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돔이 돋보이는 두오모 성당이 보입니다.
야경의 불빛을 받아 타오르는 불꽃의 빛깔로 붉게 물들여져 있었습니다.
"르네상스 Renaissance 는...예술의 부활을 의미해.
바로 이 곳, 이탈리아 피렌체에 모인 예술가들로부터 시작되었어.
그들은 고대 로마에서 보여줬던 예술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한다는 사명을 가졌었지.
그 운동을 이끌었던 리더 중 한 명이 바로 이 두오모 성당을 지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Filippo Brunelleschi, 1377~1446.4.15]야.
그들의 사명을 이루고자 하는 열심은 치열했고,그래서 그들은 모였어.
물론 그들은 이탈리아의 예술을 되살린다는 이름 하에 그 전 시기를 중세 the Middle Age라고 부르며
부활이 이뤄지기 전 어둠의 시간이라고 낮춘,자기중심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예술의 부활을 꿈꾸는 그들의 열망은 치열했고...그러기 위해 예술가들이 함께 모였다는 걸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어,데보라."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두오모 성당을 비추는 동화 속 풍경 같은 불빛을 바라다보며 샤셰이가 말했습니다.
늘 몸의 일부인 것처럼 가지고 다니는 거울을 두 손에 꼭 쥐고서.
"Restoration! 저한테 그 르네상스의 의미는 회복이라는 단어로 와닿아요."
몇 달 전,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스무살의 고민이 방황처럼 깊었던 데보라는
자신이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움을 향한 민감한 시선을 가지고 사진으로 필름으로 아트로 그 아름다움을 담아내기 원하는 열망이
그녀의 가슴 깊이 이제 새싹이 움트듯 생명력 있게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알려주고 싶은 건,
르네상스를 꿈꾸는 예술가 그룹의 리더였던 브루넬레스키는
고대 로마의 건축물,작품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스케치하면서
과거와 역사를 통해 배우고자 하는 모습이 있었다는 거야.
차곡차곡 계단을 오르듯 준비하며 예술의 부활을 꿈꿨다는 거지.
마치 이미 흩뿌려진 금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퍼즐을 맞추듯
앞으로 우리가 가게 될 수많은 시공간 가운데
너와 내가,그리고 이 시대의 아티스트들이 배우고 취해야 할 금조각과도 같은 영광을 발견해나갔으면 해.
이 크루즈 선을 함께 타고서."
"퍼즐 모양의 금조각들..."
샤셰이의 말에 동조하듯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이며 데보라가 중얼거렸습니다.
중요한 단어를 잊지 않기 위해 외우는 것처럼 되뇌이면서.
"그럼 우리 다시 크루즈로 돌아가서 네가 보고파했던 17~18세기로 가볼까?
드레스에 금빛이 있는 시대를 보고 싶다고 했지?"
"네. 너무 화려하지는 않은 은은한 금빛이 좋아요."

"바로 이 곳 오스트리아의 멜크 수도원을 감싸고 있는 금빛처럼?"
데보라가 원하는 것을 말하자마자 그들을 태운 크루즈선은
17세기 오스트리아 도나우 강변에 위치한 멜크에 도착했습니다.
갑자기 몰아치는 일정 속에 밀려드는 피곤으로 졸린 눈을 비비던 데보라는
새벽 햇살에 반사된 금빛을 발견하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예전에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제가 지금 용광로에 있대요. 뜨거운 불길 속에서 불순물이 빠져나가는 순금처럼
내가 겪은 아픔과 어려움들은 더 빛나는 나를 만들어가게 해줄 거랬어요..."
멜크 수도원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돌아봐도 돌아봐도 가득한 금빛에 눈을 떼지 않은 채 데보라가 말했습니다.
"그러고보니...너에게 금빛이 참 어울리는 것 같아.
맑고 빛나는 퓨어 골드, 영롱한 느낌의 순금 말야."
"좋아해요,그런 빛.색..
베르사유 궁전에도 이런 금빛 화려함이 가득하겠죠?"
"그렇지. 그런데 나는 이런 화려함도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어.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함 뒤편에 쓰러져갔던 가난한 서민들의 삶은 어떠했을까...하는.
가난하고 비참했던 순간도 있었을테지만 그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데보라는?"
"...가봐야겠어요! "
이거다 싶으면 모든 걸 제쳐두고 떠날 수 있는 데보라는
금빛 화려함에 몰두했던 눈을 떼고 샤셰이를 또렷하게 바라보더니
외마디 말을 남기고 수도원 밖으로 나갔습니다.
"크루즈 선,나를 그 곳으로 데려다줘.
가난한 곳에 머물러 있는 아름다움을 보고 싶어.
가난은 싫지만,그 가운데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비참함만 있진 않을테니까."
총총 걸음으로 뛰어나간 데보라의 뒷모습을 바라다보는 샤셰이를 혼자 남겨두고 떠나는 지도 모르는 채
바람처럼 그녀는 크루즈선에 몸을 맡겼습니다.
[To be continued...]
*이어지는 스토리는 데보라 지은이와의 두 번째 아트 수업이 끝나고 난 뒤
그 때 나눈 대화,멘토링,예술사 수업,상상력의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샤셰이가 재구성하여 올리게 됩니다.
Written by Sashay
첫댓글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런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음악과 미술, 사진, 컴퓨터그래픽 등과 연결되어서 데보라 혼자 힘으로 또는 주위의 친구들과 함께 하나의 인터랙티브 컨텐츠로 만들어 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트에에 그런 과정을 도와줄 능력을 가진 선생님들이 많으니까 그것이 라트에의 경쟁력이 될 것 같구요. ^^ 언젠가 샤세이님이 그런 컨텐츠들을 인터랙티브로 방송해주는 라디오 디제이가 되실 수도 있겠네요~
와! 감사드려요 ^0^ 데보라에게도 전해줄게요,재능이 많은 아이거든요,사진으로든 그림으로든 영화로든 다양하게 표현해낼 수 있고 무엇보다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타고난 시선을 가진 친구예요 ㅎ 저도 나중에 그런 방송을 하게 될 날이 오기를 꿈꿔볼게요 지금으로서는 기회가 어디서 어떻게 올지 잘 모르겠지만...라디오일지 티비일지 공연일지도 다는 모르겠지만...저조차 내려놓았던 꿈을 주변에서 말씀해주셔서 상기시켜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