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오경훈
출연: 송윤아( 윤승주) 김성수( 김건우), 허영란(윤수아),강경준(김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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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터오는 시간, 서울 변두리 동네, 작은 소반에 김이 오르는 고봉 쌀밥 한 그릇과 푸짐하게 푼 미역국 한 대접을
놓고 앉아 머리 조아려 가며 아들이 시간 강사를 그 만 하게 하고 정식 교수가 되게 해달라고 빌고 있는
어머니(김자옥)가 있다. 오늘은 건우(김성수)의 교수 임용 발표날이다. 몇 년 째 이 학교 저 학교 전전하며
보따리 장사로 살아가는 건우는 태연한 척 하면서도 인사위원회의 결정을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한편 건우의 여자 친구 승주(송윤아)는 아버지(조경환)가 추진 중인 오션 프로젝트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 있다.
승주부의 어릴 때부터 꿈은 자기 고향 다도해의 섬 몇 개를 체인으로 엮어 국제적인 휴양지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 꿈이 지금 현실화되고 있다. 미씽 아일랜드라는 이름으로 유럽형 호텔과 방갈로, 롯지, 요트장, 스파 등으로
규모가 상당한 리조트 건설 기공식이 진행 중이다. 엄마가 안 계시기에 안주인 노릇을 해야 한다며
수아 부(조형기)는 승주에게 빨리 행사장에 가자고 재촉하는데 승주는 온통 건우에게만 관심이 가 있다.
승주부(조경환)는 수아(허영란)에게서 건우(김성수)가 교수 임용에서 떨어 진 사실과 집안 형편을 듣고는
건우를 찾아간다. 승주부는 승주(송윤아)에게 사업 을 물려줄 계획이고 승주가 결혼을 하는 것은 승주의
날개를 꺾는 일이라며 결혼은 아주 천천히 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승주부의 의도를 눈치챈 건우는 승주를
좋아하 긴 하지만 자신 또한 승주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결혼 상대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 확실하게 얘기한다.
한편 건우의 헤어지잔 문자를 받은 승주는 건우네 집을 물어물어 찾아간다. 가는 날 이 장날이라고 동네에서
마주친 건우모(김자옥)는 이사 간 남의 집에서 버리고 간 냉장고며 그릇 등을 주워가고 있고 건우는
물건들 정리하는 엄마를 돕고 있다. 건 우는 엄마 하는 게 마땅찮지만 하는 수 없이 거드는데 문득 어떤
시선을 느끼고 돌아 보니 승주다. 승주는 이웃집 밭 나무둥치로 급하게 몸을 숨기지만 결국 건우에게 들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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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부모와자식의 인연을 가져줘 감사하고, 고맙다며..내세에는 당신이 당신자식의 자식으로써
태어나고 보답하고 싶다는.."
MBC 주말극 `누나`(극본 김정수ㆍ연출 오경훈)에서 남자주인공 건우(김성수 분)의 조부 역을 맡고 있는
오현경은 인생의 지혜와 진리를 간결하게 전달해줘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오 할아버지가 한마디
할 때마다 어록으로 추가된다.
"재물도 마음이 평안한 집에 머뭅니다" "팔만대장경을 한 자로 줄이면 `(마음) 심(心)`입니다" "반주 한 잔은
`통기(通氣)`다" "참깨, 들깨 노는 데 아주까리는 좀 빠져라" 등등.
`누나`의 중요한 매개체는 `돈`이다. 돈에 흔들리는 인간과 돈에 흔들리지 않는 인간상을 대비시킨다.
물질을 떠난 인간적인 가치와 순수한 사랑을 하려면 우선 오 할아버지에게 `과외`를 한번 받을 만하다.
오 할아버지는 적당한(?) 치매상태다. 정상과 이상을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어떨 때는 코믹한 상황이,
어떨 때는 일침을 가하는 성찰의 상황이 연출된다.
명언을 남기는 오 할아버지의 표정은 너무나 잔잔하고 아름답다. 도인의 풍모마저 풍긴다. 그래서
속물들까지도 보듬어 안는다. 시청자들은 할아버지의 말을 `이 시대의 나침반`이라고 한다.
오 할아버지의 말은 극에 암시를 주고 여운을 남긴다.
오 할아버지는 순수하니까 마치 아이 같다. `귀여운 노인`이다. `신돈`에서 큰스님으로 나올 때도 그랬다.
오래전 `TV손자병법`의 기업체 부장 역을 할 때도 그런 끼를 보였다.
증손녀인 핑크와 의사소통이 가장 잘된다. 핑크가 "할아버지 울어요?" 하니까 노인은 "햇살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납니다"라고 말한다.
오경훈 PD는 "고령화 사회가 되는데 제대로 대접받는 노인상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아들인 박건형이
오 할아버지에게 신문과 책을 읽어주는 장면은 `효도하라`는 백 마디 말보다 감동적이다. 며느리인 김자옥은
시아버지에게 얼마나 잘하는지 아는가. 할머니 할아버지 시청자들은 TV를 보며 `저 노인 부럽네` 하고 속으로
한마디 할 것이다.
`누나`의 오 할아버지와 똑같은 캐릭터는 아니지만, 일맥상통하는 감초 캐릭터로 `사랑과 야망`의 명자(김나운)를
들 수 있다.
전쟁통에 부모를 읽고 정신이 살짝(?) 나간 여자 명자는 모자라는 듯하지만 가끔 정신을 못 차리는
인물들에게 입바른 소리를 해대는 역할이다. 그래서 상황을 시원하게 정리해준다. 그러나 명자가 가출 후
다시 태준의 집으로 들어오면서 제정신이 돌아오는 바람에 지금은 `일침형 멘트`가 거의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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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