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네 번 찾아가는 소록도. 언제나 고향에 찾아가는 것 마
냥 설래인다. 나눔지에 소록도 봉사 공고를 하고, 통신상에도 각
게시판에 알린 후 32명이 신청을 해 왔다. 그러나... 막상 출발 할
날이 다가오자 머뭇거리기 시작한다. 혹여 한센병이 옮지는 않을
까... 아무리 괜찮다고 설명을 해도 사람의 선입감은 무서운가 보
다. 결국은 14명이 출발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
4박 5일의 일정도 3박 4일로 조정된다. 운전할 사람이 없어서
목사님 혼자 운전을 해야 하기에 무리한 일정을 잡지 않기로 한
다. 미리 준비해 갈 것은 준비하기로 하고 적어 본다. 정미영 회
원과 윤정애 회원이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이것저것 준비할게 무
지 많은 것 같다. 소록도에 도착하여 식사를 우리들이 해 먹어야
하기에 더욱 준비할게 많은 것 같다. 아침 6시에 출발하기로 했
던 계획을 1시간 늦춰 7시에 출발을 하기로 한다.
새벽 4시 40분에 모닝 콜을 해 준 후 예배당으로 내려간다. 5
시에 새벽 예배를 드린 후 차에 짐을 실어 달라고 황희돈 집사께
부탁을 한다. 차엔 짐이 구석구석을 찾아 잘 정리된다. 출발하기
10분전부터 장대비가 쏟아진다. 걱정하며 배웅해 주고 있는 간사
들의 모습을 보며 뜨거운 사랑을 느낀다. 시간이 다 되었는데 이
정수 집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연락을 해 보니 이제야 출발
하려고 한단다. 교회와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늦장을 부리
는지... 인천에서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을 깨워서 온 어느 회원과
는 비교가 된다.
내리는 비속을 뚫고 드디어 출발이다. 부천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하늘이 맑다. 아랫녘엔 엄청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는 일기
예보는 일말의 불안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하여 일
정을 시작할 때는 비가 오지 않으리라 확신을 하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아이들의 즐거운 이야기 소리에 눈을 뜬다. 10분 정도 졸
았나 보다. 운전하시는 목사님은 마음이 설래이는지 얼굴이 밝다.
길가로 늘어진 호박 넝쿨과 진노랑의 호박꽃이 벌써 소록도에 도
착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소록도엔 호박을 많이 키운다.
소낙비를 맞은 호박꽃의 미소가 일그러졌다. 비닐 하우스 지붕을
호박 넝쿨로 단장한 농가의 모습이 한가롭다.
날씨가 덥지도 않고 운전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더울만 하면 구름으로 태양을 가려 주고, 더 더울만 하면 한줄기
소나기를 뿌려 준다. 라디오에선 아랫녘에서 윗녘으로 비구름이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13번째 가는 길이지만 길눈이 어둡다. 지
도를 보면서 찾아간다. 가는 길이 비로 인해 유실 된 곳도 보인
다. 전남 지방에 비가 많이 왔나 보다. 더 이상 비가 오지 말아야
할텐데... 시간이 꽤 흘러간다. 가는 도중에 휴게소에 들려 아침도
먹고, 점심도 먹는다. 새벽 예배를 마치고 김밥을 말아 준 간사들
의 사랑을 먹고 있다. 모두들 상기된 표정들이다. 다시 차에 오르
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저 멀리 하늘 끝에는 먹장구름이 진을 치
고 있다. 저 구름을 만나면 비가 꽤 오리라... 달리는 차안에서 몇
번 더 와 본 경험을 목사님께 설명해 드리느라 바쁘다. 쉬어 간
다고 하더라도 10시간 정도를 혼자서 운전하려면 무리라는 건 누
구나 다 안다. 오늘따라 호박꽃이 자주 눈에 뜨이기에 벗에게 웃
으며 말했더니 혀를 낼름 내밀며 놀린다.
오후 4시쯤에 소록도에 도착한다. 여장을 풀고 간단하게 예배
를 드린다. 연합 예배는 새벽에 들기로 했다. 저녁밥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장로님이 올라오시더니 숙소를 한 칸만 양
보해 달라고 부탁을 하신다. 서울 강서 성결 교회 청년들이 예고
없이 방문을 했단다. 그렇게 하기로 한 후 방을 한 칸 비워 주게
지시를 한다. 서로가 조금 양보하며 지내보는 것도 좋을지 싶다.
