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낭만이 넘치는 겨울여행지
바야흐로 겨울이다. 좀처럼 수그러들 것 같지 않던 더위도 몇 차례의 태풍과 한랭한 대륙성 고기압에 멀리 도망쳐버렸다. 겨울에는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옷깃을 여미고 방안에 틀어박혀 있기 일쑤다. 집안에 박혀 있다고 해도 놀 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에는 심심할 틈이 없다. 하지만 ‘방콕여행’의 폐해는 일찍이 경험해 봤다. ‘방콕은’ 아이들 정서발달에도 좋지 않다.
겨울여행은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곳이 최고다. 겨울에 온천여행을 권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평택 인근에는 전통의 온양온천, 도고온천, 아산온천, 탄산온천으로 유명한 음성의 능암온천이 있다. 온양온천은 서울-신창 간 전철로도 오갈 수 있어 가족끼리 목욕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도 다녀올 수 있다. 온천탕들도 대부분 전철역에서 1천 미터 이내에 있어 편리하다. 온천욕을 끝낸 뒤 온양역 건너편의 현대갈비나 목림정 같은 전통식당가에서 갈비탕을 먹거나, 요즘 각광받고 있는 온양온천장에서 온궁수라상을 먹는다면 한결 풍족한 온천여행이 될 것이다. 아산온천은 영인산 자연휴양림과 곁들여 즐기는 것이 좋다. 영인산은 평택-둔포-당진으로 연결된 45번 국도를 이용하여 가는 길이 편리하고 가깝다. 영인산 자연휴양림에서는, 먼저 휴양림을 산책하고, 상투봉을 등산하면서 영인산 수목원, 산림박물관을 차례로 답사하는 것이 좋다. 상투봉에 오르면 아산만과 평택호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영인산 북서쪽 공세리에는 조선시대 공세포와 공진창 터가 있다. 공진창은 조선시대에 내포지역의 세곡을 수납하여 한양까지 운송했던 조창이었다. 영인면사무소 앞마당에는 16세기의 학자 토정 이지함의 송덕비가 세워져 있다. 토정비결의 저자로도 유명한 이지함은 명종 때 아산현감을 지내며 빈민을 구휼하여 백성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영인초등학교 앞 여민루는 아산관아의 문루(門樓)였다. 마을 뒤꼍에는 개항기의 혁명가 김옥균의 묘와 사당이 있다. 김옥균은 갑신정변 실패 후 일본을 거쳐 상하이로 갔다가 조선왕실이 보낸 자객 홍종우에게 살해당했다. 묘는 그의 양자 김영진이 아산군수를 지내며 부인 유씨와 함께 안장한 것이다. 산행과 답사가 끝나면 근처 아산온천에서 따뜻한 온천탕에 몸을 담그자. 돈과 시간이 넉넉한 사람은 아산스파비스, 그렇지 않으면 대목욕탕을 이용하면 될 것이다.
수원 화성은 평택 근처에서 가족답사의 최적지다. 도심에 있다 보니 교통편이나 여러 가지 편의시설을 이용하기도 좋다. 수원화성은 성곽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의미 있지만 필자는 창룡문(동문) 근처 연무대에서 출발하여 화서문까지만 걷는 것을 권한다. 이 코스에는 성곽 안의 누정 ‘방화수류정’과 수원천의 흐름을 이용하여 성곽을 설계한 ‘화홍문’, 정문이랄 수 있는 ‘장안문’이 있다. 화서문에서 성벽을 내려가 남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화성행궁이 나온다. 화성행궁에서는 문화유산답사 뿐 아니라 계절에 따라 여러 가지 퍼포먼스를 체험할 수 있다. 화성 행궁을 답사한 뒤에는 조금 더 걸어 내려가서 팔달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화성은 정조의 계획도시였기 때문에 남문 시장도 그 계획안에서 조성되었다. 시장은 인간 삶의 가장 진솔한 공간이다. 시장도 구경하고 풋풋하고 정감 넘치는 음식도 체험해보자. 수원화성 답사에는 용주사와 융건릉을 포함시키면 더욱 좋다. 용주사와 융건릉은 효(孝)의 도시 수원의 랜드마크지만, 능원 안의 숲은 산책로도 훌륭하다.
바다는 겨울의 낭만을 품고 있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부는 겨울바닷가에 서보면 세상살이의 세파가 얼마나 거친지 깨닫게 된다. 올 겨울바다로는 대부도를 권하고 싶다. 대부도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활용하면 평택에서 5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대부도에는 동주염전을 비롯하여 방풍림을 활용한 해솔길 트래킹 6개 코스, 바다향기 테마파크, 시화방조제에서 탄도까지 연결된 드라이브코스과 같은 관광자원과 함께, 시화호 환경문화관, 누에섬 풍력발전소와 등대, 안산어촌민속박물관 같은 환경관련 전시관, 선감수목원, 수산물직판장 등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가 있다. 관람시설은 보통 월요일, 화요일에 쉬고, 개관은 9시에서 5시까지만 하며, 대부분 무료지만 유료시설도 있다는 것만 알고 가자. 겨울철 장거리 여행지로는 덕유산 눈꽃여행, 태백산 눈 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순천갈대밭, 강릉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드라이브 등 너무 많지만 제한된 지면 때문에 일일이 소개하지 않겠다.
(김해규. kimsea6@naver.com)
첫댓글 아이구...다 좋지만 전철타고 온양온천 좋겠군요 작년에 한번 다녀 왔지요
선생님께서 소개하시는 곳으로만 다니면 두루두루 구경 잘하겠어요
그중 한곳만 다녀와도 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