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자기의 가장 소중한 때는 이 세상에 태
어난 그날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래서 모두가 생일을 중요시
여기는가 보다. 세상에 있을 때는 생일이 되면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지만, 15척 담안에서 형을 살고 있는 그들
에게는 생일이라는 세상의 기쁨을 느낄 수가 없다. 어쩌면 그들
은 생일이 없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안양 교도소 기독교 담당 교도관으로부터 감사의 편
지가 왔었다. 그 내용 중에는 오래 전에 어느 소년 죄수에게 생
일 케이크를 잘라 주는 일이 있었는데, 처음이라며 감격해 하더
라는 내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광주에서 생긴 탈주범 사건 덕
분에 교도소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어 단체 방문은 우리 자오나
눔선교회만 허락하면서, 반입 해갈 물품도 엄격히 제한을 한다.
교도소 측의 방침이 정해졌지만 재소자들은 세상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방문 물품을 정해 보는데 마땅치 않다. 아내가 케이크를 마련
해 가면 좋겠다고 제안을 한다. 회계 간사께 나눔 재정에서 지원
을 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 보니, 며칠 전에 나눔지 발송 때
모두 쓰고 없단다. 그러면서 간사장님이 협찬을 받을 수 없겠느
냐고 묻는다. 방법을 연구하다가 방문팀들께 부탁을 하기로 했다.
한길 교회 팀들껜 과일을 부탁하고, 공항 중앙 교회 팀에겐 과자
를 부탁했다. 빵은 평소대로 지원을 받고.... 라면 박스 크기의 케
이크를 2개 주문하면서 아내에게 부탁을 한다. 며칠밤 동안 몰래
파출부를 나가 벌어 온 돈을 케이크 사는데 보태 달라고 했다.
마침 동참하기로 한 회원 한 분이 조금 보태고 싶다고 해서, 아
내의 지갑을 빌리고 부족한 금액은 외상으로 한다. 아내에게 미
안하다.
출발 전에 난희 전도사님이 도착을 하고, 갑자기 결정된 동문
제일 교회 사모님이 오신다. 차에는 물품이 실려 있고, 부지런히
소사역을 향해 달린다. 산소님과 엄집사님을 태우고 안양으로 달
리며 언제나 봉사 갈 때는 도로가 막히지 않아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느낀다. 안양 교도소에 다다르자 곰님
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미리 도착해 계시단다. 아마 첫 방문이라
두렵기도 하고 기대도 되리라. 중간에 슈퍼에 들려 과자와 음료
수를 사서 차에 싣는다.
정문에서 곰님과 합류를 하여 검문소들을 통과한다. 15척 담안
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한길 교회 팀들이 먼저 와 계신다. 이번에
는 제일 먼저 왔다면 가벼운 농담으로 마음을 바꾼다. 신분증을
걷으라니 엄집사님이 신분증을 가지고 오시지 않았단다. 교도관
께 양해를 구하고 다른 신분증 한 개를 더 추가했다. 신분증을
걷어 제출하고, 두 줄로 서서 철창으로 만들어진 문들을 통과한
다. 구불구불... 2층까지 올라가니 찬송 소리가 들려 오고 있다.
미리 나와서 찬송을 부르며 기다리고 있는 장애인 재소자들...
반가운 인사와 함께 자리를 잡고 바로 예배를 인도하시는 길
목사님, 변함없이 마음에 와 닿는 귀한 말씀을 전해 주신다. 10분
정도의 간단한 예배를 마치고 마련해 간 음식을 접시에 담아 탁
자 위에 올려놓는다. 커다란 케이크 두 개가 예쁘게 진열되어 있
다. 감사 기도와 함께 난희 전도사님이 미리 준비한 악보를 펼치
고, 난희 전도사님의 기타 반주에 맞춰서 생일 축하 노래가 교도
소 안에 울려 퍼진다. 케이크를 잘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 드리
고, 즐거운 시간을 나눈다. 이번에 커피를 가져 갈 수 없어서 안
가져갔는데 많이 마시고 싶은가 보다. 그러나 어쩌랴... 교도소 측
이 정해 준 방침에 따라야 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교육관 안에는 재소자와 방문자들을 세어 보니 46명이다. 46명
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둘 다섯의 '밤배'도 부르고, '인생
은 미완성'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도 부르고 복음성가도 부르며
신났다. 시간이 부족하기에 새로 오신 분들만 소개와 함께 노래
를 신청하여 함께 부르게 한다. 성경을 암송하고 있는 민철 형제
에게도 귀한 시간을 배려해 준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은 형제는
'사랑의 종소리'를 서툴게 부르고 있다. 그러나 듣는 사람들의 귀
에는 어느 성악가보다, 어느 가스펠 가수보다 더 잘 부르는 찬양
으로 들리고 있었다. 기독교 반장 정배씨와 담당 주임께도 시간
을 배려한다. 마지막으로 5월 1일에 있을 행사와 4월 1일부터 시
작할 결식 노인 무료 급식에 대하여 기도 부탁을 한 후, 김성현
목사님의 마무리 기도로 아쉬운 시간을 마무리한다.
돌아오는 길에 곰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행사에 보태라
고 조금 마련해 왔는데 전해 드리지 못했단다. 차를 세우고 곰님
이 후원해 주신 5만원을 받아 보관한다. 아까 동문 제일 교회 사
모님이 물품 사라고 주신 3만원을 합하여, 케이크 외상값 2만원
을 갚고 나머지는 다음달이 장애인의 달이기에 그들을 위한 특별
선물을 사는데 보태야겠다. 교도소를 나오기 전에 교무 과장님을
만났는데, "우리 자오 나눔 선교회로 인해 장애인 재소자들이 엄
청나게 변화되고 있다"며 감사를 전하셨다. 교무 과장님의 감사
를 어려운 상황에서도 함께 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전하며 새천
년 3월에 있었던 교도소 방문 후기를 마감한다.
감사합니다.
0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