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악마를 보았다.
靑坡 황인호
고열은 자제력을 드러내 어지러워했다
무능력해져 나약한 인간이라고 느낀 날
마침표 하나 덜컥 늘어나고
어느새 난 악마가 되어
기쁨이 아픔으로 변했고
웃음은 퍼져나가지 못하고 눈물되어 떨어졌다
되돌릴 수 없다며 멀어져만 가는 그대를
시간은 더욱 속도를 내어 견딜 수 없는 곳으로 보냈다
멈추지도 도와주지도 않고 기다려 주지 않는
악마가 내 안에서 거칠게 다투고 있었다.
때론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려도 이번엔 달랐다
원석은 보석이 될 수 없음을
하천에 떠내려온 자갈처럼 낯설었다
만남과 헤어짐은 쳇바퀴처럼 다짐하고 다짐하며
마침표를 또 찍는다, 떠나보낸다
아픔이 기쁨을 낳는 날이 오면
그날이 온다면
내 안에서 악마는 길을 잃어 울고 있을 것이다
매일 샤워하는 남자
靑坡 황인호
자동세차장에 멈춰선 차처럼
욕실 속 수건은 내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일상은 늘 기계적으로 반복하며 희비가 오가고
단순한 것에 눈시울 붉히며 그대의 얼굴이 이뻐 보인다면
무한한 잠재능력이 숨어 있다고 믿는다
순간 순간에 충실하지 못한 시간은
풍선처럼 날아가 버려
갈등의 시작은 표정만으로 눈치채고 만다
극복해 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수박 겉핥기 같이 지나치는 하루가
그런 평범한 하루에도 삶의 가치가 숨어 있음을
젖어가는 수건은 눈치가 빨라 젖는 걸 좋아한다
무거운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퇴근길 서둘러 집으로 간다
씻어야 한다.
걸려있는 내내 바짝 삐뚤어져 있는 수건마냥
수많은 생각들도 채워진 몸을 다시 닦아낸다.
작은 휴대전화가 맵다
靑坡 황인호
휴대전화가 작고 가벼워
바지주머니도 위험해 움켜쥐고 다닌다
극장 관람을 호소하고
시집과 만화책 얼굴 좀 보여달라고 투덜댄다
화면에 쏟아지는 광고에는 흔들리지 않던 눈빛들이
풀리지 않는 오늘을 질책하며 술추렴한 노가리를 씹어 삼키고
목청 높아가는 포장마차가 들썩여도 휴대전화는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