특히 학생들에겐 귀한 체험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제 서서히 소록도의 밤이 깊어 간다. 갑자기 정전이 되더니
전기는 들어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보름이 가까우니 달이
제법 밝다. 교회 옆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달무리 진 달을 보며
오순도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내일의 일정을 이야기하며 밤이
깊은 줄 모른다. 아이들은 일찍 자라고 지시를 했건만 그게 마음
대로 되나... 몇 명의 학생들이 어른들의 주위를 서성이며 찡겨
들려고 한다. "잠을 안 자려면 집사님이랑 철야 기도나 하자"고
했더니 부리나케 숙소로 들어간다. 궁시렁거리는 소리마져 듣기
좋다.
소쩍새가 구슬프게 소쩍다고 울어댄다. 달무리를 바라보며 소
록도에서 듣는 소쩍새 울음소리는 묘한 기분을 만들어 주고 있
다. 통통통... 밤배 가는 소리가 들려 온다. 이젠 밤도 깊어 모두
잠자리에 든 시간이건만 어느 아비는 이 밤에 바다 위를 달리고
있는지... 밤배 가는 소리를 무척 오랜만에 들은 것 같다. 고향 바
다에서 붕장어 낚시를 갔다가 수많은 밤배들의 향연을 본적이 있
었다. 불야성을 이루던 그런 밤배는 아니다. 초라하고 작은 어선
이 가는 소리다. 어쩌면 작고 초라한 배이기에 더욱 정감이 가는
지도 모르겠다. 목사님 이하 몇 분은 잠자리에 들었다. 해송이 우
리 머리 위로 아름드리 서 있다. 그 아래 앉아 담소를 나누는 수
진, 미영... 보기 좋다. 이제 철야 기도를 하러 간다며 일어서려는
데 천방지축 진기가 신발을 끌며 어기적어기적 걸어온다. "선생
님, 재영이랑 세영이가 토하고 난리 났어요." "잉? 그래? 야~ 새
야 빨랑 가보라우~"
아이들에게 정로환을 먹이고 돌아 온 새야, 그러고 보니 나도
속이 안 좋네... 푸세식 화장실에 목발 짚고 가서 한 다리로 지탱
하고 일을 보려면 진땀이 난다. 이거 영 아니올시다다. 새야도 화
장실로 달려가네... 아이들도 연신 토하고... 으... 이거시 먼 일이
당가? 토하고 배설하고 기진맥진이 되어 있다. 돗자리에 누워 있
는 새야네 가족을 보며 수진이네 가족은 성전 옆 사무실에 숙소
를 잡아 준다. 잠자리가 바뀌니 아이들이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
성전에 엎드려 기도에 들어간다. 연신 밖에선 토악질을 하는 소
리가 들려 오고, 부지런히 신발을 끌고 달리는 소리가 들려 온다.
새벽이 가까워 온다. 갑자기 성전에서 누가 뛰어 밖으로 나간다.
수진이다. 깜짝 놀라 밖으로 나오는데 내 속도 안 좋다. 새야에게
물어 보니 수진 이도 난리 단다.
잠시 앉아서 원인을 규명해 본다. 장거리 여행인데 배속에 양
껏 먹으니 그리 된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장조림으로 의
견이 모아져 보나... 장조림도 모두 먹었는데 그것도 타당성이 없
다. 결론은 물이었다. 물을 끓여 3개의 주전자에 담았는데 우리가
마신 주전자에 이물질이 남아 있었나 보다. 그 주전자의 물을 마
신 사람만 탈이 난 것 같다. 화장실을 다섯 번이나 가고 나서야
속이 조금 진정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기운은 모두 빠져 버렸다.
다시 성전으로 들어가 엎드린다. 모두 탈 나지 않고 5명만 탈나
게 된 것도 감사했고, 그나마 나눔 회원만 탈이 났기에 다행이라
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탈 났더라면 부모님들이 조용하게
있지 않았을테니까... 모든게 감사하지만 이 밤이 새고 나며 깨끗
이 낫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한다.
첫댓글 물 한주전자로 인해 일어난 소동. 읽으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에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