했을 정도다.
권대경 씨는 13년 전 만덕산의 ‘선’ 훈련에 참가해 지옥 같던 삶이 극락처럼 변한 뒤 여러 해 동안 이곳에서 승산 종사와 함께 살았다. 권대경 씨가 승산 종사와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승산님은 그때까지 비가 줄줄 새는 냉방에서 지냈다. 그런데 낮에 딴 표고버섯을 밤새워 말려 정리해놓고도 새벽 4시에 좌선을 하러 법당에 나왔다. 잠도 안 자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으면 ‘밤새 일했다는 마음만 없으면 되지’라며 웃곤 했다.”
승산 종사는 이날도 동선에 온 훈련생들에게 주려고 죽비와 발마사지용 나무를 깎고 있다.
일주일 동안 하는 동선은 소태산 대종사가 제자들을 훈련한 전통 그대로다. ‘진리’의 상징인 일원상을 깨달아 일 속에서도 이 경지를 놓치지 않도록 이끈다. 선(禪)은 매년 여름과 겨울 한 차례씩 열리고 봄과 가을엔 3박4일의 훈련이 있다.
새벽 4시 30분부터 좌선과 선체조로 아침을 여는 40여 명 훈련생들에게 승산 종사는 오전과 오후 2시간씩 ‘일원상의 진리’와 보조국사의 마음을 닦는 법인 ‘수심결’을 설법한다. 일원상은 깨달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원(동그라미)을 말한다. 생각이 끊어져버린 듯한 무심한 승산 종사의 얼굴에서 훈련생들은 말 이면의 마음을 본다.
“마음, 마음 하는데, 무엇이 마음인가. 생각의 뿌리를 비춰보라. 뿌리가 있는가.”
승산 종사의 수없는 물음에 훈련생들은 생각의 뿌리를 비춰보고 비춰본다. 무엇이 있는가. 그 뿌리엔.
아무리 참구해도 찾을 수 없다.
“‘무엇’이 있어서 생각이 나오는가. 뿌리는 본래 없는 것이다. 그러니 고요한 것이다. 그러나 텅 비었으니 아무것도 몰라야 하는데, 이 가운데도 ‘환히 아는 것’이 있다.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이것이 마음이다. 이 마음을 챙기는 것이 공부다.”
그가 가리키는 손가락 너머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직관하는 이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우주보다 크고, 우주 이전부터 있어온 참마음이 바로 나요, 내가 바로 그 마음임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못난이나 중생인 줄로만 알았던 내가 부처님과 조금도 벗어남이 없는 그 참마음이요, 바로 부처임을 자각한 순간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찰나 사이에 걷힌다.
승산 종사가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일과 움직임 속에서도 이 경지를 지속시키는 것이다. 훈련생들은 일선 시간에 나무를 잘라 나르면서 깨달은 그 마음을 챙기고 있다. 소태산 대종사가 생전에 만덕산을 써놓고 "좋다, 좋다"를 연발했다는 뜻을 체감하고 하산하니, 승산 종사의 경책이 다시 들리는 듯하다.
조현 기자 cho@hani.co.kr
만덕산 훈련원에선 좌선·요가에 밥 대신 효소
만덕산 훈련원은 마음공부 도량이면서도 육체 건강 도량이기도 하다. 수도인이라도 놀고 먹어서는 안 되며, 수도와 생활이 둘이 아니라는 원불교의 원칙처럼 영과 육체를 온전히 함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동선에서도 설법이나 좌선, 염불과 함께 일, 선 춤, 요가, 체조 등 육체 운동이 적지 않다. 특히 만덕산 일대는 훈련원을 중심으로 생명공동체가 조성되고 있다. 훈련원 아래는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비닐하우스와 황토방들이 꾸려진 푸른건강촌이 있고, 주변 논은 유기농 오리농쌀을 생산하는 곳이다.
훈련원은 최근 묵언 정진할 수 있는 기도관과 함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대규모 효소원을 열었다. 효소는 싹을 틔운 18가지 잡곡과 8가지 콩, 28가지 산약초 등 모두 88종류 식물을 발효시킨 뒤 인근 동굴에서 1~7년간 익혀서 만들어진다. 효소원의 이직원 연구부장은 “효소가 니코틴 등 독성을 제거하고,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 원광대 등에서 실험을 거친다”고 말했다.
효소원의 1주일 효소식 참가자들은 밥 대신 이 효소를 먹으며 효소관장을 통해 숙변을 제거하고, 풍욕과 효소욕, 효소된장찜질로 체질을 바꾸면서 요가와 선체조, 좌선, 마음 공부도 하게 된다. 이양신 훈련원장은 “원불교를 창립한 주역들인 소태산 대종사와 정산 종사, 대산 종사 등이 처음 함께 만난 초선 터의 뜻을 살려 몸과 마음이 함께 정화될 수 있는 도량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만덕산 훈련원 http://cafe.daum.net/md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