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농사와 두레공동체
농경은 정착생활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농경민족은 초지를 찾아 끊임없이 자연에 도전하고 개척해야 하는 유목민족들보다 정적(靜的)이며, 평화적이다.
농경민족은 1차 생산자인 곡식과 채소에서 식량을 얻는 채식민족들이 많고, 유목민족들은 2차, 3차 생산자인 가축이나 동물에게서 식량을 얻는 육식민족들이 많다. 따라서 심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농경민족들은 유목민족들에 비해 직관적이며 단순하고, 너그럽고 온건하다. 우리는 그러한 심성을 농촌사람들에게서 발견한다.
농사는 원초적으로 육체적 노동과 공동체 생활을 요구한다. 농사는 유목에 비해 노동집약적이며, 공동체적이다. 전통적으로 벼농사를 해온 우리 민족에게는, 혼자서는 힘든 모내기·모심기·김매기·추수·길쌈일을 여럿이 함께 하는 두레라는 노동공동체 조직이 일찍부터 있었다.
두레의 역사를 밝혀줄 명확한 자료는 없지만, 대개 씨족사회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였으나, 나중에는 인위적인 성격체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마을을 떠나기 전에는 두레를 탈퇴할 수 없었다. 또, 탈퇴해서는 농사를 짓기가 어려웠다.
두레일에 참가한 농삿군을 두레꾼이라고 한다. 두레에는 남자두레와 여자두레로 나누어지며, 조직규모에 따라 6-10명선의 작은 두레와 수십명이 하는 큰두레로도 나누어진다. 연령층에 따라 한 마을에서도 형두레와 아우두레로 나누어져 각기 다른 일들을 해나간다. 환자가 있는 집이나 과부가 호주인 집에서 장정을 낼 수 없는 경우에는 이들을 제외하지 않고 두레꾼들이 공동으로 농사를 지어주었다.
일부지방에서는 농악을 두레라고 부르고 있다. 그래서 두레를 농사를 위한 음주가무 행위로 보기도 한다. 농악은 노동의 고통을 덜어주고 노동력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소속감을 불러일으킨다. 두레일을 갈 때는 '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쓴 농기와 농기구 등이 앞서고 장구·꽹가리·북·징 등의 풍물이 뒤를 따른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고유한 체계인 두레도 토지사유화와 화폐경제가 사회지배구조로 등장한 20세기로 넘어오면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두레와 관련된 파생어들이 우리말에 아직 상당수 남아있어서 논농사 문화의 잔재를 보여주고 있다.
두렛일을 할 때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먹거나 함께 쉬고 노는 것을 '두레먹는다'라고 한다. 여러 사람이 빙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둥근 밥상을 두레상이라고 한다. 그런가하면, 낮은 곳에 있는 물을 높은 곳에 쉽게 퍼올릴 수 있도록 만든 도구를 두레라고 한다. 가벼운 오동나무로 됫박처럼 위는 넓게 퍼지고 밑바닥은 좁게 만들어 네 귀에 줄을 달아서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노젓는 것처럼 당겼다 밀었다 하며 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퍼올리는 도구가 두레이다. 또, 깊은 우물의 물을 깃기 위해 물을 퍼올릴 수 있도록 바가지에 끈이나 막대기를 단 것을 두레박이라 하고, 두레박으로 물을 깃는 비교적 깊은 우물을 두레우물이라고도 한다. 이에 비해 바가지로 그냥 물을 깃는 얕은 우물을 박우물이라고 한다. 따라서 바가지는 철저한 개인소유물이지만, 두레박은 따로 소유자가 없다는 점에서도 '두레'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는 뜻은 간접적으로나마 짚어볼 수 있다.
두레와 비슷한 '품앗이'는 주고받는 것이 분명한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노동거래이지만, 두레는 모두를 위한 일을 모두가 더불어 하는 공동체적 자원봉사의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두레란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함께'라는 집약된 의미를 갖는다. 두레를 통해 극도로 팽배해진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치료할 수는 없을까.
첫댓글 아..두레박에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두레는 알았어도 두레박은 몰랐다는..ㅎㅎ ^^ 농경민족 성향, 유목민족 성향..맞아요 정말...소 시임 유익한 글 아주 잘~~~보았습니다..ㅎㅎ^^
그리운 두레입니다,,모내기, 벼베기...대소가가 모여서 하던 아름답던 그때...한 집에서 밥먹고 서로 도우던 그 시절,,정말 그립습니다,,좋은 공부 하고 갑니다()
시골생활을 전혀 안해본 저로선 모든게 생소합니다.두레의 의미도 그저 학교때 교과시간에 배운정도...스님덕분에 요즘 유익한것들을 많이 배웁니다.감솨!!!
두레박에 그런의미가 담긴건줄 오늘 첨 알았습니다....잘 읽었습니다.
하나허구 어이야~~~~~~둘이나허구 어이야~~~~~~셋이나허구 어이야~~~~~~이렇게 셈하면서 물을 퍼올렷지요!? 아마도......넓은의미의 두레!, 공부 잘하고 갑니다......()
맞아요. 우리가 산업사회에서 점점 이기적이고 닫혀진 사회를 경험하지만 자연의 생태계와 함께하는 농사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의 인심은 예전처럼 다시 회복되며, 공동체의 복락을 누릴 것입니다. 지금 시스템의 한계로 점차 우리는 그리로 가고 있겠지요.
우리 시골에선 모심기도, 새참도 함께 준비하면서 했었는데... ... 지금은 대부분 돈이 안된다며 그 아름답던 들판이 비닐하우스로 덮여 있는게 가슴아팠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